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내우외환...“안에선 돈 더 달라는데 밖에선 돈줄 말라”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09.08 17:45
  • 호수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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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노조연대 9일 공동파업...유가 하락으로 드릴쉽 수주 연기 줄이어

세계를 호령하던 국내 조선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노조 파업과 수주 취소가 겹치며 3분기 실적회복도 요원해 보인다.

조선사는 2분기 어닝쇼크를 비주력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메운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노조가 반기를 들었다. 노조는 실적 악화 책임은 경영진이기에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단 입장이다. 더불어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수주도 막혔다. 원인은 유가하락이다. 정체된 유가에 석유 기업들이 해양 유전개발 프로젝트를 보류 혹은 취소하고 있다. 하반기 비용은 줄이고 수주는 늘리겠다는 조선사 포부가 무색해졌다.

◇ 시끄러운 집안, ‘조선 빅3’ 노조 9일 공동 파업 예정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업종노조연대는 9일 공동 파업에 나선다. 국내 조선업계 노동자가 공동대응에 나서기는 노조 설립 이후 처음이다.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생존권 쟁취를 위해 파업을 시작했다”며 “회사의 위기는 경영진이 만들어 내놓고 부담은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파업 도화선은 고용 안정성과 기본급 인상이다.

국내 최대 조선노조인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 12만7560원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성과연봉제 폐지,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기본급 동결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 2분기 3조원대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임금 12만5000원 인상, 사내복지기금 50억원 출연, 하계휴가비 150만원 인상, 통상임금 소급분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조는 임금 12만4900원 인상과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 생산성격려금 고정급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비주력자산 매각 및 임금피크제, 기본급 동결로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기에 기본급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8일까지 양측 입장이 상이하게 갈린 가운데 공동파업으로 인한 노사 정면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 꽉 막힌 수주, 유가하락에 드릴쉽 수주 취소·보류 잇따라

노사관계만큼 수주도 꽉 막혔다. 무엇보다 유가하락으로 드릴쉽(drillship) 장삿길이 험난해졌다. 드릴쉽이란 해상에서 원유와 가스 시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선박 형태의 시추 설비다. 한 척당 가격이 최고 1조원에 달한다.

지난달 28일 삼성중공업은 영국 시추업체 시드릴(Seadrill) 사로부터 수주한 드릴쉽 2기의 인도를 올해 11월에서 2017년 3월로 연기했다. 수주 규모는 1조1600억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9일 7034억원 규모 드릴십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 해지 사유는 중도급 미지급 등 계약 불이행이다.

현대중공업은 상대적으로 드릴쉽 수주 상황이 양사보다 낫다는 평가다.

해양조사 전문기관 Clarkson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수주잔고 중 2기가 시추설비(반잠수식 시추선 2기로 추정)다. 삼성중공업의 수주잔고 10기(드릴쉽 7기, 반잠수식 시추선 1기, 및 잭업리그 2기),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고 14기(드릴쉽 11기, 반잠수식 시추선 2기, 잭업리그 1기) 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조선 3사 모두 추가적인 인도 지연 혹은 계약취소 발생 가능성이 남아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조작업이 상당부분 진행된 드릴쉽 계약이 취소될 경우 조선사는 선수금 몰취, 선박의 제 3자 매각을 통해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 그러나 드릴쉽이 중고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선종”이라며 “드릴쉽 수요가 부진해 매각이 지연되거나 실패한다면 조선사가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늘어만 가는 공매도...파업 장기화 될수록 조선불황 늪 깊어져

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조선업체 은행별 여신 현황 자료를 보면 7월말까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3사 공여액은 42조원이다.

업체별로는 현대중공업 여신이 16조401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15조4759억원, 삼성중공업은 10조4432억원 등이다. 조선사 재무 리스크가 드러나면서 공매도가 늘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매도하고 이를 향후에 되갚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가 증가했다는 것은 향후 주가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삼성중공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공매도량이 가장 많았다. 이 기간 총 2320만주가 공매도됐다. 동기간 현대중공업 전체 거래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21.76%(약 326만주)에 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698만주가 공매도 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불황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미 대규모 조직개편을 실시한 만큼 그에 따른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며 “당분간은 노사 양측 모두 손해를 감수하고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만이 더 큰 재앙을 막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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