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군웅할거 시대에 ‘반기문 대망론’ 반짝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5.09.22 09:47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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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첫 1위 등극…지목률은 한 자릿수에 그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가장 영향력 있는 NGO(비정부 기구) 지도자 부문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다. 최근 중국의 항일 전승절 열병식 참가를 두고 일본 아베 정권이 비난하고 나서는 등 반 총장이 국제적인 이슈의 한가운데서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 총장은 2011년 조사에서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했다. 공동 8위에 올랐지만 지목률은 1%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2년 조사에서 2위로 깜짝 뛰어올랐다. 1위 박원순 서울시장(32.6%)과 불과 2.3%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 30.3%의 높은 지목률을 얻었다. 박 시장과 최열 환경재단 대표의 ‘쌍두마차’ 체제에 변화가 온 것이다. 2013년에는 4.4%의 지목률로 박 시장과 공동 6위에 올랐다.

일본 보수 세력 맹비난에 이목 집중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장관을 지낸 반 총장은 2006년 10월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인으로는 두 번째였다. 2011년 6월 연임에 성공해 내년 12월까지 1년 4개월 남짓한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외교관료 출신답게 신중한 행보를 이어왔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기문 대망론’이 거론될 때마다 유엔 사무총장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들어 반 총장은 두 가지 사안으로 화제의 대상이 됐다. 먼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불거진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 수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 일러스트 신춘성

과정에서 반 총장의 이름이 거론됐다. 반 총장의 조카 반주현씨가 경남기업의 핵심 자산 중 하나인 베트남의 랜드마크72 빌딩 매각을 둘러싸고 국제적 사기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반 총장은 성 전 회장이 이끌던 충청포럼 회원으로 친분을 이어온 사이다. 성 전 회장이 충청포럼을 통해 반 총장을 대권 주자로 부상시키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반 총장은 “성완종 회장을 포함한 어느 누구와도 국내 정치에 대해 협의를 한 적 없다”며 “그런 면에서 성완종 회장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최근 반 총장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자 일본 보수 정치권과 언론이 맹비난하고 나선 것도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담은 안보법제 추진에 대한 반정부 여론이 확산되자 여론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측의 중립 의무 위반 주장에 반 총장은 “어떤 끔찍한 잘못을 보게 된다면 그것을 비판해야 하고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유엔은 중립 기구가 아니라 공정·공평한 기구”라고 반박했다.

송상현 前 ICC 소장 ‘깜짝’ 4위 등극

반 총장이 가장 영향력 있는 NGO 지도자 1위에 올랐지만 지목률이 한 자릿수인 8.6%에 머물러 확고한 선두 구도를 확립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순 시장(4.3%)과 송상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4.2%), 고계현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4.2%)이 4%대 지목률로 2~4위를 차지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박 시장은 시민운동가의 롤 모델로서 오랫동안 1위 자리를 독차지해왔다. 서울시장 재선 도전을 앞둔 2013년 조사에서 공동 5위에 머물렀지만, 재선에 성공한 2014년 조사에서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하지만 8.9%의 지목률을 얻어 독주 체제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NGO 지도자보다 정치인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송상현 회장은 서울대 법대 학장을 지낸 학자 출신으로, 올해 3월까지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으로 활동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집단 학살,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는 세계 최초의 상설 전쟁범죄재판소다. 송 회장은 전남 담양 출신인 고하(古下) 송진우 선생의 손자이자 김상협 전 국무총리의 맏사위로 현재 사법연수원 운영위원장과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고계현 사무총장은 경실련에서 시민입법국장, 커뮤니케이션국장,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올해 처음으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박원순 서울시장 ⓒ 서울시 제공, 송상현 전 ICC소장 ⓒ 시사저널 포토,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 ⓒ 경실련 제공, 한비야 유엔 자문위원 ⓒ 푸른숲 제공

종교·기업인 ‘반기문’, 금융·문화예술인 ‘송상현’

이들 외에 한비야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3.5%),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3.3%),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2.4%),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2.2%),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원전안전특별위원장(1.8%),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1.7%)이 5~10위를 차지했다.

응답자 그룹별로 결과에 차이가 컸다. 종교인과 기업인 그룹에서 반 총장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종교인의 경우 34%의 지목률로 2위 한비야 자문위원(6%)과 큰 격차를 보였다. 기업인 그룹에서도 20%의 지목률로 2위 영화배우 안성기씨(8%)와 두 자릿수 차이가 났다. 법조인 그룹에서도 1위를 차지했지만 지목률은 5%에 그쳤다. 박원순 시장은 교수 그룹에서 16%의 지목률로 1위를 차지했다.

금융인 그룹에서는 송상현 회장(15%)과 반 총장(14%), 그리고 김성주 총재(13%)가 1%포인트 격차로 나란히 1~3위에 올랐다. 문화예술인 그룹에서도 송 회장이 지목률 9%로 1위를 차지했다. 행정관료의 경우 이제 막 50대에 접어든 고계현 사무총장이 15%의 지목률로 1위에 올랐다. 고 사무총장은 정치인 그룹에서도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18%)에 이어 16%의 높은 지목률로 2위를 차지했다.

언론인의 경우 40대인 안진걸 사무처장이 8%의 지목률로 1위에 올랐다. 사회단체 그룹에서는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이 지목률 8%로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장은 전체 순위에서 11위에 올라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이 회장에 이어 양호승 회장이 6%의 지목률로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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