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때마다 뉴스가…유명세 톡톡히 치르는 유승민
  • 김태은│머니투데이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5.08.12 18:51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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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박상천 고문 빈소 나타나자 ‘비노와의 신당설’ 돌기도

 

8월5일 박상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빈소에서 단연 눈길을 끈 이는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었다. 야권의 지형 재편 움직임 속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한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그의 행보에 따라 ‘비노’ 중심의 신당이 상당한 폭발력을 지닐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야권 내 비노 유력 인사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인 이날 빈소에서 과연 손 전 고문의 등장이 신당 논의에 불을 붙일 수 있을지 주목됐다.

7월1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대구 동구 용계동 집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신당은 무슨 신당이냐” 펄쩍

그런데 이날 빈소에 등장해 도화선이 된 이는 뜻밖의 인물이었다. 다름 아닌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초 원내대표 사퇴 이후 국회 바깥에서는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 전 원내대표의 부친인 유수호 전 국회의원이 13·14대 국회에서, 유 전 원내대표 본인은 18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박상천 고문과 활동을 함께 한 인연으로 조문을 온 것이다.

야권 인사들이 대부분인 빈소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공교롭게도 손 전 고문과 김부겸 전 새정치연합 의원 등이 자리한 테이블로 안내됐다. 이 자리에 동석한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김 전 의원과 함께 유 전 원내대표를 “대구의 두 기대주”라고 치켜세우며 시종 살갑게 그를 반겼고 손 전 고문도 그에게 “얼굴이 좋다”며 덕담을 건넸다. 그러다가 불쑥 임 전 의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손(학규) 대표 왔지, 유(승민) 대표 왔지, 여기 신당 창당 하나 하겠네”라고 농담을 건넨 것. 유 전 원내대표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의 비주류·비노 쪽에서 유 전 원내대표를 향해 신당을 거론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8월6일 새정치연합 대표단 일원으로 충남도청을 찾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승민 같은 사람이 비노와 함께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나 임 전 의장의 개인적인 호감을 넘어 실제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야권의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유 전 원내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껑충 뛰어오른 데는 중도 성향의 야권 지지자들과 무당층의 기대감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유 전 원내대표에겐 사뭇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살아 있는 권력’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란 낙인이 찍힌 그에게 야권의 호의적 반응은 썩 반갑지 않다. 더구나 신당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그의 정치 행보를 곡해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유 전 원내대표도 자신과 야권 신당을 결부시켜 나오는 이야기에 당혹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한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원내대표 주변 인사들도 “신당은 무슨 신당이냐”며 펄쩍 뛴다. 유 전 원내대표 또한 야권 신당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탈당이 전제되는 신당 참여는 있을 수 없다는 뜻에서다. 유 전 원내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에 대한 애정과 주인의식이 남다른 사람”이라며 “새누리당과 분리해서 보려는 생각은 착각이나 음해에 가깝다”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후 언론 접촉을 삼가면서도 일상적인 대외 활동은 지속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원내대표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 국회에 출근해 통상적인 의정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상임위인 국방위원회가 열릴 때는 물론 상임위 회의가 없을 때도 의원회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대표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과 만나는 데 집중했던 것에 비해 지금은 외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면담이나 식사 자리 등에서 만나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사석에서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우스갯말로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등 ‘사퇴 파동’ 후에도 위축되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계’ 구축 위한 행보 소문 나돌기도

일각에서는 ‘유승민계’ 구축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실제 유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과도 옛 원내대표단 인사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원내대표직 사퇴 직후 원내부대표들과 회포를 푸는 ‘뒤풀이’ 모임을 갖기도 하고, ‘사퇴 파동’ 당시 유 전 원내대표에 우호적이었던 비박계 재선 의원들의 모임에 참석해 친밀감을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 7월 말에는 옛 원내대표단 정기 모임에 참석해 친목을 이어갔다는 후문이다. 그 밖에도 개별적으로 모임이나 만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적인 해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남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7월 중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유 전 원내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주선하려 했으나, 유 전 원내대표는 “천천히 만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또한 이종걸 원내대표가 유 전 원내대표와 만나기를 희망했으나 유 전 원내대표가 “나중에 보자”고 만남을 미루는 문자메시지가 포착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 때 대구 지역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공천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괜히 유 전 원내대표와 어울리면 청와대에 찍혀 나중에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돌기도 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파동 당시 대구  지역 초선 의원들이 유 전 원내대표와 함께 총선에서 심판받아야 한다는 선동성 이야기가 돌면서 이들 의원 사이에 비상에 걸리기도 했다.

유 전 원내대표 측에서도 ‘최악의 상황’에 대한 경계감은 엿보인다. 유 전 원내대표와 함께 원내 지도부에 몸담았던 한 영남 지역 새누리당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게 된 배경에 대해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공천에 시선이 쏠리지 않겠느냐”며 “그렇다면 오히려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공천에 영향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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