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유통 결합]① 쇼핑도 인공지능 시대
  • 김지영 기자 (kjy@sisapress.com)
  • 승인 2016.01.26 16:18
  • 호수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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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팅부터 버튼 자동 주문까지

유통업계는 정보기술(IT)과 유통서비스를 결합해 편리한 쇼핑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품 탐색, 주문, 결제, 배송 등 쇼핑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 쇼핑 속에 IT와 유통의 결합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에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위치기반서비스, 간편결제 등 유통 서비스를 바꾸는 첨단 기술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마음에 드는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면 품이 든다. 상품 하나만 검색해도 수백 개의 리스트가 뜨는 온라인 쇼핑 환경에서는 더하다. 정보 과잉 속에서 소비자는 최선의 소비를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소비자의 고민까지 대신해 주는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소비자는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최적은 상품은 어떤 건지 제안해주는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 반복 구매가 가능한 사물인터넷 등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블로그

◇ 결정까지 대신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

최근 유통업체들은 소비자의 선택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개인에게 필요한 상품만 모아서 제공하는 개별화된 추천서비스다.

최적의 상품을 최저의 가격에 기획해주는 서비스가 있는가 하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가 물건을 찾기 전에 먼저 추천해주기도 한다. 지마켓이 운영하는 큐레이션 커머스 G9나 11번가의 쇼킹딜이 여기에 해당한다. 티몬은 지난해 10월 하루 한 가지 상품을 선정해 정상가보다 평균 45%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옥션은 2013년부터 쇼핑 편의 제공 차원에서 소비자의 수요를 미리 파악해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상품뿐 아니라 성별, 연령대별로 소비 성향에 맞춰 상품을 제안하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아웃도어, 카메라, 패션 등 취미나 라이프스타일 중 본인의 관심사를 설정하면 그에 맞는 인기 상품을 자동 추천한다. 또 비슷한 연령과 라이프스타일의 다른 고객들이 주로 구매하는 상품을 카달로그 형태로 보여준다.

이종수 G9스포츠 카테고리매니저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이슈와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해 즉각적으로 해당 상품을 판매자에게 상품을 소싱할 수 있다는 강점”이라며 “미세먼지, 한파 등 급변하는 날씨뿐만 아니라 샤오미 열풍 같은 트렌드를 주시해 경쟁력있는 상품을 한발 앞서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정기구독형, 오프라인 매장도 큐레이션 시작

구독형 큐레이션 서비스도 등장했다. 소비자가 관심있는 분야를 지정해 구독 신청하면 가장 인기있는 상품을 골라 배송까지 해준다. 정기구독하듯 일정 기간마다 서비스한다는게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소비자에게 정기적으로 화장품을 보내주는 미미박스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계절이나 자신의 피부에 맞게 신제품을 골라 주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선택과 결정의 고민을 덜 수 있다.

해외서도 화장품 구독형 큐레이션 서비스로 글로시 박스(Glossy Box)가 주목을 받았다. 아울크레이트(OwlCrate)는 다양한 종류의 서적 관련 아이템을 정기 배송한다. 독자의 관심분야에서 새로 나온 책이나 베스트셀러 등을 골라 준다.

오프라인 매장 역시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함안, 김해, 통영 등에 생활 제안형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경남 창원에 연 양덕점은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반영해 새로운 생활을 제안하는 제3세대 대형마트를 표방한다. 롯데마트는 올해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한 매장을 30여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LG생활건강과 함께 구독형 서비스를 선보였다. LG생활건강의 특정 화장품 브랜드 제품에 한해 소비자가 60만원을 낼 경우 6개월간 기초 화장품을 골라 보내준다. 롯데백화점은 소비자 반응이 좋을 경우 브랜드를 추가하거나 다른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미미박스는 계절이나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골라 주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선택과 결정의 고민을 덜 수 있다. / 사진=미미박스

◇ 빅데이터 활용해 ‘송곳’ 서비스 가능

큐레이션 서비스는 빅데이터에 바탕을 둔다. 빅데이터는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수치 뿐 아니라 문자와 영상 자료를 포함하는 자료를 말한다. 디지털 환경이 일상화 되면서 개개인이 검색 내용, 구매 이력 등 다양한 흔적들을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회장은 "우리는 절대 데이터를 버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베조스 회장은 사소한 데이터라도 대량으로 취합하고 분석하면 의미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소매 및 유통 산업군에서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상품 마케팅과 편리한 쇼핑 환경 구축에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BC카드와 LG CNS는 인공지능 마케팅 프로파일링 시스템인 아입스(AIPS)를 개발했다. 기존 카드 거래 데이터와 소셜데이터를 연계해 소비성향과 변화 추이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사용 내역, 성별·연령·지역·직업 등 사용자 정보,  소비 규모와 시점 등 1년간 카드 거래 자료를 분석한다.

여기에 크롤링(웹사이트에 공개된 내용을 기계적 방식으로 대량으로 가져오는 행위)을 통해 주요 키워드(열쇠말)의 언급 횟수를 탐색한다.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들을 카테고리 별로 분류해 특정 정보나 상품과 묶는 클러스터링 작업을 거치면 추세와 흐름을 도출해 낼 수 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아입스를 통해서 특정 대상의 속성을 파악하기가 용이해졌다”며 “이를 활용해 상품이나 마케팅을 설계할 때 좀 더 정확하고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물인터넷으로 생필품 반복 자동 구매

생필품은 소량을 반복 구매하는 패턴을 가진다. 따라서 떨어지지 않도록 쇼핑 시기를 신경써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최근 사물인터넷을 활용하면서 생필품의 주문과 배송이 간편해지고 있다.

아마존의 대시버튼(Dash Button)이 대표적이다. 식료품, 생활용품 등 생필품의 주문 버튼을 냉장고, 세탁기 등 관련된 사물에 부착하고 제품이 떨어지면 버튼을 눌러 주문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대시버튼을 서비스하고 있다. 대시버튼을 통해 구입가능한 제품은 250여 종이다. 아마존은 대시버튼으로 자동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아직은 시범 단계로 대시버튼을 무료로 주거나 대폭 할인하는 행사 등도 진행한다.

아마존의 대시버튼(Dash Button)은 생필품의 주문 버튼을 가전제품에 부착하고 제품이 떨어졌을 때마다 버튼을 눌러 주문을 하는 방식이다. / 사진=아마존

미국에서 파는 사물인터넷 기계 히쿠(Hiku)는 온라인 식료품 쇼핑 과정을 일원화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치이다. 기계장치는 바코드를 읽거나 음성을 인식해 구매 리스트를 작성하고 주문하는 미니 로봇이다. 한번 구매한 상품의 바코드를 인식해 상품을 검색할 필요없이 주문할 수 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가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 거쳐야 했던 수고스런 과정을 간편하게 IT서비스로 대체 가능한 시대다”며 “소비자가 손품이나 발품을 들이지 않고 유통업체가 해당 서비스를 대신하는 서비스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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