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별’은 달아서 뭐하나
  • 김병윤 기자 (yoon@sisabiz.com)
  • 승인 2015.09.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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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 임원들과 관련해 종종 놀랄 때가 있다. 먼저 수화기로 넘어오는 목소리에 놀라고, 얼굴을 맞대고 앉았을 때 다시 놀란다. 일반적인 임원 이미지에 비해 젊기 때문이다.

임원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기사 딸린 고급 세단, 한도가 빵빵한 법인 카드, 넓은 사무실 등이다. 하지만 기자에게 금융권 임원은 젊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든다. 다른 업종에 비해 빨리 ‘별’을 달았으니 부러움을 사지만 고충도 만만치 않다.

“급여에서 고정급이 절반으로 줄었다. 최저임금 수준이다. 대신 실적과 연동되는 상여금 비중이 커졌다.”

진급이 빠른 만큼 금융계는 은퇴도 빠르다.  4대 시중은행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14년 정도다. 자산 규모 상위 5개 증권사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10년 남짓이다. 만약 30살에 입사했다면 40대 초중반에 직장을 떠난다는 의미다.

경제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도 금융업 종사자들을 떨게 하고 있다. 최근 2년 간 금융업 일자리가 7500여개나 사라졌다는 통계가 이를 뒷밤침 한다.

다니던 직장에서 퇴출 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대부분 다른 금융사로 옮기거나 직접 투자자문업을 차리는 정도다. 그마저도 퇴직금 털어 넣었다가 빈털터리가 되기 일쑤다.  

회사를 옮기는 경우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급여는 성과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사람은 잘린다.  한 증권사 임원은 “직함만 이사지 영업사원에 불과하다”고 토로한다.

다른 증권사 임원은 “첫 직장은 나름 이름 있는 은행이었다”며 “회사에서 잘려 최근 증권사에 입사해 영업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있다 보니 받아주는 곳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작은 증권사에 들어갔다”며 “이곳은 회사가 작아 조건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고용 불안과 실적 압박이 겹쳐 불완전판매 유혹을 느낀다는 증권사 임원도 있었다.

임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단체에 소속해 중요한 일을 맡아보는 사람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임원을 ‘임시 직원’의 줄임말이라고 자조하는 사람이 많다. 남보다 열심히 일해서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임원 자리에 올랐는데 그들이 파리 목숨이라면 젊은 직장인들은 누굴 보고 뛰어야 할까. 혹여 우리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게 직장인들의 의욕이 떨어져서 그런 건 아닌지 되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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