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안전’이냐 ‘범죄자 인권’이냐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5.11.05 14:21
  • 호수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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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판례 “흉악범 관리는 인권 문제에 배치되지 않아”

“내가 담당한 우범자 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전화로 근황을 묻기도 한다. 그들은 경찰서에 오는 것을 싫어하지만 우범자인 만큼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다.” 서울 한 지구대의 순경은 우범자 관리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과 8범으로 과거 우범자로 지정된 적이 있는 40대 서울 강서구 주민 A씨(자영업)는 “한두 달에 한 번씩 경찰차가 집 앞에 서 있기도 하고, 가끔 현관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이웃들한테 내 사정을 묻기도 하는 것 같다”며 “기분은 썩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사회 안전을 위해 흉악범에 대한 제재와 관리를 강력하게 하다 보면 항상 인권 침해 논란을 부른다. 공공 안전과 개인 인권이 충돌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우범자 윤 아무개씨의 자살 기도 사건이다. 그를 관리하던 경찰이 가족에게 윤씨의 과거 성범죄 혐의를 공개해 인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고영상 변호사는 “전자발찌·신상공개 등에 따른 이중 처벌, 인권 침해, 피의자 가족 피해 등의 논란이 있다”며 “이처럼 피의자 인권은 강화되는 동안 우범자 관리 소홀 등으로 사회 안전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살인·성범죄·강도 등 강력범죄 발생 건수는 2009~13년에 26만건을 웃돌았다. 연일 보도되는 살인범·성폭행범 등 강력범죄자들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무부가 보호수용법을 마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시민이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보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대중 안전과 개인 인권 문제, 사회 합의 필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은 아동성폭력범·연쇄살인범 등 흉악범이 형기를 마치더라도 추가로 최장 7년까지 사회와 격리하는 게 골자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현대 사회에서 성폭력·살인과 같은 강력범죄는 대형 재난 사고와 더불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이라며 “대다수 국민이 더 강력한 재범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제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형기를 마치고 나온 사람을 또 한 번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은 인권 침해 논란과 부딪힌다. 김지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인권에 대한 판단이 자의적으로 이뤄지면 인권 자체를 경시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며 “인권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로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궁극적으로 범행률을 낮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중의 안전과 개인의 인권이 충돌하는 문제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범자의 사생활에까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우범자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은 인권과 별개”라며 “정부 차원의 흉악범 관리는 인권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외국의 판례도 있듯이 우리도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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