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날리지 말자]① 은퇴자, 가맹점 창업에 내몰려
  • 김명은 기자 (eun@sisabiz.com)
  • 승인 2015.07.20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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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창업이 70% 이상...과당 경쟁으로 손해 보고 폐점하기 일쑤

2015년 6월 현재 자영업자 수 566만9천명. 전체 근로자 2천620만5천명 가운데 21.6%를 차지한다. 무급가족종사자나 임시근로자, 일용근로자 등을 제외하면 자영업자 비중은 더 늘어난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 뿐 아니라 경제 불황으로 앞당겨 직장을 잃은 은퇴자들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자영업 창업에 내몰리면서 많은 구조적인 문제에 노출되고 있다.

 

그 중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자의 고통이 심하다. 가맹본부의 허위·과장 정보 제공, 부당한 영업시간 강요, 가맹계약 중도 해지시 과도한 위약금 요구, 잦은 매장 환경개선 요구,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 등 갑질로 표현되는 갖가지 부당행위 탓에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시사비즈는 국내 가맹사업 전반을 검토하고 관련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A씨는 서울시내 한 여대 앞에서 밥버거 가게를 운영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업종을 변경하기로 했다. 당초 가맹본부와 2년간 계약했지만 가게 문을 열고 난 뒤 내내 적자에 시달려 계속 끌고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초기에 투입한 가맹비 3000만원까지 포함하면 A씨가 손해 본 돈은 무려 1억원 가까이 된다. 다행히 가맹본부가 초기 인테리어 작업 외에 특별히 가맹점 관리에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덕분에 위약금은 물지 않았다.

 

A씨가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을 알면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지나치게 낮은 마진율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밥버거는 아침식사 결식률이 높은 학생과 직장인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전략으로 승부했다.

 

뜻밖에도 가맹본부에서 질 좋은 식자재를 공급하는 바람에 밥버거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장사가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간단한 한끼 식사대용으로 싼 가격의 밥버거를 활용하는 게 가히 나쁘지 않았다.

 

A씨는 "손님들이 먹기엔 꽤 괜찮은 음식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도 남는 게 있어야 장사하지 않겠나. 그런데 가맹본부는 가맹비만 챙기면 그 뿐"이라며 "초반에 교육하고 인테리어 지원해준 것 말고는 가맹점을 관리하지 않았다. 매출을 살피지 않았고 폐점하든 말든 신경도 안 쓴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국내 가맹점 사업 어떻게, 얼마나 이뤄지고 있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2014년 현재 전국 가맹본부는 3천482개에 이른다. 가맹 브랜드는 4천288개, 가맹점은 19만4천199개, 직영점은 1만2천869개다.

 

가맹본부는 2010년 2천42개에서 1천440개나 늘었다. 같은 기간 브랜드(1천738개), 가맹점(4만5천480개), 직영점(3천392개)도 크게 증가했다.

 

업종별로 구분했을 때 가맹본부의 경우 외식업 비율이 72.4%로 서비스업(18.6%), 도·소매업(9.0%)과 비교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반면 가맹점의 경우 외식업 비율이 45.8%로 서비스업(31.6%), 도·소매업(22.6%)과 격차가 크지 않다.

 

이는 가맹본부 설립의 용이성 여부와 가맹점 업종에 대한 선호도 차이에서 비롯됐다.  

 

권재두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가맹거래사는 "가맹본부 수에서 외식업 비중이 높은 것은 기존 외식사업자들이 쉽게 가맹본부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맹점 가운데 편의점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데 이것이 도·소매업으로 분류돼 가맹점 비율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퇴자들이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서비스 업종을 주로 창업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맹점이 해마다 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중소기업청 '전국소상공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82.6%가 '생계유지를 위해서(다른 대안이 없어서)' 자영업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창업을 통해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서'와 '가업승계를 위해서'라고 답한 자는 각각 14.3%, 1.3%에 불과했다.  

 

이는 가맹점 사업자도 다르지 않다.  

 

◇힘들 게 시작한 사업, 손해 보고 손 터는 경우 부지기수

 

가맹점 사업의 과잉진입은 과당경쟁을 낳고 종국에는 경제활동 기간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폐업 후 수익성을 쫓아 업종을 변경하고도 거듭 실패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엔 자산을 소진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

 

폐점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다.

 

국내 자영업은 한번 인기를 끄는 업종이 생겨나면 너도나도 뛰어들어 포화상태가 될 때까지 덩치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

 

한동안 떡볶이, 스몰비어, 밥버거 등의 가맹점 사업이 바람을 타더니 최근엔 빙수, 추러스 등 새로운 업종으로 인기가 옮겨가는 추세다.

 

문제는 가맹사업자가 매장을 개장한 직후 가맹본부가 주변에 동일 매장을 연이어 오픈하는 식으로 손해를 끼치는 경우다. 실제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불공정피해상담센터에 이 같은 피해 사례가 상당수 접수되고 있다.

 

유행을 탈 때 가맹비만 챙기겠다는 '치고 빠지기'식 전략을 펼치는 악덕 업체도 존재한다.

 

임대료 부담에 사업을 접을 때도 있다. 이는 비교적 규모가 큰 가맹점 사업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지난해 말 강남구 신사동의 스타벅스코리아 매장 철수와 홍대역 인근 파리바게뜨 폐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상황이라면 가맹사업 희망자들은 사전에 반드시 폐점률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가맹점 폐점률에 대한 공식 통계가 없어, 공정위 정보공개서 업종별 최근 3년간 가맹점 수 변동 자료를 통해 추산해야 한다.

 

권재두 가맹거래사는 "민간 기관에서 폐점률 통계를 내기엔 업체 수가 지나치게 많아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현재는 가맹본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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