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임직원 “금융위 탓에 우리은행 민영화 난항”
  • 류혜진 (ryoo@sisabiz.com)
  • 승인 2015.07.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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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위 판단 실수로 매각 늦어져···주가 추락해 공적자금 회수 전망도 어두워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은 7월 중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요원하다. 제 값 받고 팔 가능성은 물 건너 간 듯하다. 우리은행 임직원은 금융위원회 판단 실수 탓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분리 매각을 추진하는 바람에 우리은행 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한다는 것을 우리은행 민영화의 최우선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자위는 이 원칙에 기초해 7월 중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마저도 매수 희망자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듯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 매력을 느껴 제 값을 쳐줄 투자자가 없다”며  “연내 매각이 목표지만 성사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 생명보험사, 자산운용 등 비은행 계열사를 모두 팔아 우리은행밖에 남지 않아 투자 매력이 떨어진 탓이다.

 

외국인 투자자도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지난 6월 해외 투자설명회를 가졌으나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위, 자회사 분리 매각 추진으로 우리은행 투자 매력 상실

 

우리은행 주가는 6월 들어 9000원대에서 횡보하다가 지난 15일 893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5월초 1만1000원대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지방은행과 증권계열 자회사를 매각하기 전엔 주가가 1만2천원을 웃돌았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터무니없이 낮다”며 “우리도 자나깨나 민영화를 생각하지만 헐값에 어떻게 파냐”고 토로했다.

 

우리은행이 투자 매력을 잃게 된 결정적 계기는 분리 매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2013년말부터 지난해 6월까지 증권, 보험, 파이낸셜, 지방은행 자회사를 순차적으로 매각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몸만 두고 팔 다리를 모두 잘라버린 꼴이다”며 “예대마진에 의존한 은행만으로 은행 사업을 꾸려갈 수 없다”고 말했다.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은 2013년6월 매수자가 있는 지방은행과 비은행계열 자회사부터 팔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지주사 일괄매각 방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초엔 우리금융지주 지분 30%을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 30%을 얹어서 팔 계획이었다. 하지만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자 우리은행만 남겨 투자자의 부담을 덜고자 했다.

 

공자위는 백서에서 자회사 분리 매각의 장점으로 회수 금액 극대화를 꼽았다. 상황은 예상과 달리 전개됐다. 저금리가 지속되자 은행의 수익성은 떨어졌다. 오히려 비은행 부문이 금융지주 수입원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선뜻 은행을 인수하겠다는 나서는 곳이 없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기식 의원(새정치)은 정부가 “시장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패키지 분리 매각을 고집한 결과 농협만 대형 증권사를 싸게 인수했다”며 “이자 6조원 회수는 꿈도 못꾸게 됐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 임직원은 “우리은행만 남은 뒤 경쟁력을 잃었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조합도 경영진과 생각을 같이했다. 노조 관계자는 “다들 지쳐있다. 빨리 민영화해야 주가도 올라간다. 경쟁력은 낮아질대로 낮아졌다”고 자평했다.

 

카드 부문도 수익전망이 좋지 않다. 결제금액이 소액화하고 체크카드가 성장하면서 카드 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경쟁 은행들은 증권사나 자산운영사를 거느리고 투자은행(IB) 사업을 운영한다. 우리은행은 IB부분을 사업부서 형태로 두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4월 NH투자증권에 팔렸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주가 오르기를 기다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가에라도 일부 지분을 팔아 민영화하면 주가가 오를 수 있다. 그 뒤 나머지 예보 지분 30% 매각을 추진하면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7월15일 기준 우리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3%다. 금융지주사와 은행 7곳 평균인 0.5%에 크게 못 미친다. 예대마진 비율도 1.5% 밑으로 떨어졌다. 예대마진으론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각 적기를 놓치는 바람에 이미 기업가치는 보잘 것 없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대우조선해양이 해양 플랜트 사업에서 2조원가량 손실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신용공여액(대출채권, 지급보증, 유가증권) 550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익성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 “매각 적기 놓치는 바람에 기업가치 하락”

 

금융위는 이달 중 수요 조사 결과를 반영한 매각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연내에 팔고자 하나 적합한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매각 작업을 무기한 미룰 가능성도 시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 가치가 폭락해 외국계 은행에 매각되는 극단적 상황도 배제하지는 못한다”며 “사모펀드 같은 재무적 투자자에게 팔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주요 주주로 연기금으로 구성할 가능성은 낮다. 전략적 투자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영 의지가 있는 전략적 투자자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임직원은 주주의 성격은 따지지 않는다. 산업자본이 인수한다고 해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자본은 은산분리 규정 탓에 지분 4% 이상 취득할 수 없다. 기업 여러 곳이 4%씩 분할 매입해 대주주로 등장해도 무방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KB, 신한, 하나의 주주구성을 봐라. 특별난 대주주가 있는 게 아니다. 주주 구성이나 공적자금 회수보다 금융 발전이라는 원칙을 우선해야 한다. 금융위가 우리은행 매각 불발의 원흉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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