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기로에 서다]① 덩치 키우기만 몰두...점포 관리는 나몰라라
  • 김지영 기자 (kjy@sisabiz.com)
  • 승인 2015.11.0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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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에서 성장세를 기록하는 부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눈부신 성장가도를 달려왔지만 그림자도 존재한다. 본사만 배불리는 불공정 계약으로 편의점 점주들에게 갑질을 한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불씨가 재점화되고 있다. 이에 시사비즈는 편의점 산업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상생 방안까지 현장의 목소리를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국내 유통채널에서 편의점은 영세슈퍼의 영역을 대신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편의점이 핵심 유통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시장 성장에 맞춰 편의점 업체들은 점포 확장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지나친 외형 경쟁으로 양적 확대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편의점 전성시대... 백화점, 마트도 제쳐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제치고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 시장 규모는 12조7000억원에 이른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시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15.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가장 높은 성장세다.  2013년부터 성장 폭이 감소되기는 했지만 최근에도 편의점은 여전히 7~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도 편의점 산업은 최소 4%정도의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메르스 여파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채널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 편의점 성장의 키워드... 1인가구와 담배

편의점의 이러한 성장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 유형 변화와 맞물려 있다. 통계청의 ‘2010 인구 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23.9%였다. 2015년 이 비중은 27%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추세는 점차 심해져 2035년에는 1인 가구 비중이 전체의 34%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의 1~2인 가구 증가는 근거리 소량 구매 소비 유형을 불러왔다. 자연히 손쉽게 들릴 수 있는 편의점 이용 증가로 이어졌고 시장 규모 성장에 일조했다.

서울 신길동에서 자취를 하는 장모씨는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필요한 걸 자주 산다”며 “굳이 멀리 있는 마트나 시장은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점점 더 편의점을 이용하는 소비습관이 강해지고 익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인 가구 비중이 늘면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가정식 대체식품(HMR)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편의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의 도시락, 김밥 등 쌀 가공식품 판매는 연간 약 3억7000만 개에 이른다. 하루 평균 약 100만명이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셈이다.

올해 담뱃값 인상도 편의점 성장의 호재가 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담배는 편의점 매출액의 약 35~40%를 점유하고 있다. 담뱃값이 대폭 오르면서 편의점 영업이익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상반기 편의점 매출액 증가와 시장 확대를 불러왔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빅3’ 점포 늘리기 급급, 관리는 나몰라라

시장 성장에 맞춰 ‘빅3’ 편의점은 점포를 계속 늘리고 있다. 편의점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외형 확장에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BGF리테일과 GS리테일, 세븐일레븐의 점포수는 지난 6월 말보다 731개 늘어난 총 2만5773개로 집계됐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점포수 9082개로 1위에 올랐다. CU는 지난 8월 9000호 매장을 출점하기도 했다. GS리테일의 점포수는 8991개다. 2분기와 비교해 247개 늘어났다. 세븐일레븐의 점포는 2분기 보다 216개 증가해 7700개에 이른다. 편의점 ‘빅3’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편의점의 양적 성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시장은 3, 4개 대형 업체들이 주로 경영주를 모아 가맹 사업으로 운영한다”며 “기업들이 충분한 시장 조사와 상권 분석 없이 경쟁적으로 점포를 늘리다 보니 기업만 믿고 시작했다가 매출 저조에 시달리는 점포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2012년 10월 CU가맹본부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로 신고됐고 2013년 사이 편의점주 3명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다른 편의점주 2명이 과로사로 사망하기에 이르자 국회는 뒤늦게 가맹사업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을’의 애로가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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