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우디 “판매 저하요? 우린 폴크스바겐과 다릅니다”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11.03 17:51
  • 호수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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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방심 금물, 3000cc급 문제 발견되면 판매 급감할 수 있어”
평일에도 불구하고 아우디 매장에는 신차를 알아보러 온 고객이 제법 눈에 띄었다. / 사진 = 박성의 기자

한파가 풀린 3일 서울 서초구 소재 아우디 매장. 노란색 아우디TT가 전시된 매장 안 쇼파에는 신차 문의를 위해 찾은 40대 부부가 딜러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매장 앞 주차장에는 계약 차량을 인도받으러 온 50대 남성이 또 다른 딜러로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있었다.

아우디 매장은 평일에도 불구하고 손님 발길이 쉼 없이 이어졌다. 폴크스바겐 사태 여파로 매장이 한산할 거란 예상은 빗나갔다.

5년째 아우디 고객으로 리스 문의를 위해 매장을 찾았다는 최모씨는 “폴크스바겐 이야기가 뉴스에 나온 후 걱정하긴 했다”며 ”그렇다고 아우디를 타지 말아야겠다고 맘먹은 것은 아니다. 보완 조치가 이어질텐데 굳이 다른 브랜드를 찾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친환경? 다른 차는 깨끗한가요”

서울 강남구 소재 아우디 매장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폴크스바겐 사태 이후 차량 구매가 꺼려지지 않았냐는 물음에 “아우디를 사지 말아야 할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그는 “예쁘고 좋은 차를 타고 싶다. 그래서 아우디 신차를 알아보고 있는 것”이라며 “친환경을 생각한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거다. 모든 차들이 매연을 내 뿜는데 이번 사태에 호들갑떠는 건 가식아니냐”고 말했다.

친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매장을 찾은 고객을 통해서도 나왔다. 차를 구매하는 데 있어 배기가스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2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아우디 매장을 찾은 김민관씨는 “아우디와 벤츠 등 외제차 브랜드를 놓고 고민 중”이라며 “배기가스가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자동차 회사가 해결할 일이지 소비자가 걱정해야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몇몇 소비자들은 아우디가 폴크스바겐그룹 브랜드인지 조차 몰랐다. 이들은 폴크스바겐 사태로 문제가 되는 모델이 무엇인지 딜러로부터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현대차 제네시스를 타다가 이번에 아우디 A6를 구매하려고 한다는 최필규씨는 “사업이 바빠 뉴스를 자주 보지 못한다. 폴크스바겐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아우디도 그런 줄 몰랐다”며 “딜러로부터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아우디가 문제가 있는 걸 알았다면 다른 브랜드를 알아봤을 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 아우디 딜러, “폴크스바겐보단 선방하고 있어”

아우디 매장 바로 앞 위치한 폴크스바겐 매장에서는 단 한명의 고객도 찾아볼 수 없었다. / 사진 = 박성의 기자

판매 일선에 있는 아우디 딜러들은 폴크스바겐 사태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말한다. 폴크스바겐 사태 발생 후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졌지만 판매 취소 등으로 번지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서울 소재 아우디 판매점에서 일하는 A딜러는 “사태 발생 직후 많은 기자들이 판매 추이를 물으러 찾아온다”며 “그럴 때마다 괜찮은 척 했지만 누구보다 걱정을 많이 했던 게 사실”이라 말했다.

그는 “당연히 몇몇 고객들은 차량 인도를 거부하거나 항의해 왔다. 한달 여 흐른 지금은 많이 잠잠해진 상황”이라며 “선배 딜러들은 오히려 작년보다 판매가 낫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수입차 B사 딜러는 “딜러들끼리 항상 경쟁사 판매 추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아우디 때문에 우리가 덕을 볼 일은 없다는 게 공론”이라며 “이번 기회로 판매 증진을 노리고 있지만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보지 않는 이상 쉽지는 않을 것”이라 밝혔다.

아우디 딜러들은 폴크스바겐과 아우디가 다른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 스캔들로 양사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아우디와 폴크스바겐 수요층의 특성이 달라 판매량 변화도 다를 것이라 예상한다.

경쟁 브랜드에서 일하다 아우디로 이직했다는 B딜러는 “폴크스바겐은 아우디와 동일한 브랜드라고 보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아우디 소비자 로열티가 폴크스바겐보다 높을 것”이라며 “폴크스바겐 매장에서 일하는 동료가 상황이 안 좋다고 말한 걸 들은 적이 있다. 아우디는 그 정도의 타격은 없어보인다”고 밝혔다.

◇ 전문가 “아우디 선방? 3000cc 판매량이 변수”

아우디는 사태가 터진 9월 3401대를 팔며 전월 대비 15% 성장했다. 같은 기간 폴크스바겐은 2901대를 판매하며 판매량이 전월 대비 7.8% 줄었다. 업계에서는 스캔들이 9월 말에 터진 만큼 10월이 돼야 사태 파급력이 판매량에 반영될 것이라 전망했다.

아우디는 내부적으로 10월 판매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가 뛸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상반기 쌓인 재고를 털어낸 9월 보다는 판매량이 줄겠지만 전체적인 하락폭은 미미할 것이란 평가다.

아우디 관계자는 “우려할 만큼 하락폭이 크게 나오지 않을 거다. 오히려 전년 대비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며 “반면 폴크스바겐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판매량 하락폭이 아우디보다 확실히 클 것”이라 말했다.

전문가들은 폴크스바겐 판매 저하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아우디 판매 저하는 미미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앞서 딜러들의 주장과 같이 소비층이 친환경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과 고객 총성도가 높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10월 판매량은 사실상 폴크스바겐 사태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아우디 3000cc급 차량도 문제가 있다고 발표한 만큼 향후 주력 모델 판매가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우디 소비자들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기존 중소형 모델 뿐 아니라 3000cc급 모델도 문제가 불거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새로 의혹이 제기된 A6, A7, A8 콰트로와 Q5 등은 아우디 주력 모델이다. 10월엔 선방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판매량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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