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의 힘 대결은 달에서도 계속된다
  • 김형자 | 과학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1.2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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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후년 ‘창어 4호’ 띄워 세계 최초로 달 뒷면 탐사에 도전

2018년, 중국이 무인 탐사선 ‘창어(嫦娥) 4호’를 달 뒷면에 착륙시켜 탐사에 나설 방침이다. 일단 “2018년 6월에 중계위성을 쏘아 올리고, 그해 말에 착륙기와 탐사기를 발사할 계획”이라고 중국 달 탐사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국방과학기술공업국’이 밝혔다. 달의 뒷면은 단 한번도 착륙선이 내린 적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중국의 달 뒷면 탐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그렇다면 달 뒷면 탐사를 아직까지 못한 이유는 뭘까?

달 뒷면에선 지구와의 직접 통신 어려워

중국의 달 탐사위성 창어 3호를 실은 창정 3B 로켓이 2013년 12월2일(현지 시각)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 AP 연합

달의 뒷면은 1959년 10월4일 소련(지금의 러시아)의 ‘루나 3호’가 처음으로 촬영에 성공하면서 그 모습이 드러났다. ‘루나 3호’는 달을 회전하면서 뒷면을 촬영하고, 자동으로 사진을 현상해 지구로 돌아오는 도중 사진을 무선 전송해 전 세계에 공개했다. 그 후 여러 탐사선이 달의 뒷면으로 보내졌다.

1968년 12월21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3명의 우주비행사(프랭크 보먼, 짐 러벨, 윌리엄 앤더스)를 태운 아폴로 8호를 발사했다. 우주선은 달 뒷면으로 다가가는 데 성공했고, 3명의 우주비행사는 달 뒷면에 접근한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이들은 검은 달 뒷면을 돌아 별자리를 보고 지구로의 방향타를 잡았다. 2012년에는 NASA가 발사한 쌍둥이 달 탐사위성 ‘그레일리’의 달 뒷면 사진과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또 지난해 7월16일에는 심(深)우주기상관측위성(DSCOVR)이 지구를 배경으로 달뒷면 사진을 촬영해 지구로 보내왔다. 달 뒷면과 지구를 동시에 찍은 사진은 이것이 처음이다.

흔히 알고 있겠지만, 달의 뒷면은 달 주기 등의 이유로 지구에서는 볼 수 없다. 달은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똑같다. 공전은 한 천체가 다른 천체 주변을 도는 운동이고, 자전은 천체가 스스로 도는 운동을 말한다. 지구의 경우, 태양 주변을 약 1년에 걸쳐서 공전하면서 24시간에 한 번씩 제자리에서 도는 자전을 하고 있다. 지구의 위성인 달도 공전과 자전을 하고 있는데, 달은 29.5일 동안 지구 주변을 한 바퀴 돈다. 게다가 달은 지구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같은 속도로 스스로 한 바퀴를 돈다. 그 결과 항상 같은 면이 지구를 향하게 되면서 지구에서는 언제나 달의 한쪽인 앞면만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달 뒷면은 세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실제 탐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통신 등의 문제로 궤도선의 상공 탐사만 이루어졌을 뿐, 아직까지 직접 착륙을 시도한 국가는 없다. 달 뒷면을 탐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달의 궤도 특성상 뒷면에서는 지구와의 직접 통신이 어렵다. 달 뒷면에 가 있으면 지구로 전파를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1968년, 아폴로 8호를 타고 3명의 우주비행사가 달 뒷면으로 다가간 20시간 동안 지구와의 교신이나 휴스턴과의 교신이 중단돼 하마터면 이들 3명이 최초로 우주를 헤매는 미아가 될 뻔했다. 달의 앞면은 늘 지구를 향해 있어 통신을 주고받거나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에 적합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달의 앞면에는 낮고 평평한 땅이 많은 반면, 뒷면은 평지가 적고 매끄럽지 않은 분화구와 돌로 된 높고 거대한 산지로 이뤄져 매우 험하다. 이렇게 불규칙한 뒷면 대륙에 무인우주선을 착륙시키고, 차량형 탐사선을 활동시키는 기술 또한 만만찮다. 더구나 위성을 이용한원격 신호 전송 기술을 비롯해 해가 들지 않는 달의 밤 상황에서 탐사선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 등 고난도의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달 뒷면 탐사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달 궤도상에 달을 회전하는 통신위성을 띄워놓으면 가능하다. 이 통신위성의 중계를 통해 지구와 교신할 수 있게 되면 탐사가 가능하다. 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 탐사선과 이를 실어 나를 착륙선, 달 주위를 돌며 통신을 연결해줄 중계위성까지 미리 발사할 예정이다. 만약 창어 4호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달의 뒷면에 우주선을 착륙시킨 국가라는 영예를 얻게 된다.

중국의 달 탐사위성 창어 3호에서 분리된 탐사차 옥토끼가 2013년 12월15일(현지 시각) 달 표면에 내려 이동하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XINHUA 연합

미국 NASA, 중국보다 먼저 발사 방안 검토

창어 4호는 첨단 기술적인 면에서도 여러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구와 달 사이의 ‘라그랑주 지점(L2)’을 매개로 세계 최초로 통신을 시도할 예정이다. ‘라그랑주 지점’은 3곳에서 작용하는 힘의 균형이 맞아서 가만히 머무를 수 있는 곳, 즉 우주 공간에서 커다란 두 개의 천체 사이에 작은 물체가 있을 때, 두 개의 천체 주변에서 중력이 0이 되는 안정적인 지점이다.

이를테면 지구와 달의 중력이 평형을 이뤄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는 안정된 곳을 말한다.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으니 인간이든 우주선이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라그랑주 지점’은 우주정거장 등을 세우기에 이상적이다. 2010년에 발사된 ‘창어 2호’는 달 궤도 임무를 마치고 지구와 달, 태양 사이에 있는 ‘라그랑주 지점’에서 서 있는 실험을 해성공한 적이 있다. 지구와 달 사이, 태양과 목성 사이에는 이론적으로 5곳의 ‘라그랑주 지점’이 존재한다.

‘라그랑주 지점’은 이탈리아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조제프 라그랑주가 구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 지점에서 통신에 성공한 적은 없다. 만일 중국이 여기서 달과 지구 간 중계 통신을 최초로 실현한다면,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한 우주정거장 사업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중국만 달 뒷면 탐사를 계획하고 있는 건 아니다. NASA는 중국보다 먼저 달 뒷면 탐사위성 발사를 계획했다. 지난 2010년 NASA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나서기 전 록히드마틴사와 협력해 달 뒷면 탐사위성을 발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현재 이들의 프로젝트는 ‘달 뒷면 미션(L2-farside mission)’이라는 명칭 아래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이 프로젝트의 탐사위성은 달 뒷면에는 착륙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달 탐사는 그 자체로 산업적·과학적 의미가 크다. 달은 대기가 전혀 없는 초진공 환경으로 쓸모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입자가속기나 중력파 탐지 같은 과학 실험과 초정밀 회로를 만드는 반도체산업에 아주 유용하다. 또 달의뒷면은 지구에서 나오는 빛이나 전자기파가 완전히 차단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우주과학 연구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뒷면에 전파망원경이나 광학망원경을 두면 엄청난 효율로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국과 미국. 이번엔 미지의 달 뒷면을 누가 먼저 정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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