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인양
  • 윤길주 편집국장 ()
  • 승인 2015.04.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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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22일 안산 단원고등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의 느닷없는 죽음을 보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 앞에는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메모지가 겹겹이 붙어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됐습니다. 유가족에겐 견디기 힘든 하루하루였을 겁니다. 그런데도 4월이 되니 목련, 개나리, 벚꽃이 피어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생명이 바닷속에 잠겼는데 말입니다.

올해도 단원고를 찾아보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텅 빈 단원고 2학년 교실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습니다(시사저널 1327호, 3월24일자). 교실은 비어 있었지만 거기엔 희생된 학생들의 친구와 가족의 간절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기다리고 있을게! 꼭 와야 돼 ♡.” 올해 신입생을 받아 교실이 부족한데도 학교 측은 2학년 교실을 비워놨습니다. 그 허망한 공간에 차마 학생들을 들여놓을 수 없었던 겁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교실에서 희생된 학생들의 후배들이 재잘거리며 공부할 날이 오겠지요.

지난 4월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나가봤습니다. 여전히 그곳엔 희생자 가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노란 리본이 걸려 있었습니다. ‘특별법 무력화하는 정부 시행령 폐기하라’ ‘아직도 대한민국 국민 9명이 배 안에 있다’는 글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곳엔 유가족들의 분노와 절규가 그렁그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들은 왜 여태껏 광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진실이 바다 위로 떠오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국민과 유가족은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해경은 왜 단 한 명도 구출하지 못했는지 묻고 있습니다. 사망한 유병언 가족, 세월호 선장, 청해진해운 관계자가 재판을 받고 있지만 두 물음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의문을 풀기 위해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졌으나 속절없이 시간만 잡아먹고 있습니다. 특위를 만든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정쟁만 난무합니다. 정부·여당은 대충 돈으로 때우고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이로 인해 국민의 특위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왕에 진실을 밝히자고 특위를 만든 만큼 지금 당장 단호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참사가 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특위 인원 수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게 유치하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여권에서 세월호를 인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됩니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등의 이유로 인양에 반대하

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름 일리가 있지만 세월호 인양은 계산기를 두드려가면서 따질 일이 아닙니다. 당장 아홉 명의 실종자가 배 안에 있습니다. 유가족의 비원을 외면한다면 문명 국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세월호를 인양해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후세의 본보기로 삼아야 합니다.  

세월호 인양은 진실의 인양입니다. 세월호를 바닷속에 두면 논란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 모두는 가슴이 체한 듯 두고두고 답답할 것입니다. 세월호를 인양하면 유가족과 국민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도 어느 정도 걷힐 것입니다. 세월호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진상을 밝히는 것 외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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