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혁명은 한국 석유화학 업계에게 실질적 위협”
  • 송준영 (song@sisabiz.com)
  • 승인 2015.07.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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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납사 제품, 미국산 셰일 제품보다 훨씬 비싸...국내 업체, 셰일 설비 증설 ‘박차’
LG화학 납사분해시설(NCC) LG화학 제공

셰일가스 혁명이 국내 석유화학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원유 추출물을 분해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반면 미국 업체들은 셰일가스를 분해한다. 미국 석유화학 업체들은 자국내에서 대량생산한 셰일가스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해 가격경쟁력에서 국내 업체들을 압도한다.  

 

석유화학 산업에서 원유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셰일가스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에틸렌(ethylene) 생산원가 차이 때문이다. 에틸렌은 석유화학 제품 기본 재료다. 에틸렌을 셰일가스에서 에틸렌을 추출하는 것이 원유 추출방식보다 싸다.

 

그러다보니 미국 업체가 생산한 에틸렌 값이 훨씬 싸다. 아시아와 유럽 에틸렌 가격은 6월 중순 톤당 1400~1600 달러지만 미국 에틸렌 값은 톤당 800달러에 불과했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은 미국산과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지금 납사가격이 떨어졌다 해서 장밋빛 미래를 점쳐선 안 된다”며 “납사에 기초한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셰일가스 저가 공급은 실질적인 위협”이라 평했다.

 

 

◇ 납사에 의존하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

 

원료에 따라 에틸렌 생산방식이 다르다. 원유를 증류해 생산한 납사(Naphtha)에서 에틸렌을 생산하는 방법과 셰일가스에서 에탄(Ethane)을 추출해 에틸렌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석탄을 이용해 에틸렌을 만들기도 하지만 환경 오염 탓에 중국 외에서 사용되지 않는다.

 

납사 기반 에틸렌은 납사분해시설(NCC, Naphtha Cracking center)을 통해 에틸렌을 생산한다. 셰일가스를 통해 에틸렌을 만들기 위해서는 에탄분해시설(ECC, Ethane Cracking Center)을 통해야 한다. 천연가스를 액화(NGL, Natural Gas Liquid)시켜 에탄(ethane)을 추출한 다음 에틸렌을 생산한다. 생산 공정이 다르기 때문에 공장 설비도 다르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는 아직 납사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선 셰일가스 매장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셰일가스를 옮길 파이프라인은 북한에 막혀있다. 셰일가스를 액화시켜 바다를 통해 수입하는 것은 비용이 든다. 무엇보다 에탄을 분해하는 에탄분해시설이 없어 납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여수, 여천, 울산 등에 납사분해시설을 갖춰 에틸렌 연간 830만 톤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석유화학 기업 70% 이상이 주로 에탄분해시설를 통해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 기업은 주로 석탄을 활용한 공정(CTO, Coal To Olefin)을 통해 에틸렌을 생산한다. 중국은 최근 셰일가스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 저유가,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불어 온 훈풍일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2분기 석유화학 업종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가(低價) 납사 공급으로 에틸렌-납사 스프레드(가격 차)가 개선된 덕이다. 유럽 경제 하강에 영향을 미치는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이슈, 중국의 낮은 경제 성장으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 이란의 원유 수출 물량 증가로 13일 현재 두바이유는 배럴당 5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6월 배럴당 63.02달러에 비해 5달러 떨어진 수치다.

 

저유가는 납사를 기반으로 하는 국내 화학업계에 희소식이다. 석유화학은 장치산업이라 가공비가 적게 든다. 대신 원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석유화학 제품의 제조원가 60~80%가 원료비다. 원료인 납사 가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수익성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가 하락으로 업계 상황이 나아졌다”며 “저유가 기조 덕에 납사분해시설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7일 ‘에너지 단기 전망’ 보고서에서 원유 값이 올해 평균 60달러 선을 유지하다 내년이면 7달러 오른 67달러를 기록할 것이라 예측했다. 유가가 오르면 납사 기반 석유화학 기업은 수익성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 셰일 설비 증설에 투자하기 시작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

 

윌리엄 래섬(William Latham) 미국 댈러웨이대학교 에너지환경정책연구소 교수는 10일 제 4회 AEEPRN(아시아 유럽 에너지 정책연구 네트워크) 연례회의에서 “에너지 판도가 석유중심에서 셰일가스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며 “아시아 국가와 기업이 이에 대비해야 에너지 전환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은 셰일가스 같은 비전통 석유가스에 이제 발걸음을 뗐다.

 

LG화학은 카자흐스탄 국영 기업 UCC, 민간기업 SAT와 합작해 아티라우(Atyrau) 특별경제구역 부지에 연산 에틸렌 84만 톤, 폴리에틸렌(PE) 80만 톤 규모 ECC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당초 2016년 가동하려 했지만 일괄수주(EPC) 계약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LG화학은 2019년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북미 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탄분해시설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설한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석유화학 회사 액시올과 합작해 2018년부터 연간 에틸렌 100만 톤을 생산하는 계약을 맺었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3월 석유 개발회사 플리머스(Plymouth)와 케이에이 헨리(KA Henry)가 갖고 있던 미국 내 셰일가스 생산 광구 두 곳의 지분을 3781억 원에 인수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현지에서 셰일가스 생산기지를 확충하는 US인사이더(미국 내 사업 확장) 전략을 펼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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