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폴크스바겐] ① ‘디젤엔진 EA189’...2006년 폴크스바겐은 알고 있었다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09.30 10:13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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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배출가스 규제기준 TIER-2...LNT 조작으로 통과

독일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자동차 테스트에서만 배기가스를 줄여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작된 차량만 1000만대를 훌쩍 넘긴다. 연비는 높이되 오염물질은 줄였다는 ‘클린 디젤 신화’는 그렇게 무너졌다.

폴크스바겐은 속임수로 디젤 차량의 약점을 감추고 미국 배기가스 규제를 피하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디젤 엔진은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높은 추진력과 뛰어난 연비를 구현하지만 다량의 오염 물질을 뿜어낸다. 특히 오존을 파괴하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많다.

차량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가 대두되자 미국과 유럽에서는 앞다퉈 배기가스 규제기준을 마련했다. 2008년에서 2014년 사이 유럽과 한국은 EURO-5, 미국은 TIER-2 배출기준(Emission Standard)을 내놓았다.

미국 기준이 유럽보다 엄격했다. 미국이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치를 유럽 대비 절반 가까이 줄인 것이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 자동차 회사들은 기술진을 총동원해 개발에 들어갔지만 당시로선 ‘배기가스가 적은 디젤 엔진’이란 개념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폴크스바겐은 2008년 놀라운 기술적 성과를 깜짝 발표했다. EA189 엔진을 내놓으면서 고연비와 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했다고 공표한다. 기술 비밀은 철저히 비밀에 붙였다. 업계는 이를 두고 혁명이라 불렀다.

그리고 7년이 흐른 지금 혁명이 곧 허구였음이 밝혀졌다. 폴크스바겐이 내부 장비를 조작해 미국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06년 폴크스바겐은 자체 조사를 통해 5만km 이상 주행시 LNT 효율이 60%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디젤 엔진은 통상 LNT(Lean NOx Trap)이라는 장치를 활용해 NOx를 줄인다. LNT는 디젤엔진 배기가스에 포함된 NOx를 최대 90%까지 제거시키는 대신 연비를 2~4% 낮춘다.

폴크스바겐은 바로 이 LNT를 배출가스 검사 때만 작동하도록 조작하고 일반 도로주행 때는 작동을 중지시켰다. 이를 통해 실주행에서 연비는 상승시키는 대신 NOx 배출량을 많게는 40배 가까이 늘렸다.

반칙을 저지른 이유가 고연비를 구현하기 위함이였다는 가설이 나온다. 하지만 LNT로 인한 연비 변동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LNT 내구성이 문제였단 주장에 힘이 실린다.

2006년 폴크스바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LNT는 5만㎞ 이상 주행시 배출가스 저감력이 크게 저하된다. 내구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이와 같은 현상을 개선하지 못하자 출고 후 LNT 연소 기능을 중지했다 정기 검사 때만 작동하게 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사법당국은 폴크스바겐 기술경영진들을 불러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조작이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폴크스바겐은 EA189 엔진을 단종했고 EURO-6 기준을 충족하는 EA288 엔진은 조작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마티아스 뮬러 신임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10월 안에 문제의 소프트웨어를 제거하는 기술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이미 폴크스바겐이 78년 역사 동안 구축한 소비자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만큼 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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