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vs 김부겸’ ‘오세훈 vs 안철수’ 빅매치 뜨나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5.06.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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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 잠룡들 맞대결 가능성에 벌써부터 ‘들썩’

온 나라가 ‘메르스 사태’ 소용돌이에 휩쓸린 와중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에 대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여권 ‘거물’들의 총선 행보가 광범위하게 포착되고 있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원외 중진급 인사나 인지도 높은 인물들의 출마 예정지가 잇따라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여의도를 떠났던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귀환 움직임을 보이면서 20대 총선 레이스가 일찌감치 불붙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이들의 발걸음이 일찍부터 분주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와 무관할 수 없다. 20대 총선은 내년 4월 치러진다. 2017년 12월에 치러지는 19대 대선을 1년 8개월 앞둔 시점이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의미심장한 타이밍이다. 다가올 총선은 대선을 앞둔 여당의 권력 구도를 대대적으로 재편하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외에 있던 ‘거물’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월29일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대구 수성 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아 인사를 건네고 있다. ⓒ 연합뉴스

김문수, 김부겸 바람 잠재우고 ‘TK 맹주’ 노려 

지난 19대 총선 당시의 상황과 비교해보자. 19대 총선은 대선을 불과 8개월 앞둔 2012년 4월 치러졌다. 무엇보다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차기 대선 후보로 ‘대세’를 굳히며 당권마저 장악하고 있었다.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여당 내 권력 구도에 큰 변화가 생기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여권의 19대 총선은 온전히 ‘박근혜의 선거’였다. 박근혜 위원장은 당명과 상징색까지 바꾸며 MB(이명박) 정권과의 전면 차별화를 꾀했다. 야권이 내건 ‘정권 심판’ 프레임은 ‘박근혜’라는 강력 대선 주자를 내세운 여권의 이미지 전략에 힘을 못 썼다. 결국 19대 총선은 ‘과반 의석’ 승리를 진두지휘한 박근혜 위원장의 입지가 더욱 굳어지는 계기가 됐다.

20대 총선 상황은 사뭇 다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대세’로 꼽히는 차기 대선 주자가 없다. 대선까지 1년 8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총선이 치러진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총선 전까지 특정 대선 주자가 급부상해 당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선거를 주도할 가능성은 작다. 결국 각 대선 주자별, 혹은 정치 세력별로 당내 입지 확장 및 권력 장악의 발판으로 총선을 활용하려는 전략적 행보가 활발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관건은 ‘드라마’다. 원외에 있던 거물급 인사들이 어떤 ‘드라마’로 복귀전을 장식하는지가 그들의 정치적 운명은 물론, 여권의 권력 지형을 결정지을 수 있다. 이들이 어떤 지역구에서, 누구를 상대로 도전에 임해 선거전을 이끌어 나가는지가 향후 대권 구도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 면에서 현재 가장 눈길을 끄는 ‘폭풍의 눈’은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큰 ‘잠룡’들이다. 경기도지사 출신인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 재직 시절 자신의 지역구였던 경기 부천 출마를 포기했다. 대신 출마를 노리는 곳은 대구 수성 갑이다. 이곳에서 4선을 한 현역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경북 영천 출신인 김 위원장이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을 자신의 지지 기반으로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여권의 주요 대선 주자임에도 당내 지지 기반 및 핵심 보수층의 지지가 취약하다는 것이 줄곧 약점으로 거론돼왔다.

수성 갑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만만치 않은 상대와의 결전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전 의원이 그 상대다. 야권의 ‘잠룡’으로 꼽히는 김 전 의원은 최근 선거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대구 지역 공략에 거듭 나서 유의미한 성적을 이끌어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40.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수성 갑 지역에서 51% 상당의 지지를 얻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추세라면 민주당 계열 후보로 대구 입성을 기대해볼 만하다. 부산에 이어 대구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내는 ‘드라마’를 연출해 TK 지역 기반 및 당내 입지를 확보하는 것, 대구 수성 갑에 눈독 들이는 김 위원장의 전략적 목표다. 성공할 경우 PK(부산·경남)를 지지 기반으로 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상대로 대립각을 세우며 대권 경쟁을 본격화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이 지역 공천권을 따내는 것이 우선 과제다. 현역 비례대표 의원인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지역 일꾼’을 내세우며 대구 수성 갑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만약 김 위원장이 공천을 따내면, 여야 잠룡이 대구에서 숙명의 맞대결을 벌이는 20대 총선 빅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3월26일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울 관악 을 새누리당 오신환 예비후보(오른쪽)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선대위 발대식에서 함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오세훈, 정세균의 종로냐 안철수의 노원이냐

