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회, 전 회장 흔적 지우기 나서나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5.06.0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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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뽑아든 박성택 회장…김기문 전 회장 설립 여행사 내부 감사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중앙회(중기회) 사옥에 위치한 ‘인터비즈투어’는 2008년 중기회가 설립한 중소기업을 위한 전문 여행사다. 인터비즈투어의 초기 자본금 15억원 가운데 10억원은 중기회가, 나머지는 김기문 전 중기회장이 대표로 있는 로만손과 스페코, 유일전산컨트롤 등 중소기업들이 출자했다.

인터비즈투어는 설립 단계에서부터 여행업계와 마찰을 빚었다. 비영리 단체인 중기회가 포화 상태에 이른 여행 사업에 뛰어들자 중소 여행사들의 반발이 거셌다. 중기회는 인터비즈투어가 중소기업의 해외 전시, 컨벤션 등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터비즈투어는 중기회 관련 해외출장 업무 지원은 물론 일반 여행상품도 출시해 업계의 눈총을 샀다. 지금은 설립 목적마저 희미해지는 등 중기회의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김기문 로만손 회장(왼 쪽)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인터비즈투어, 중소기업에 ‘갑질’”  

“중기회의 모든 프로모션이나 출장, 이벤트 등 여행 관련 행사 계약을 따내려면 우선 인터비즈투어를 거쳐야 한다. 중소기업을 돕겠다고 만들어진 회사가 오히려 중소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뿐이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마케팅회사 대표는 인터비즈투어의 비상식적인 영업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최근 중기회가 운영하는 노란우산공제와 진행하던 사업이 있었다. 견적서까지 제출하고 합의가 된 상태에서 갑자기 인터비즈투어의 임원이 불러 계약을 성사시키려면 (견적서상 마진의) 10%를 인터비즈투어에 내라고 요구했다”며 “심지어 대금을 지급할 때 10%를 뗀 후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노란우산공제와 사업을 진행하면서 인터비즈투어가 직접적으로 한 일은 없다. 견적서를 제출하고 합의를 이루기까지 모든 과정을 노란우산공제 측 관계자와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는 노란우산공제에 수차례 문제제기를 한 후에야 계약상 원금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행사 대표는 “인터비즈투어는 중기회가 대주주인 홈앤쇼핑의 여행 방송 벤더 역할도 하고 있다”며 “홈앤쇼핑에 상품을 올리려고 했는데 인터비즈투어 측에서 홈앤쇼핑과 계약을 계속 하려면 무조건 마진의 10%를 내야 한다고 해서 아예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터비즈투어에는 1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인데 여행 사업을 할 만한 실무진이 거의 없다. 중기회와 홈앤쇼핑의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한 회사일 뿐이다. 중소 업체를 상대로 커미션 장사를 해서 성장했고, 그런 부당한 행위가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중기회 내에 이런 업체가 존재한다는 게 어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실이 중기회 내부에 광범위하게 알려지면서 현재 인터비즈투어에 대한 내부 감사에 들어간 상태다. 중기회 관계자는 “인터비즈투어에 대한 내부 감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내부 감사 결과) 그런 관행이 있다는 게 드러나면 당연히 징계 대상”이라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인터비즈투어’ 사무실 입구. ⓒ 시사저널 박은숙
‘김기문 체제’ 깨뜨리기 나서

중기회가 인터비즈투어에 대한 내부 감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 2월 박성택 회장이 제25대 중기회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8년 동안 중기회의 수장을 맡았던 김기문 전 회장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작업이 중기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서다. 김 전 회장 시절 일부 인사들이 요직을 번갈아가며 차지하는 회전문 인사가 지속돼 ‘김기문 체제’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중기회 개혁을 화두로 내건 박 회장으로서는 이를 깨뜨리는 것이 급선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 회장은 중기회장 선거와 관련해 불법 선거운동 의혹에 휘말리며 한동안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쏟지 못했다(시사저널 2015년 2월28일자 ‘검찰, 박성택 신임 중기회장 선거법 위반 의혹 내사’, 2015년 4월14일자 ‘중기회장 불법 선거운동 의혹 꼬리 잡혔다’ 기사 참조). 중기회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인터비즈투어는 김기문 전 회장이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회사이고 김 회장의 측근이 임원진에 포진해 있는 곳”이라며 “사실상 김 전 회장의 치적을 지우고 변화를 주려는 시도가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실제로 중기회는 내부 감사를 통해 인터비즈투어의 수익 흐름은 물론 김기문 전 회장이 보유했던 주식 처분 과정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인터비즈투어 관계자는 “인터비즈투어의 수익 구조나 지난해 초 김 전 회장이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 등을 감사 중인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게다가 (인터비즈투어가) 커미션을 요구하는 관행은 들어본 바가 없다. 여행업은 돈을 주고 사업을 하는 곳이지 돈을 받아가며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이번 감사 건에 대해 현 회장과 전 회장의 파워게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기회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중기회장 선거의 여파가 남아 있어 전·현직 회장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 화합을 이뤄야 할 시점에 안타까운 일이지만 기존 관행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잡아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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