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수는 ‘꼴통보수’ 진보는 ‘깡통진보’가 주류”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12.17 18:56
  • 호수 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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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아니라 일상 정치로 승부하라” <이철희의 정치 썰전> 펴낸 이철희 소장

“소득 2만6000달러 시대, 민주화된 지 어느새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보수는 ‘꼴통보수’가, 진보는 ‘깡통진보’가 주류다. 보수는 보수라는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선과 행태를 고집하고 있다. 진보는 무능하고 게으르고 실력도 없으면서 싸가지도 없다. 실력은 없고 진영만 남은 진보는 최악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최근 <이철희의 정치 썰전>을 펴내 그동안 자신이 말해온 것들을 정리했다. 그는 날카로운 통찰과 설득력 있는 논리와 냉철한 사고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비판을 해왔다. 정치의 진면목을 알게 함으로써 정치를 삶의 무기로 쓰지 못하게 하는 시도와 세력에 맞서기 위해 ‘촌철살인 돌직구’를 날리는 것이다. 그에게 지금의 보수와 진보는 둘 다 ‘문제아’들로 보인다. 왜 그럴까.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이라면 일단 유·무능의 프레임을 통과해야 그다음에 잘했느냐 못했느냐 하는 평가가 가능하다. 유·무능의 프레임이 1차 시험이라면 우·열등 프레임은 2차 시험이다. 지금 한국의 정치권을 채우고 있는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세력 모두 유·무능의 1차 시험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한다. 우리 사회를 보수적 또는 진보적으로 재편하는 건 고사하고 자신들의 내부 진영조차 제대로 된 보수도 없거니와 진보답게 혁신하는 데도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 시사저널 최준필

“정치하는 사람에게 선악 이분법은 위험”

스웨덴의 정치가 구닐라 칼손은 “정치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통 시민이 참여하는 보통의 일이다”라고 했다. 이 소장 또한 정치란 보통 사람들이 삶을 바꾸기 위해 의존하고, 참여하고, 활용하는 ‘보통의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는 어떤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진영논리에 따라 서로 싸우고 죽이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도덕적 우월 의식은 윤리적으로 볼 때 진보는 선(the good)이고, 보수는 악(the bad)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진영논리, 이분법의 표현이자 무능의 발로다. 무능한 사람일수록 편을 따지고, 실력이 없을수록 진영에 매달리기 마련이다. 선한 편과 나쁜 편으로 나누어서 생각하면 선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굳이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를 열심히 비판하고, 부정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정치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옳고 상대는 틀렸다고 생각하는 선악 이분법은 위험하다. 나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고, 상대가 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타협도 이루어지지만, 그보다 먼저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노력을 하게 된다. 실력은 없고 진영만 남은 진보는 최악이다. 진보가 경계해야 할 최고의 적이다.”

“선거가 아니라 일상 정치로 승부해야”

최근 헌법재판소는 3 대 1인 현행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위헌이라며 이 편차를 2 대 1로 줄여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래서 등장한 해법이 바로 국회의원 정수 확대다. 지역구 의원들의 기득권을 인정할 필요와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를 모두 충족하기 위한 방안이 국회의원 정수 확대라는 뜻이다. 정치학자들은 대체로 국회의원의 수를 늘리는 데 동의하지만, 현역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반대한다. 이 소장은 이에 대해 “기득권은 줄고, 경쟁은 느는 탓”이라고 진단한다. 민주정치는 경쟁이 생명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정당·인물 간 경쟁이 없으면 민주정치는 기능 부전(不全)에 빠진다고 경고한다.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부패도 줄어들 것이고, 정치 행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정치의 질이 좋아지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좋은 정치는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눈을 의식하고, 유권자의 평가를 두려워할 때 가능해진다. 재선을 목표로 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유권자들의 비위(이해와 요구, 선호와 열망)를 맞추려 노력하는 게 정상이다. 정치의 질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유권자가 싸고 질 좋은 정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 소장은 현재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JTBC 시사 예능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하는 한편, TBS 교통방송 라디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총선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 또는 다음 대선 주자는 누가 되는 것이 승산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런 답을 내놓는다.

“2012년처럼 일종의 정치적 프로파일링(pro-filing)을 해보니 이러저러한 스펙을 가진 정치인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게 좋겠다는 식의 생각도 패배의 길이다. 설사 요행히 이긴다고 해도 집권 초기부터 위기에 처할 것이다. 경제에서 공짜 점심이 없다고 하듯, 정치에서 공짜 승리는 없다. 차분하게 또박또박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진보를 표방한 정치 세력에 걸맞은 어젠다 세팅과 정치 기획을 보여주어야 한다. 반사이익이 아니라 실력으로, 선거가 아니라 일상 정치로 승부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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