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통합․화합’ 유언 남긴 YS 빈소엔 여야 따로 없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5.11.22 16:15
  • 호수 136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박, 김종필, 김무성, 문재인 등 정계 인사 조문 행렬 이어져

[2보]
황교안 총리 "의미 있는 국가장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모시고자 한다”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정치적 대부셨기 때문에.”

22일 오전 8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영전에 헌화하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손은 떨렸다. 헌화한 뒤 피우려던 향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절하기 전 한숨을 크게 내쉰 뒤 엎드려 흐느껴 울었다. 상주인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한양대 특임교수를 껴안고 한 번 더 흐느꼈다. 말없이 손수건을 꺼내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내 ‘상도동계 막내’로 불린다.

김 대표를 본 김 교수도 눈시울이 붉어져 한참을 말을 잊지 못했다. 그는 힘들게 입을 떼 “너무 쉽게 가셨다. 이번 주 목요일(19일) 마지막으로 입원하셨을 때, 그 전과 다르게 고열이 나더라. 혈압이 떨어져서 결국 거기서 염증이 나 패혈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방문을 시작으로 정계 인사의 조문이 이어졌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입구에 정계 인사들이 탄 검정색 세단이 줄지어 들어섰다. 박근혜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이 보낸 화환도 영전 앞으로 속속 도착했다.

상도동계 인사들은 ‘상주’역할을 자처했다.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대부였던 만큼 외부 일정 외에는 상가를 지키겠다고 했다. 상도동계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도 오전 8시40분께부터 오후까지 자리를 지켰다. 김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도 빈소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특히 백발의 최 전 장관은 충격이 컸는지 김 전 대통령의 영전 앞에서 쓰러져 오열했다.

조문객들 중 많은 이가 김 전 대통령의 유언을 김현철 교수에게 물었다. 김 교수는 “사실 2013년 입원하셔서 말씀을 잘 하시진 못하셨다. 필담으로 글씨를 좀 쓰셨다. 그때 평소 안 쓰시던 ‘통합’하고 ‘화합’을 딱 쓰셨다. ‘무슨 의미입니까’라고 물으니 ‘우리가 필요한 거라고, 우리가 필요한 거’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통합’과 ‘화합’이 사실상 마지막 유언이었던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의 유언처럼 이날 조문객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떠난 애도를 표했다. 오전 8시50분께 빈소에 들어선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고인을 추억하며 “하여간 신념의 분이야. 신념으로 못할 거, 어려울 거 헤치고 오늘에 이른 분이야”라고 말했다. 그는 손깍지를 끼며 깊은 생각에 잠긴 뒤 말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반드시 헤어진다)라는 말이 참 떠올라요.”

오전 10시53분께 빈소를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도 “완쾌해서 전직 대통령끼리 만나자고 하더니 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오전 11시께 상가를 찾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민주주의 정신을 저희가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빈소를 나서던 이 전 대통령과 입구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이 전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고 이 전 대통령도 “왔네요”라며 악수를 건넸다.

오후 2시25분께 빈소에 들어선 박원순 서울시장도 ‘대도무문(大道無門, 큰길에는 막힘이 없다는 의미로 김 전 대통령의 휘호로 유명함) 길 우리가 따르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적어 조의를 표했다. 김 전 대통령과 생전 정치적 경쟁 관계였던 동교동계 정치인도 조문행렬에 가세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빈소를 찾아 “우리가 정치가 이분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한다. 명복을 빈다”고 했다.

한편 정부와 유족, 상도동계 인사들 위주로 장례 절차와 장지가 논의됐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가장, 장지는 국립현충원으로 결정됐다. 국가장은 5일장으로 이뤄지며 발인은 26일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빈소를 찾아 “국가장법이 이제 개정돼 처음 적용되게 됐다. 의미 있는 국가장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모시고자 한다”고 말했다.
 

[1보]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향년 88세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새벽 서거했다. 향년 88세.

오병희 서울대학교병원장은 22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김 전 대통령이 22일 0시 22분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패혈증과 급성신부전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정오쯤 고열과 호흡곤란 증상으로 입원했다. 이어 상태가 악화돼 21일 오후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제14대 대통령을 지냈다. 올해 88세로, 고령인 탓에 서울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부인 손명순 여사와 딸 혜영(63), 혜정(61), 혜숙(54)씨, 아들 은철(59), 현철(56) 씨 등 2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1월26일(목) 오전에 치뤄질 예정이다.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