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북한 핵사태를 푸는 법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6.02.18 15:32
  • 호수 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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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 병인양요.

아시다시피 올해는 병신년(丙申年)입니다.

우리 역사에서 병(丙)자로 시작하는 해는 간단찮은가 봅니다.

연초부터 북한이 잇달아 대형 사고를 치고 있습니다.

1월6일 ‘수소폭탄’ 핵실험에 이어 2월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더니 2월11일에는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했습니다.

저는 전날인 2월10일 우리 정부가 북한의 잇따른 핵 도발에 맞서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을 선언하자 북한이 개성공단 내 우리 국민을 인질로 잡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다행히’ 다음 날 북한이 공단 내 우리 국민 280명을 전원 추방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왜 다행이냐고요? 북한이 이들 280명 전원을 인질로 잡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보십시오. 북한은 예측불허 집단이어서 그럴듯한 명분을 붙여 이들을 인질로 잡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도 북한이 국제 여론을 의식해서 전원 추방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최악의 경우 이들이 인질로 억류됐다고 가정하면 우리 정부나 미국 또는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답은 ‘없다’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북한이 풀어주기 전까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고요? 북한에 천문학적인 거금을 주거나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면 인질 석방은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당장은 먹기 좋은 곶감일 순 있어도 나쁜 전례를 만드는 것이어서 주저하게 됩니다.

그러면 특공대를 투입해서 이들을 구출해오는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뿐더러 자칫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어 이 또한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유감스럽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2010년 11월23일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좋은 예입니다. 이날 대낮인 오후 2시34분 북한은 연평도의 해병대 기지와 민간인 마을에 포탄 100여 발을 발사합니다. 자국민이 무차별 살상당하는 것이 생중계되고 있는데도 그날의 대한민국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나라였으면 이날 전면전을 각오하고서라도 전투기를 투입해 포격 원점(原點)을 타격했어야 합니다. 이날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은 과연 자국민을 보호하는 나라일까.”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날 저만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작금의 북한 핵사태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북한이든 누구든 우리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실행에 옮기는 것입니다. 북한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우리가 만만해 보이니까 우리를 집적거리는 것입니다. 우리보다 국력이 훨씬 약한 베트남을 중국이 저어하는 까닭이 뭔지 잘 생각해보십시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입으로 평화를 확보한 사례는 없습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 정신이 절실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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