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열전]㉓ 신원수 로엔 대표, 대중음악계 실력자 된 샐러리맨
  • 고재석 기자 (jayko@sisapress.com)
  • 승인 2016.01.29 17:17
  • 호수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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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등에 업고 날아오를까

통신사를 다니던 한 30대 샐러리맨의 유일한 낙은 음악감상이었다. 샐러리맨은 퇴근 후 한 시간을 오롯이 음악 듣는 데 할애했다. 때마침 거미줄처럼 퍼진 인터넷망은 동호회 문화도 바꿨다. 취향을 나누는 온라인 게시판이 막 뜰 무렵이었다.

샐러리맨도 음악취향을 그럴듯한 글에 담아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다. 이 사소한 취미는 샐러리맨의 삶을 바꾼다. 음악콘텐츠 사업을 모색하던 회사 경영진 눈에 띈 것이다. 음악을 평하던 게시판 글쟁이는 한국 대중음악계 막강실력자가 됐다. 신원수 로엔엔터테이먼트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신원수 대표는 두차례 크게 변신했다. 27세에 공학도에서 샐러리맨으로 첫 변신했다. 신 대표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며 연구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다 그는 1989년 한국이동통신(현재 SK텔레콤) 공채1기로 입사한다. 

샐러리맨 신원수는 이동전화 마케팅을 담당했다. 그가 말단사원부터 차근차근 올라갈 무렵, 한국이동통신도 급격히 성장한다. 1994년 민영화 후 10년 간 매출과 가입자가 20배 늘었다. 1997년 3월 사명이 SK텔레콤으로 바뀌었다. 

사세가 커지자 SK텔레콤은 콘텐츠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이때 신 대표는 두 번째 변신에 성공한다. 신설된 콘텐츠사업본부 뮤직사업팀 부장으로 발령났다. 그후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갓 마흔을 넘긴 나이였으니 승진이 빨랐다. 신 대표는 “남이 가기 싫어하는 영역에 도전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내 콘텐츠사업본부를 이끌게 된 신원수 상무는 2004년 11월 멜론을 기획했다. 42세 때의 일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음악은 공짜로 듣는 것이란 인식이 강했다. 소리바다와 벅스뮤직이 시장을 양분했다. 이때 신 상무와 기획팀은 전에 없던 사업방식을 생각해냈다. 렌탈(rental)이다.

신원수 상무는 2007년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인터뷰를 갖고 “음악에 돈을 낼 소비자를 직접 찾아 나서고, 음악파일의 유료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공짜음악 시장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음반사 입장에서도 신 상무의 제안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로엔은 월정액과 다운로드 서비스를 결합해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갔다. SK텔레콤은 콘텐츠 강화를 위해 2005년 5월 국내 최대음반사 ㈜YBM서울음반도 인수한다. 

신원수 상무는 2008년 1월 서울음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다. 서울음반은 로엔엔테이먼트로 이름을 바꾼다. 곧 SK텔레콤이 멜론 사업권을 자회사 로엔에 양도했다. 신원수 상무는 40대 중반 나이에 국내 최대 음원업체 수장이 된다.

로엔은 파죽지세로 나아갔다. 로엔 이름으로 새해를 시작한 2009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0배 이상 늘었다. 2014년에는 시가총액에서 YG와 SM을 차례로 제쳤다. 경영자 신원수의 가치도 계속 올랐다. 2013년 로엔 지분이 홍콩계 사모펀드로 넘어갔지만 신 대표의 경영권은 유지됐다. 업계에 그만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분 변화 이후 로엔은 새로운 환경에 직면했다. 신 대표는 더 이상 대기업 계열사 CEO가 아니었다. 모기업 효과가 사라지자 경쟁자들의 도전이 거세졌다. 무섭게 변하는 콘텐츠 시장 흐름도 변수였다. 아이폰을 기반에 둔 아이튠즈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했다.

신 대표는 반격카드를 차례차례 꺼내들었다. 우선 플랫폼 충성도 강화를 위한 새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4년 멜론은 2800만 고객의 콘텐츠 구매 및 활용이력에 관한 빅데이터를 음악 생산자들에게 공개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플랫폼 역할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지난해말엔 중국판 넷플릭스 르티비(Letv)와 제휴했다. 씨스타를 보유한 스타쉽, 허각을 보유한 에이큐브 등 알짜배기 기획사도 인수했다. 7월에는 멜론쇼핑도 만들었다. 하지만 신 대표는 아직 2%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신 대표가 꺼낸 회심의 카드는 카카오다. 지난 11일 카카오가 로엔엔터테이먼트 지분 76.4%를 인수했다. 카카오의 플랫폼은 모바일과 포털, 게임을 아우른다. 이제 로엔이 콘텐츠를 팔 무대가 넓어진 셈이다. 다시 든든한 모기업을 얻게 된 점도 득이다.

카카오는 로엔의 중국 진출을 뒷받침할 가동력 좋은 엔진이다. 김아영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연구원은 “로엔과 카카오의 결합은 시너지가 크다. 카카오도 이미 아시아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패스(path)도 인수했다. 르티비(Letv)를 인수한 로엔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러 플랫폼이 뒤섞이면 콘텐츠를 갖춘 로엔이 중국에 진출할 때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라는 엔진을 단 로엔의 미래가 밟지만은 않다. 현재 로엔 매출의 80~90%는 음원제공 및 온라인음원서비스에서 발생한다.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KT를 등에 업은 지니뮤직이 가격경쟁력 강한 음원상품을 내놓으면 당장 변수가 될 수 있다. 실제 KT는 후불요금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회사 규모에 비해 콘텐츠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도 숙제다. 현재 로엔에서 매출확대에 기여하는 스타는 얼마 전 재계약한 아이유가 유일하다. 스타쉽과 에이큐브 인수만으로는 SM·YG에 버금가는 콘텐츠를 확보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콘텐츠산업을 전공한 장민지 방송평론가는 “로엔은 SM·YG와는 다른 기획 전략을 펼쳐왔다. 아티스트형 뮤지션이다. 아이유가 대표적이다. 다만 한류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 로엔에겐 딜레마일 것 ”이라고 밝혔다. 콘텐츠와 플랫폼을 아우른 음악포털을 향해가는 신원수 대표가 다시 한번 난코스에 들어섰다. 

프로필

1963년 수원출생

휘문고등학교 졸업

경희대학교 환경공학과 졸업

1989년 한국이동통신 공채1기

2007년 SK텔레콤 뮤직사업부장(상무)

2008년~ 로엔엔터테이먼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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