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극장들 다 문 닫는 거 아냐?
  • 이은선│매거진 M 기자 ()
  • 승인 2015.04.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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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영화 제작 열풍…모바일 유료 콘텐츠 정착 중

스마트폰이 영화 소비 행태를 바꾸고 있다. 최근 선보인 <나인틴: 쉿! 상상금지!>는 ‘스마트 핑거 무비’를 표방한다. 10분 내외의 에피소드 6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상영 시간은 70분이다. 원작은 유료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에 연재된 후 6개월 만에 3억원의 매출을 올린 화제작이다. 월 평균 5000만원이라는 고무적 성과를 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상물 제작을 꾀하면서 20~30대의 실제 연애 경험담을 모티브로 한 원작의 성격은 살리고, 웹툰 형태에 익숙한 소비자를 위해 ‘스마트 핑거 무비’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손가락을 까딱이는 것만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얻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스마트폰에서 재생하는 데 최적화된 형태다. 극장 개봉은 하지 않는다.

현재는 제작사 클로버이앤아이와 레진코믹스가 각 플랫폼과 세부 진행 사항을 논의 중이다. 에피소드별로 공개할지, 70분짜리 한 편으로 공개할지는 미정이다. 조만간 조율을 마치고 올레tv와 티빙·T스토어 등 플랫폼을 중심으로 4월 중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모델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유료 서비스라는 점이다. 비슷한 형태의 콘텐츠가 무료 서비스됐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홍보 관계자는 “유료 콘텐츠이기 때문에 포털 사이트에서는 서비스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클로버이앤아이는 이후에도 레진코믹스의 인기 콘텐츠였던 웹툰 <나쁜 상사>를 스마트 핑거 무비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 비퍼니스튜디오스
봉만대 감독의 <떡국열차> 모바일 탑재

또 다른 사례로는 봉만대 감독의 <떡국열차>가 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년)를 패러디한 것으로, 지구 멸망 직전의 혹독한 환경을 피해 열차에 오른 생존자들이 꼬리 칸에서 떡으로 연명하다 반란을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봉만대 감독의 프로젝트답게 질펀한 농담과 성적 묘사로 가득하다. <떡국열차>는 지난 2월27일 제작사인 비퍼니스튜디오스 홈페이지와 올레tv를 통해 1·2회를 무료로 공개했다. 두 편을 파일럿 개념으로 선보이고 이후 제작할 3회부터 유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떡국열차>의 제작사인 비퍼니스튜디오스는 지난해 11월 문을 연 신생 회사다. 영화·음악·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가 출연한 5분 미만 영상을 주력 상품으로 만드는 콘텐츠회사다. 영상 콘텐츠 소비의 흐름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무섭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일찌감치 회사의 방향성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미국 최대 매니지먼트 에이전시 CAA(Creative Artists Agency)와 미국 코미디 사이트 ‘퍼니 오어 다이’(Funny or Die), 엔터테인먼트회사 프레인 TPC를 소유하고 있는 국내 회사 프레인 글로벌이 손잡고 만들었다.

<나인틴: 쉿! 상상금지!>와 <떡국열차>는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라는 것 외에도 웹드라마 형식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웹드라마란 영상 전문가가 스마트폰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만든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있고, 한 에피소드는 길어야 10~15분을 넘기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짧은 시간 안에 사용자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도록 스토리의 완결성을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며,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콘텐츠를 골라 보게 한다는 게 핵심 골자다. 더 이상 극장에 가거나 TV를 틀어야만 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에 발맞춰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인 셈이다. 실제로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동안 보는 데 최적화됐다.

지금까지 <나인틴: 쉿! 상상금지!>와 <떡국열차> 같은 ‘19금 콘텐츠’만 제작됐던 건 아니다. 애초에 웹드라마는 기업 마케팅 차원에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3년 11월에 서비스된 <무한동력>은 삼성그룹이 제작·투자하고 그룹 2AM의 임슬옹이 출연했다. 입사 지원·면접 등 채용 과정 전반을 소개하면서 기업 홍보에 방점을 찍은 형태였다. 제작사 아폴로픽쳐스가 당시 삼성그룹의 슬로건이었던 ‘삼성이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에 착안해 드라마 제작을 제안하고 이에 그룹 측에서 투자를 결정한 사례다. 이즈음 <매콤한 인생>(죠스떡볶이), <수호천사>(동양생명) 등 기업 마케팅 드라마가 줄을 이었다.

이후 웹드라마는 독자적 콘텐츠 형태로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갔다. 영화판 인력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입소문을 통한 파급력 등이 강점이 됐다. PPL(간접광고)과 소재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유효했다. 윤성호·이병헌 등 충무로의 젊은 감독들이 단편영화 형식으로 만들어 2013년 11월에 선보인 <출출한 여자>가 대표적인 예다. 서른세 살 주인공 제갈재영(박희본)이 직접 요리를 해 먹으며 직장 생활과 연애의 애환을 털어놓는 형식이 대중의 공감을 샀다. 홍콩 식료품회사 이금기가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려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한 잡지의 창간 이벤트로 <출중한 여자>가 제작되기도 했다. <출출한 여자>의 연출과 기획을 겸했던 윤성호 감독이 총기획자로 나섰다. 그 밖에도 아이돌을 주연으로 내세워 만든 <후유증> <러브 인 메모리> <방과 후 복불복> 등은 인기 한류 콘텐츠로 이름을 떨쳤다.

ⓒ 클로버이앤아이
IPTV 플랫폼 통한 서비스 일반화

영화계로 눈을 돌려보면, 시초에는 박찬욱·박찬경 형제 감독이 아이폰4로 촬영한 <파란만장>(2011년)이 있다. 이 작품이 베를린영화제 최우수단편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에도 스마트폰 단편 영화 제작 붐이 일었다. 이 경우에는 DSLR 렌즈와 어댑터, 흔들림 방지를 위한 각종 장비를 사용했다는 것이 특이 사항이다. 제작비는 1억원이 넘었고, 영화 제작 인력에 버금가는 수의 사람들이 동원됐다. 극장에 걸릴 정도의 완성도를 갖기 위해서는 무조건 스마트폰 촬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올레 스마트폰 영화처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화를 위한 영화제도 열렸고, 세계 최초 아이폰 장편영화 <그 강아지 그 고양이>(2013년)가 개봉되기도 했다. 다만 이것이 일반적인 경우라고 보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최근 업계의 방점은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콘텐츠’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보기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 더 강하게 찍혀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웹드라마가 아닌 몇몇 장편영화의 경우엔 지난 2월6일 서비스를 시작한 <인히어런트 바이스>처럼 극장 개봉을 거치지 않고 IPTV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하는 형태가 오히려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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