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날리지 말자]④ 정부, 가맹점주 권익보호에 ‘미적’
  • 김명은 기자 (eun@sisabiz.com)
  • 승인 2015.07.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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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는 갈수록 느는데 창업 지원 주먹구구
 

"창업 지원은 많은데 어디서 어떻게 지원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예비 창업자)

"가맹점주협의회라는 게 있어요? 처음 들어보는데..."(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프랜차이즈 가맹점 운영자)

취업난과 베이비부머 은퇴의 여파로 자영업을 꿈꾸는 사람이 해마다 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14년 신설법인 동향'에 따르면 작년 신설법인은 전년대비 12.1% 증가한 8만4천697개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전체의 62.7%인 5만3천87개로 제조업(1만9천509개), 건설업(8천145개), 농·임·어·광업(2천593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베이버부머 세대인 40~50대 중장년층이 전체의 64.9%에 해당하는 5만4천998개 법인을 신설했다.

주로 은퇴자들이 도·소매업이나 숙박, 음식점업 등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서비스업종 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자영업 창업 인구의 증가와 함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 기구 등이 실시하는 창업 지원 제도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쏟아지는 창업 지원책,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정부는 서민경제 회복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올해 예산안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규모를 지난해(1조2천억원)보다 많은 2조원 규모로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신설해 소상공인들의 전용기금 기관으로 운용한다. 이를 위해 국회는 작년 연말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예비 창업자들은 앞으로 소상공인창업자금 부문에 지원해 연 최대 2.94% 금리로 융자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자금 융통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이밖에도 소상공인 사관학교, 창업인턴제, 재도전 성공 패키지 사업, 희망리턴 패키지 사업, 소공인특화지원센터, 소상공인협동조합 지원 등의 정부 창업지원 정책을 활용할 수 있다.

서울시가 산하기관인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을 통해 창업스쿨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같이 각 지자체에서도 창업 지원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청도 창업, 벤처기업 지원 사업을 해오고 있다.

창업 지원 제도는 이처럼 다양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자금 지원의 경우 주로 창업 전후 1년 안팎에 몰려 있어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정부가 지속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지원책을 제시하기보다 당장의 실업률을 낮출 수 있는 언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으로  생색내기를 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제도를 활용할 방법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창업자들도 있다. 수많은 창업지원 제도를 한 곳에서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창업 지원이 다소 무분별하게 이뤄진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중앙과 지방정부의 역할이 다르고, 상호간 행정적 경쟁을 통해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면서 "현재로선 중소기업청이 사실상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 안에서 지자체는 네트워크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가맹점주 ‘반쪽짜리’ 보호, 시행령 정비 문제 남아

가맹본부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국회는 지난 2013년 7월 제도 보완 차원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를 개정했다.

가맹계약 시 영업지역 설정 의무화 및 계약기간 동안 영업 지역내 추가 가맹점·직영점 설치 금지,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행위 금지, 예상 매출액 자료 서면제공 의무화, 허위·과장 정보제공 시 벌금액 상향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와 함께 개정법은 가맹점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동일 브랜드 가맹점 단체에 단체 협의권을 부여했다. 가맹점주협의회로 불리는 가맹점 사업자 구성단체가 가맹본부에 거래조건 협의를 요청할 수 있고, 가맹본부는 이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가맹점주협의회는 같은 브랜드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단체로, 법 개정 전에도 꾸준히 활동해온 곳이 많다.

이승우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장은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15년 전부터 협의회를 구성해 인터넷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소통에 신경써왔다"면서 "법 개정 이후 협의회 구성이 브랜드별로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맹점주협의회의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법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사무국 조영민 팀장은 "국회가 가맹점주협의회 구성 근거 규정을 만들어놨지만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시행령을 정비하고 있지 않아 이 단체의 성격이 아직도 애매모호한 상황”이라며 “공정위가 행정업무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랜차이즈인프라 이재복 가맹거래사는 "법에서 가맹점주협의회를 명명한 것 자체가 일단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당초 법에 가맹점주협의회 정의 규정을 집어넣었다면 조금 더 실효성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시행령을 통해서라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과는 또 다른 성격의 단체인 가맹점주협의회가 불공정 거래행위로 피해를 입고 있는 가맹점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실질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신고·등록·허가제 여부 등 가맹점주 단체의 설립형태나 교섭 기간, 효력에 대한 내용이 법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협의회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는 지 현황 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최근 강남구에 빙수 전문점을 오픈한 한 점주는 협의회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와 가맹사업 발전을 위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현재 (시행령 정비에 대해) 고민 중”이라면서도 “사업자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단체의 등록을 법제화하는 것은 객관적이지도 않고 법의 목적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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