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속으로 박물관이 들어왔다
  • 이은영│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
  • 승인 2015.06.0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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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지고, 느끼고, 체험하는 길 위의 인문학

#1. 지난 5월 말 과천에 위치한 한국카메라박물관. 이곳에는 현재 1만5000여 점의 카메라가 전시돼 있다. 전시장 한쪽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표정으로 토론을 하고 있다. 스마트 박물관의 ‘아날로그와 디지털 체험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해 ‘디지털 시대 입체사진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자신들이 직접 찍어온 사진을 박물관에서 제공한 애플리케이션(앱)에 입력하면 평면의 사진이 어느새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입체사진으로 변한다. 그럴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2. 원주 반곡초등학교 학생들은 얼마 전 인근의 무릉박물관을 찾았다. 이곳 역시 초등학교의 스마트 박물관 체험 학습이 많은 곳이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학생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전시된 고서화 앞에서 스마트 탭으로 교육 강사가 보낸 미션을 보면서 각자의 할 일을 나눈다. 탭에 터치를 몇 번 하자 이내 눈앞에 있는 책의 저자와 연대, 내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곧바로 자신들의 미션 결과물을 교사에게 보낸다. 교사로부터 몇 가지 보완하라는 지시가 내려지고 그 내용이 기기에 뜬다. 자료 찾는 것에 재미를 붙인 학생들의 터치하는 손길이 더욱 바빠졌다.

‘박물관에나 있을 OO’은 이제 옛말

흔히들 고루한 물건이나 사람에 대해 ‘박물관에나 있을 OO’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요즈음 박물관이 ‘고루’한 유물로 가만히 제자리만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우리가 IT(정보기술)의 혜택을 받아 편리하고 스피드한 생활을 하듯 박물관도 그에 걸맞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박물관은 그 최전선에 있다. 스마트 박물관이란 용어가 왠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박물관은 더 이상 조용히 감상하고 배우는 곳이 아니다. 직접 참여하고, 느끼고, 체험하는 교육 프로그램 덕분에 더욱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다. 실제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콘텐츠를 학습 목적이나 주제에 따라 스마트 기기와 앱을 활용해 미션 형태로 프로그램을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우리 역사와 역사 속 인물, 문화에 많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해 즐거움까지 가득 안겨준다.

지난 5월 여주의 도자박물관에서 만난 초등학교 4학년 김민기군은 “스마트폰을 도자 주위에 갖다 대자 곧바로 유물 관련 정보가 나왔다. 전산 오류로 버그가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 영화 매트릭스를 보는 느낌이었다”며 “청자와 백자, 분청의 재료와 색 등에 따른 시대별 도자의 특징과 역사가 스마트폰 화면에 떠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영화 매트릭스의 프로그램을 구현한 아키텍트는 “나는 인간이 아니기에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기계와 인간 사이의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약간 비약한 비교지만 박물관의 유물과 인간 사이에 IT가 개입함으로써 인간 세계를 더욱 인간답게 구현하는 것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인간에게 인문학적 지식을 제공해 인간의 삶이 좀 더 풍부해지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진보한 IT 기술인 비콘(becon)의 정보 제공 기능이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단순히 콘텐츠에 대해 이해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관람객이 비콘 가까이에서 전시물을 감상할 때마다 비콘이 그 전시물 정보를 음성이나 문자,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한다. 감상 중인 전시물과 유사한 스타일의 정보도 무궁무진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덕분에 일선 학교의 수업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교사와 학생이 쌍방향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전시물과 관련한 미션(과제)을 비콘에 연동하면 얼마든지 이런 작업이 가능하다. 일정 범위에 관람자가 들어서면 스마트 기기에 알림 형태로 미션이 전달된다. 학생들이 미션을 수행해 교사에게 보내면 교사의 코멘터리가 다시 전달돼 실시간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도 최근 스마트 박물관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미 국·공립박물관에 이어 사립박물관에도 관련 투자를 한 상태다. ‘인문학 부흥’을 기치로 내건 스마트 박물관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는 문제 해결력과 자기 주도 학습 능력, 창의성 함양, 인문학적 소양,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등을 향상시켜 우리 미래의 인재로 자라나게 한다는 계획이다. 문화 기반시설인 박물관 이용객 1억명 시대에 대비해 사회 교육 기능과 역할을 키우는 작업의 하나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의 지적·예술적·문화적 인성과 교육적 역량의 기본이 되는 인문학 교육을 생활 속에서 즐거운 놀이로 자리 잡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국 27개 국·공립박물관에서 무료 체험

부모나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다양하다. 현재 스마트 박물관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전국의 국·공립박물관과 사립박물관은 △DMZ 박물관(고성)의 ‘DMZ 러닝 맨’(Learning Man) △경기도어린이박물관(용인)의 ‘신데렐라를 찾아서’ △목아박물관의 ‘언제까지 눈으로만 볼래?’ △북촌생활사박물관(서울 종로)의 ‘북촌역사탐방-스마트한 보물 찾기’ △전곡선사박물관(연천)의 ‘진화의 발걸음을 따라서’ △옛터민속박물관(대전)의 ‘옛터민속박물관아 노올자!’ △세계술문화박물관리쿼리움(충주)의 ‘냠냠냠, 할머니의 부엌’ △대구대학교 중앙박물관의 ‘역사랑 만나 생각 통통 문화랑 놀고 감성 쑥’ 등 총 27개 관이다.

단체로 스마트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면 국·공립박물관은 해당 박물관 홈페이지를 이용하고, 사립박물관은 ‘길 위의 인문학’(museumonroad.org)을 통해 참가 박물관에 문의한 후 신청하면 된다. 박물관 입장료와 체험비는 무료이며, 차량(버스)도 지원된다. 기간은 오는 10월까지이고 대상은 전국 초·중·고등학생이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 디지털 기기를 조작해 원하는 작업을 실행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말한다. 리터러시는 본래 문학을 뜻하는 말이다. 이 말이 의사소통 능력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확장됐다.(출처: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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