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본 2015년 한국 자동차산업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5.12.31 17:08
  • 호수 136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건사고 많았던 2015년...쌍용차만 함박웃음

올해 한국 자동차업계는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잘 굴러가던 차가 불에 휩싸이기도 했고, 2억원이 넘는 외제차는 소비자가 휘두른 골프채에 박살이 났다. ‘클린 디젤’을 자랑삼아 말하던 독일차는,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썼다.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던 현대·기아차는 ‘제네시스’라는 고급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5년 자동차업계를 사자성어로 정리해본다.

◇ 현대·기아차 : 다사다망(多事多忙)

11월4일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행사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사진=현대자동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5년 신년사를 통해 “올 한해 820만대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야심찬 포부에 현대·기아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해를 보내야했다.

부진 늪에 빠진 중국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충칭시에 연산 30만대 규모 공장을 설립했다. 기공식에 정의선 부회장이 참석하는 등 시공부터 공을 들였다.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도 매입했다. 현대차그룹 통합 컨트롤타워를 만들라는 정 회장의 지시에, 자금 10조5500억원을 ‘통 크게’ 내놨다.

무엇보다 제네시스 출시에 공을 들였다. 브랜드 설명회는 정의선 부회장이 이끌었다. 제네시스 첫 차 ‘EQ900’ 신차발표회에는 정몽구 회장이 참석했다. 경영진부터 연구진까지 바쁘게 일한 한 해 였지만 성과는 기대만 못했다. 현대·기아차 올 해 생산량은 800만대를 밑돌 전망이다.

◇ 쌍용자동차 : 고진감래(苦盡甘來)

쌍용차가 모처럼 웃었다. 지난해까지 매분기마다 수백억의 적자를 떠안던 쌍용차에 희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효자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다. 티볼리는 SUV 전통의 명가를 재건하겠다는 야심찬 포부 아래 태어났다. 티볼리 성적은 기대치를 웃돌았다. 매달 판매량이 뛰더니 올 한해 가장 많이 팔린 소형 SUV가 됐다.

그 결과 쌍용차는 3분기 영업손실 3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83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 증권업계는 4분기 쌍용차가 영업이익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무엇보다 6년 동안 쌍용차 발목을 잡았던 대량해고 사태가 마침내 마무리됐다. 쌍용차로서는 잊지 못할 한 해였다.

◇ 한국GM·르노삼성 : 노이무공(勞而無功)

한국GM과 르노삼성은 기대만큼 크지 못했다. 연초 신차 출시 등을 통해 현대·기아차 점유율을 뺏어오겠다는 포부가 무색한 한 해였다.

한국GM은 올해 경차 ‘스파크’, 준대형 세단 ‘임팔라’ 등을 출시했다. 기아차 ‘모닝’과 현대차 ‘그랜저’를 잡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스파크는 모닝과 필적하며 선전했지만 임팔라는 공급부족에 시달리며 일찌감치 경쟁대열에서 탈락했다.

르노삼성은 SUV ‘QM3’가 약진했지만 세단라인업인 SM시리즈가 동반 부진했다. 모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신차 투입이 부족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내년 각각 ‘신형 말리부’, 고급 세단 ‘탈리스만’ 등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린다.

◇ 벤츠·BMW·폴크스바겐 : 전전반측(輾轉反側)

콧대 높던 독일 수입 3사는 자존심을 구겼다. 각사 모두 판매량은 지난해 보다 늘었다. 다만 몸값과 어울리지 않는 구설수가 일년 내내 발목을 잡았다.

BMW는 ‘달리는 폭탄차’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10월부터 달리던 BMW 차량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연달아 발생했다. BMW는 결국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고, 소비자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벤츠는 ‘골프채 사건’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지난 9월 벤츠를 리스한 차주는 주행 중 시동이 연거푸 꺼진 차량을 벤츠가 교체해 주지 않자, 판매사 앞에서 2억원대 차량을 골프채로 부쉈다. 그 뒤 벤츠가 차량교환을 약속하며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수입차 사후관리(A/S)가 불량하다는 편견은 더 짙어졌다.

폴크스바겐은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앓았다. 소프트웨어를 사측이 자의적으로 조작, 디젤차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실 주행 시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안전과 친환경을 내세웠던 폴크스바겐 명성은 2015년 무참히 깨졌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