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연봉 1000만원 깎인 50대 가장의 긴 한숨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5.11.19 19:34
  • 호수 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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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설관리공단 계약직 청원경찰 김우태씨 소송…공단 측 “내규 개정에 의한 적법한 조치”

하루아침에 직장으로부터 1000만원 이상의 연봉 삭감 통보를 받은 50대 가장의 심정은 어떨까. 근무지의 사정으로 2개월간 집에서 대기한 후 직장에 복귀했더니 봉급의 40%가 사라진 일이 실제 발생했다. 이렇듯 황당한 경험을 한 대구시설관리공단(이하 관리공단) 소속 청원경찰인 김우태씨(51)는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시사저널에 제보해왔다. 나랏돈으로 운영되는 관리공단의 ‘갑질’을 소송으로 바로잡겠다고 했다.

김씨가 청원경찰이 된 때는 1990년 11월이다. 대구시청 소속으로 문화예술회관과 시민회관에서 근무했다. 청원경찰은 한 기관에 소속되어 급여를 받고, 지역 경찰서의 지침에 따라 경찰 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직이다. 10년 만인 2000년 시민회관의 관리 주체가 대구시청에서 관리공단으로 이관됐다. 졸지에 근무지가 사라졌고, 대구시 산하 기관에 비어 있는 다른 청원경찰 자리는 없었다. 초등학생 아들 둘을 생각하면 다른 직업을 구하기도 부담스러운 시기였다. 불가피하게 자신의 소속을 대구시에서 관리공단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대구시에서의 근무 경력을 그대로 인정받았으므로 돈벌이에는 이상이 없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대치 중인 한 광역지자체 소속 청원경찰들. ⓒ 뉴시스

20년 차 직장인이 신입 직원으로 둔갑

다시 10년이 흐른 2010년, 근무지인 시민회관이 노후화로 인해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동시에 시민회관 관리 주체가 또다시 관리공단에서 대구시로 변경됐다. 김씨는 “공사를 진행하는 두 달 동안 다른 근무지로 발령이 날 줄 알았다. 그런데 관리공단으로부터 난데없이 퇴직하고 집에서 대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조금 이상했지만 다른 자리를 찾아 연락해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했다”고 말했다.

‘퇴직 처리’에 대해 관리공단 관계자는 “시민회관이 공사에 들어가고 관리 주체가 대구시청으로 되돌아간 2010년 6월은 김우태씨 등 관리공단 소속 계약직들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시점이었다. 일방적으로 퇴직시키거나 강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2개월간의 공사가 끝나갈 무렵 관리공단으로부터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복직이 아니라 면접이라는 말에 의아했지만 20년 차 직장인이었던 자신이 신입 직원의 신분으로 수직 낙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쉬는 두 달 동안의 급여는 물론 건강보험도 해지되는 바람에 그 혜택도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면접 과정에서 ‘신규 채용이므로 기존 봉급보다 40%가 삭감될 것’이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그에겐 협상할 여지가 없었다. 자녀의 대학 등록금 등이 절박했던 때여서 그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김씨는 “관리공단은 그 자리에 올 사람이 많은데 나에게 마련해준 것을 감사히 여기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거의 협박 수준이었고 나는 인격적 모독을 느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관리공단 측은 “관리공단이 관리하는 3개의 도심 공원 중 한 곳(경상감영공원)에서 근무할 청원경찰 한 자리가 비어 김우태씨 등 두 명이 면접을 봤다. 최종적으로 김씨를 채용했다”고 말했다.

그의 급여가 많이 줄어든 이유는 관리공단이 당시 내규를 수정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관리공단의 ‘청원경찰 고용 관리내규’에 따르면, 과거 관리공단에서 근무한 계약직의 경력은 50%만 인정된다. 게다가 대구시 소속으로 근무했던 10년간의 경력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 관리공단 관계자는 “당시 청원경찰 보수가 경찰공무원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중간 간부직 보수와 같았다. 조정이 필요해서 경력 인정 방식을 개정하는 내용으로 관리공단 내규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4000만원을 웃돌던 김씨의 연봉은 3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세금을 떼고 손에 쥐는 돈은 월 200만원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직장생활 20년 이상에 23호봉이던 급여가 8호봉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호봉이 낮아지면서 과거 10만원이던 식대는 2만원으로 삭감됐고, 학비 보조금, 가족 수당 등도 없어지거나 크게 줄어들었다. 김씨는 “나보다 늦게 청원경찰이 된 사람이 나와 연봉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경우도 있다. 무언가 착오가 생긴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 이사장을 만나 전후 사정을 설명하니 이사장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후에도 아무런 개선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대치 중인 한 광역지자체 소속 청원경찰들. ⓒ 뉴시스

관리공단 “청원경찰 보수 높아 내규 수정”

오래전부터 그의 아내는 대형마트에서 일해 번 돈 100여 만원을 살림에 보태고 있다. 노모와 장모에게 보내던 생활비도 이제는 끊을 수밖에 없었고, 모든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 5년이 흐른 현재의 세후 실수령액은 월 230만원쯤 된다. 그는 “내가 휴직·병가·위법행위·근무태만 등의 이유로 그런 처분을 받았다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관리공단이 당시 내규 개정을 앞세워 연봉을 터무니없이 잘라버리니 수십 년 동안 묵묵히 일한 것이 억울하고 서러워 잠을 이루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25년 차 청원경찰인 김씨는 최근 소송을 걸었다. 고용노동청이 조사 중이고,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김씨는 “물론 계약직이란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해지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관리공단이 경력이 있는 사람을 원하면서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이전 경력을 무시한 이 같은 행위는 이해하기 어려워 법정 소송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관리공단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씨는 “나와 같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계약직 청원경찰이 많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도의적으로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사전 고지도 없이 내규를 바꿔가며 한 가정의 생계를 뒤흔들고 인격을 훼손하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법에 호소해서라도 개인에 대한 조직의 ‘갑질’을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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