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증권 진짜로 팔 생각 있나
  • 황건강 기자 (kkh@sisabiz.com)
  • 승인 2015.10.21 18:16
  • 호수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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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매각 의지 불확실...업계에선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현대증권 매각이 실패로 끝난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다시 매물로 나와도 관심이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현대증권을 내년에 다시 시장에 내놓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재매각 시기는 현대그룹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협의하고 있다.

매각이 불발된 만큼 증권업계에서는 당장 현대증권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다시 시장에 나온 다음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는 반응이다.

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다시 매각 절차를 밟아도 증권사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재매각 시장에 나온 후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첫 번째 이유는 현대그룹이 계획한 자금을 상당 부분 조달했다는 점 이다. 현대증권을 판 돈으로 상환할 계획이었던 신탁담보대출 2000억원도 만기가 연장됐다.

KDB산업은행은 오는 24일로 예정됐던 신탁담보대출 2000억원의 만기를 현대증권 매각 이후로 연장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으로서는 다급하게 매각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값을 좀 더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그룹은 2013년 12월 내놓은 현대그룹 자구계획안의 자금조달 목표액을 상당 부분 달성했다. 당시 자구계획안은 총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돼 있다. 현대그룹 측은 이미 100% 이행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약 2조9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4년 4월 LNG전용선사업부를  9700억원에 IMM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에는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를 오릭스와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이어 유상증자와 해외투자유치로 6000억원을 조달했다.

또 KB금융지주 지분과 컨테이너박스 등 자산을 매각해 4500억원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등 자기자본 확충 방안을 이행해 5300억원을 조달했다.

이와 함께 현대그룹은 올해 안에 총액인수 방식으로 3000억~4000억원 규모로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총액인수 방식은 채권 발행 주관사가  발행 물량 전액을 자기 명의로 사들이는 방식이다. 수수료 부담은 높지만 주관사가 안정적이라면 자금조달에 실패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현대그룹 측은 “계획대로 영구채 발행이 완료되면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매각 대상이었던 현대증권은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3년 435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나 2014년에는 176억원 순이익으로 전환했다. 올해는 지난 6월말까지 126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의 한 축인 현대상선도 자체 영업 손실 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전망치를 기준으로 올해 영업이익은 165억원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2년 50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3년 3627억원, 2014년 2349억원으로 영업손실 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다만 올해 실적은 추정폭이 커 실제 실적이 나와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대엘리베이터도 지난해 보다 나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올해 현대엘리베이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574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7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504억원의 흑자를 냈다.

시장 일각에서 현대증권 재매각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현대그룹의 매각의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오릭스가 인수를 포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지목한 파킹딜 논란도 이 때문에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현대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오릭스PE 지분에 투자해 향후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과 콜옵션을 확보한 바 있다. 금융당국에서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내년 재매각 시에도 비슷한 매각 조건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재매각 때도 전략적 투자자들이 현대증권 인수에 나서길 꺼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되찾아오려고 한다는 의구심이 깔려있는 까닭이다.

예상대로라며 내년초 재매각 절차를 밟는다 해도 현대증권은 사모펀드의 재무적 투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도 몇년 뒤 재매각 할 수 있는 옵션이 걸려 있는 편이 투자회수(EXIT)에 용이하다.

현대증권 재매각을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대그룹 측은 “논의 중인 사항이라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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