“문재인 대세론 싹을 잘라라”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5.04.0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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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잠룡들, 재·보선 결과 손익 계산 분주

대선 과정을 마라톤 경기에 비유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항상 불거지는 논쟁이 있다.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는 게 유리한가, 선두 그룹에 있다가 막판에 역전을 노리는 게 유리한가 하는 논쟁이다. 정답은 없다. 반환점을 도는 시기인 역대 정권의 집권 3년 차 대선 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다. 이명박 정부 3년 차인 2010년 4월 초 당시 여론조사는 박근혜 32.5%, 유시민 13.5%, 정몽준 10.9%, 정동영 8.3% 순이었다(리얼미터 4월6일 조사). 노무현 정부 3년 차인 2005년 4월 초 여론조사에서는 고건 29.5%, 박근혜 15.7%, 이명박 11.9%, 정동영 10.8% 순이었다(동아일보 4월6일 조사). 5년 전 당시에는 박근혜 후보가 선두로 치고 나와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갔고, 결국 1위로 골인했다. 10년 전엔 이명박 후보가 3위를 유지하다가 그해 후반기부터 치고 올라가 역전에 성공했다.

3월11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미래연구소 창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3월19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4·29 재·보궐 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성남시 상대원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재·보선에서 흔들지 못하면 기회 없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두 달째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3월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표는 차기 대선 적합도에서 31.2%를 기록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16.6%,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10.2%, 박원순 서울시장 8.0%, 홍준표 경남도지사 5.6%,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5.4%, 이완구 국무총리 4.6%,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4.0%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문재인 대표는 2위 그룹과 15~20%포인트 가까이 격차를 벌려놓고 있다.

문재인 대표 진영에선 ‘대세론’을 말할 만하다. 그 고비는 이번 4·29 재·보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만약 새정치연합이 전체 4곳 중 1곳 승리에 그치면 문 대표의 지지율도 소폭이나마 꺾일 것이다. 대세론의 흐름을 타기가 쉽지 않다. 만약 전패를 한다면, 당장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내부 반발이 나올 것이다. 반면 2곳 이상에서만 승리하면 지금의 좋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재·보선 결과가 문 대표의 대선 가도에 영향은 미치겠지만, 판 자체가 크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전패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면 아무래도 문 대표 입장에서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퇴진 압박까지 확산되긴 어려울 것이다. 당내에서 책임론이 제기되겠지만, 대선 후보 지지율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문 대표의 위기가 그와 더불어 야권 ‘빅3’로 거론되는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전 대표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들 전체 파이가 약 40이라고 봤을 때 이미 문 대표가 30까지 치고 올라갔다. 나머지 10을 박 시장과 안 전 대표가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 두 사람이 움직일 공간은 너무나 협소하다. 지금 오롯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그리고 문재인 대표 3인이 정국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4·29 재·보선을 통한 흔들기가 이뤄지지 않으면 박 시장과 안 전 대표는 ‘문재인 대세론’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게 된다”고 전망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문 대표가 흔들릴 경우 안 전 대표나 박 시장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 중에서도 특히 당 밖에 있는 박 시장에게 좀 더 많은 시선이 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만약 새정치연합이 광주를 포함해 전패를 당한다면, 이는 결국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또 다른 ‘호남 패권주의’라는 논란이 촉발될 것이고 결국 분당 수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새 정치’를 강조하는 안 전 대표와 박 시장으로선 동교동계와 함께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세 사람이 이번 재·보선에서는 공동운명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 역시 “안 전 대표가 관악 을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재·보선 지원 활동에 나서자 지지층 일각에서는 ‘왜 친노(親盧)를 돕느냐’는 반발이 일고 있다. 하지만 만약 이번 선거에서 패한다면, 이는 친노나 문재인의 패배가 아닌 야당의 패배다. 자꾸 계파적 이해관계로만 따져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동교동계도 문제지만 문재인 대표가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크다. 선거 전략의 실패가 그것이다. 왜 자꾸 핵심을 안철수·박지원이 (선거를) 돕느냐 안 돕느냐 하는 쪽으로 몰고 가는가. 이번 선거는 엄연히 문재인 역할론이 중심이고, 다른 대선 주자 및 중진들은 이를 도와주는 조연이다. 비노(非盧) 일각에서 선거 완패가 안 전 대표에겐 기회가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이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재·보선에서 패하면 내년 총선 패배로 이어지고, 그렇게 되면 다시 내후년 대선까지 분위기는 여당으로 완전히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긴박한 분위기의 야당에 비해 여당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이번 선거가 현재의 여권 내 역학 구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택수 대표는 “여당이 2곳 이상 승리를 거두면, 잠시 주춤하는 양상인 김무성 대표 지지율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사정 정국을 주도하며 여론 지지를 환기시킨 이완구 총리의 지지율 역시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황태순 위원은 “호남 민심 이반이 확인되면서 새정치연합의 분당이 가시화되면, 이는 새누리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거두게 될 최대의 성과가 된다. ‘무대’(김 대표)의 등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고 밝혔다.

여권 “지금 잠룡들로는 안 돼” 새 인물 고심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여전히 ‘과연 김 대표나 이 총리가 대선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을까’라는 회의감을 갖고 있다. ‘무상급식 폐지’ 논란을 일으킨 홍준표 지사에 대해서도 “자기 몸값을 일정 수준 올리기야 하겠지만, 더 이상 확장성은 힘들다”는  평가가 주류다. 김문수 위원장 역시 대중성이 취약한 게 여전히 걸림돌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당 지도부가 원한다면 내년 총선 때 대구 수성 갑에 출마할 수 있다”고 ‘김부겸 맞상대’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현재 순위에 오른 ‘잠룡’ 중 그 누구도 확고한 믿음을 못 주고 있다. 만약 재·보선에서 여당이 전패를 하거나 1승 정도에 그친다면, ‘새 인물’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반기문 총장이 거론되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원내대표를 새롭게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나경원 의원 등이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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