또 한 명의 여권 장외 ‘거물’인 오세훈 전 시장의 총선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1년 서울시장직 사퇴로 정치생명에 위기를 맞았던 오 전 시장은 이번 총선을 ‘부활’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미 정계 복귀의 주춧돌은 놓아둔 상태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 측근 오신환 후보의 서울 관악 을 당선에 기여하면서다. 서울시장 경력, 폭넓은 대중 인지도가 강점인 오 전 시장은 새누리당 내에서 수도권 공략의 유력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스스로도 “어려운 곳, 상징적인 곳에 나갈 생각”이라는 뜻을 밝히는 등 ‘고난도’의 복귀전을 승리로 이끌어 정치적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서울 종로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1번지’의 상징성을 지닌 서울 종로는 여야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역구다. 역대 총선에서 여야의 대표급 인사들이 출격해 수도권 판세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한 명인 정세균 새정치연합 의원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해 수도권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은 오 전 시장에게 매력적인 정계 복귀 ‘드라마’일 수 있다. 서울 광진 갑·을, 노원 병 등 현역 야당 의원들과의 대결이 불가피한 주요 격전지도 함께 거론된다. 특히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버티는 노원 병 출마가 이뤄질 경우 ‘오세훈 대 안철수’의 빅매치 카드는 전국 선거의 향방을 가늠할 풍향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노원 병보다는 종로를 더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원외 거물급’ 인사들 가운데 내년 4월 총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또 한 명으로 주목되는 인물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더불어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전관예우’ 논란으로 낙마한 불명예를 만회하는 차원에서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져왔다. 실제 안 전 대법관의 명예회복 의지가 강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번 황교안 총리 인준을 지켜보면서 야권과 언론에서는 “차라리 황 총리보다는 안 전 대법관이 훨씬 더 도덕성에서 나은, 흠결 없는 총리 후보였다”는 새로운 평가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안 전 대법관이 고향인 PK 지역을 맡아 야권의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권영세 전 주중대사 ⓒ 시사저널 포토

‘재평가론’ 나오는 안대희, PK 출마설도

서울 종로에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과거 이 지역에서 3선을 했던 박진 전 의원 등도 거론된다. FIFA(국제축구연맹) 회장직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진 정몽준 전 의원의 종로 출마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원외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구가 바로 서울 종로인 셈이다. 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서울 종로와 함께 서울 양천 갑, 경기 의왕, 경기 과천 등도 출마 예정지로 거론되고 있다. 18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첫 입성한 조 전 수석은 19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여성부장관·정무수석 등 굵직한 직위를 거친 만큼,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을 따내 선거 경쟁력을 입증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 영등포 을에서 18대 의원을 지냈던 권영세 전 주중대사도 20대 총선을 통한 여의도 복귀를 꿈꾸고 있다. MB 정권 당시 ‘실세’로 꼽혔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자신이 3선을 한 경기 성남 분당 을에서 여의도 재입성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선 의원 출신으로 지난해 충남도지사 선거에서 분루를 삼킨 바 있는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은 충남 공주에서 다시 원내 진입을 노리고 있다.

현재 여권의 대선 주자 가운데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로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 대표로서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무기는 그의 손에 들려 있다. 하지만 총선 승리를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도 함께 짊어지고 있다. 여의도 복귀를 선언한 원외의 ‘거물’들은 가깝게는 동지, 멀게는 적일 수밖에 없다. 적재적소에 기용해 선거전 승리에 활용해야 하지만, 여권 내 권력 재편을 염두에 둔다면 일정 부분 견제할 필요성도 있는 셈이다. 자신의 권력 기반을 공고하게 만들 수 있는 형태로 공천을 진행한 다음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진두지휘해 대권 가도를 탄탄히 다지는 것, 김무성 대표가 연출하고 싶은 총선의 ‘드라마’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총선 레이스가 여당의 역학 관계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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