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수입자동차 결산]② 폴크스바겐, 10年 노력 한순간에 날려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12.22 16:23
  • 호수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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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할인 프로모션으로 인공호흡...내년 신차투입 여부 관건
폴크스바겐 주력 해치백 '골프 2.0 TDI'. / 사진=폴크스바겐

사연 없는 이름은 없다. 폴크스바겐(Volkswagen)도 마찬가지다. 1937년 독일 태생의 폴크스바겐은 Volk(국민)+s(합성어 결합요소)+wagen(차)의 합성어다. 이름대로 폴크스바겐은 서민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신념이 담긴 회사다.

한국에 들어온 건 2005년이다. 플래그십 모델인 페이톤을 비롯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아렉, 중형 세단 파사트, 해치백 골프 등 다양한 판매 라인업을 갖췄다. 특히 디젤 라인업의 TDI 모델이 인기를 끌며 수입차업계 디젤 판매 1위에 오른다.

10년 뒤 잘 나가던 폴크스바겐이 멈춰 섰다. 디젤차랑 배기가스를 고의적으로 조작한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진 탓이다. ‘국민차’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그렇게 주저앉았다. 할인 프로모션 등으로 11월 판매량을 살려놨지만, 당장 12월 판매량이 위태위태하다. 내년 재활의 관건은 미국 집단소송 결과와 신차 흥행여부다.

◇ 폴크스바겐, 롤러코스터 탄 월별 판매량

자료=시사비즈

지난해 11월까지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2만7812대였다. 점유율은 15.52%로 독일 BMW(20.7%)와 벤츠(18.13%) 뒤를 이어 수입차 판매량 3위에 올랐다.

올해 폴크스바겐의 성적은 사시이비(似是而非)다. 숫자로는 작년과 유사하지만 속사정이 다르다. 폴크스바겐 11월 누적 판매량은 3만3143대로 지난해 대비 19.2% 늘었다. 그 사이 점유율(15.1%)은 지난해 대비 0.42% 소폭 감소했다. 수입차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셈이다.

총 판매량은 늘었지만 월별 판매량이 요동쳤다. 무엇보다 폴크스바겐에게는 ‘악몽의 10월’이었다. 9월 빚어진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 여파가 10월 판매량을 끌어내렸다. 올해 10월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947대다. 작년 같은 기간 판매량(1759대) 보다 46.2%가 감소했다.

그나마 11월에는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꺼내들었다. 티구안, 골프 등 주력 모델에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적용했다. 현금 구매 고객의 경우 최대 1772만원(투아렉 3.0 TDI R-Line)의 추가 할인 혜택까지 부여했다.

효과는 탁월했다. 11월 한달 간 4517대가 팔려나가며 전월 대비 377%,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2727대)보다 65.6% 급성장했다. 폴크스바겐 11월 전 세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선방이었다.

◇ 폴크스바겐 받친 두 기둥, ‘티구안’과 ‘골프’

자료=시사비즈

9월 디젤 사태가 없었다면 올 한해 폴크스바겐 국내 성적은 준수했다. 일본과 미국 수입차 판매량이 늘며, 점유율은 소폭 줄었지만 모델별 판매량은 꾸준히 늘었다.

성장의 주역은 SUV ‘티구안(Tiguan)’이다.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은 11월까지 8269대가 팔려나가며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였다. 10월 디젤 스캔들 여파에 주요 모델 성적이 바닥을 길 때 유일하게 판매 200대 선을 지켰다.

그 뒤를 이은 모델은 해치백 부동의 강자 ‘골프(Golf)’다. 11월까지 5758대가 팔리며 폴크스바겐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중형 세단 파사트(Passat 2.0 TDI)는 10월 판매량이 5대까지 급락하며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지난달 할인 프로모션 효과를 누리며 전체 판매량 4793대로 선방했다.

그 밖에 제타 2.0 TDI 블루모션(3644대), CC 2.0 TDI 블루모션(1934대), 파사트 1.8 TSI(1521대)가 판매량 1000대를 넘으며 힘을 보탰다. 비주력 모델 존재감은 미미했다. 9월 출시된 골프 고성능 모델 골프R과 소형차 비틀은 월간 평균 판매량이 두 자릿대에 머물렀다.

◇ 폴크스바겐 “내년 국내 신차계획 고심 중”

수치상으로 폴크스바겐 한해 장사가 ‘쪽박’은 아니다. 다만 11월 판매량은 할인 행사에 기댄 ‘거품 성적’이며, 디젤 스캔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업계에서는 폴크스바겐 판매가 정상화되려면 ‘줄소송’부터 끊고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까지 폴크스바겐 소송필요서류를 제출한 국내 소비자수는 7400여명을 넘어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한 원고수는 3500여명에 육박한다.

소송을 대리 중인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폴크스바겐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피해보상 내용을 고지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1주에 1차례씩 400~500여명의 원고들이 추가로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 변호사가 미국 로펌 ‘퀸 엠마누엘(Quinn Emanuel)’과 진행 중인 미국집단소송(Class Action) 결과도 관건이다. 소송의 칼자루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연방지방법원이 쥐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자동차배출가스 관련법이 엄격해 폴크스바겐이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과에 따라 폴크스바겐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배상해야할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뛸 수 있다.

폴크스바겐 국내법인은 소송 결과에 따른 피해 보상은 본사 지침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내년 판매량을 좌우할 신차 차종과 출시 시점 등은 아직 고심 중이다. 국내 디젤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과 경쟁 차종 등을 면밀히 살핀 뒤 공식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폴크스바겐 관계자는 “내년 신차 출시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내외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신차 계획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반기 신차 계획이 확정되면 수반되는 마케팅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예상 발표 시점은 유동적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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