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값 못한 벤츠, “딜러사와 불통이 화 키웠다”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09.18 17:09
  • 호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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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러와 고객 간 문제 방치 시 벤츠 이미지 타격 불가피
사진 =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홈페이지

# 지난 5월 16일 O씨는 회식자리 후 대리기사를 불렀다. 차량은 3년 리스 계약을 맺은 벤츠 E300. O씨는 취기에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땐 이마는 부어있었다. 차량 뒷바퀴 휠에는 스크레치 자국이 선명했다. 교통사고를 의심했지만 대리기사가 발뺌했다.

O씨는 증거확보를 위해 블랙박스 영상을 재생했다. 하지만 딜러가 무료로 설치해준 블랙박스는 녹화가 되지 않는 불량품이었다. 결국 사고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O씨는 대리회사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딜러에게 벤츠 본사 차원의 보상책 등을 물었지만 딜러는 적반하장이었다. 계약서상 문제가 없다며 화를 냈다. O씨가 딜러에게 거듭 항의하자 “벤츠가 아니라 블랙박스 업체에게 교환을 요구하라”며 “벤츠코리아 본사에 전화해도 답변은 같을 것”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O씨는 “계약 당시 블랙박스 책임에 관한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사건 후 벤츠코리아와 딜러사 소비자센터에 항의했지만 3개월이 넘게 답변을 주지 않았다”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우면서도 이런 문제는 함구하는 태도가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한국에 들어온 벤츠가 ‘이름값 못하는’ 서비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불만은 부대 서비스부터 엔진 이상 같은 기술적 부분까지 자동차 전반을 넘나든다.

도화선은 광주에서 발생한 일명 ‘골프채 벤츠 훼손남 사건’이다.

지난 11일 광주 소재 벤츠 판매점 앞. 3회에 걸쳐 시동꺼짐 현상이 발생한 벤츠를 판매사가 교환해주지 않자 30대 남성이 2억원이 넘는 S63 AMG 차량을 2시간 동안 골프채로 내려친 사건이다.

당시 판매점은 해당 차주를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고 맞불을 놨지만 동영상이 언론에 노출되고 비판 여론이 들끓자 고소를 취하했다.

◇ 잘 나가는 벤츠...딜러 관리는 취약

논란의 중심에 선 벤츠지만 실적은 좋다. 커가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BMW와 수위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8월까지 벤츠 누적 판매량은 3만561대다. BMW 3만1774대에 이어 2위다. 월별 판매 실적을 보면 벤츠가 8개월 중 1, 2, 4, 7, 8월 총 5차례 판매량 1위에 올랐다.

벤츠가 잘 팔리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벤츠 성공신화를 만든 건 브랜드 이미지였다는 게 공론이다. 벤츠가 주는 성공·고급 같은 이미지가 벤츠를 꿈의 차로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벤츠가 보인 행태는 최고의 차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판매 일선에 있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간 불통을 문제로 꼽는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최대 공식 딜러사는 한성자동차다. 홍콩 투자회사인 ‘레이싱홍’이 세운 회사로 한성자동차 계열사인 스타오토홀딩스가 벤츠코리아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 신성모터스, 효성자동차 등이 벤츠 판매 일선에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는 고장날 수 있고 서비스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사후 처리 자세”라며 “최근 벤츠가 겪은 사례들을 보면 벤츠코리아와 딜러사 간 문제를 공유하는 절차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불통이 화를 키운 것”이라 밝혔다.

벤츠코리아 측은 시사비즈와 전화통화에서 앞선 블랙박스 피해 사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딜러사가 고의적으로 벤츠코리아에 보고하지 않았거나 벤츠코리아가 소비자와 소통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수장 바뀐 벤츠코리아, ‘불통(不通)’자세 버려야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리스 계약서 제5조 2항에는 자동차 하자 발생으로 수리기간이 길어져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 사진 = 박성의 기자

지난 11일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에 위치한 벤츠 트레이닝 센터에 출입 기자단을 초청해 공식 개관식을 가졌다. 벤츠가 아시아 국가에 트레이닝 센터를 세우기는 한국이 최초다.

행사에는 지난 1일 취임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이 참석했다. 실라키스 사장은 벤츠 브라질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브라질 내 승용차 판매 실적을 4배로 키워낸 최고경영자(CEO)다.

실리키스 사장은 “한국은 벤츠가 주목하고 있는 신흥 시장”이라며 “판매실적부터 고객만족도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쳐 성장을 이끌어 낼 것”이라 밝혔다.

실라키스 사장 공약이 성공하려면 본사 직원 역량강화와 별개로 딜러사와의 소통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 벤츠 딜러 P씨는 “벤츠는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다 보니 타사와 경쟁한다는 생각을 안 한다. 단지 지역별, 매장별 딜러 간 실적경쟁이 치열한 편”이라며 “그러다보니 판매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최대한 일선에서 해결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딜러들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노하우가 다른데 일부 약관을 내세워 문제를 회피하는 딜러들도 많다”며 “차를 살 때 약관을 잘 살펴보고 확약을 받아내는게 좋다”고 덧붙였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시동꺼짐으로 인한 신성자동차와 벤츠 차주 간 문제는 벤츠코리아가 나서서 18일 합의에 성공했다”며 “공식 딜러사와 함께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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