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추구한 패러다임 변화를 배우고 싶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2.25 18:30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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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낫 다칼 네팔 평화부흥부 장관 인터뷰“네팔 여성 대통령 탄생 굉장한 자부심 느껴”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 다양한 민족이 삶의 터전을 가꿔온 네팔. 지난해 4월25일 규모 7.8의 강진이 수도 카트만두 주변을 강타해 9000여 명이 사망하고 17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그로부터 10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대지진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다. 네팔은 지금 지진 피해 복구에 한창이다.

에크낫 다칼(Ek Nath Dhakal) 네팔 평화부흥부 장관(42)은 “정부 차원에서 메가 캠페인을 벌이며 피해 복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라하라9층탑 등 네팔이 자랑하는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 7곳도 붕괴됐는데 똑같은 형태로 복원할 것이다. 2018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2월12~16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국제지도자회의(ILC) 참석차 내한한 다칼 장관은 2월14일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네팔의 지진 피해 복구 상황을 전했다. 그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임시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학교가 무너져 학생들이 텐트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칼 장관은 “한국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대학생과 의료진 등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우리를 돕고 있다”고 감사를 표한 후 “이번에 한국에 와서 네 분의 국회의원을 만나 네팔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 시사저널 이종현


국회의원 재선에 최연소 장관만 두 차례

다칼 장관은 네팔의 대표적인 젊은 정치인이다. 30대 중반이던 2008년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2013년 재선에 성공했다. 초선 의원 시절이던 2012년 5월16일 내각에 참여해 빈곤구제협력부 초대 장관을 지냈다. 지난해 12월24일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신임 총리에 의해 평화부흥부 장관에 임명되는 등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네팔 정부 내에서 최연소 장관을 두 차례나 맡게 된 것은 그의 위상을 잘 설명해준다.

다칼 장관은 네팔 정계에서 ‘한국통’으로 불린다. 1999년 첫 방문 후 17년 동안 100여 차례나 한국을 찾았다. 대학 재학 시절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과 인연을 맺으면서 한국과 교류하게 됐다. 2004년부터 10년 동안 가정연합 네팔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방문한 적도 있고 정부 차원에서 방문한 적도 있다. 전직 총리 네 분과 현직 총리 한 분 등 VIP 500여 명을 모셔와 한국을 소개해왔다. 이런 일들이 모여 한국과 네팔의 관계가 돈독해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평화부흥부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일까. 다칼 장관은 자신의 역할을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우선 “네팔은 1996~2006년 10년 동안 내전을 겪었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네팔 내에는 공개된 조직도 있지만 공개되지 않은 지하 조직도 있다. 이러한 모든 조직을 만나 평화를 위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 달 전에 새 헌법이 공표됐다. 이 헌법이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네팔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 공항과 고속도로, 병원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발전 모델 삼아 경제성장 이룰 것”

네팔에서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의 발전상이 개발을 앞둔 네팔에 모범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칼 장관은 “한국은 반세기 만에 도움을 받는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 바뀐 유일한 국가다. 크지 않은 나라지만 세계 14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또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것처럼 네팔도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해 있다. 네팔은 한국이 추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배우고 싶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네팔에 더 많은 투자를 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다칼 장관은 “자동차와 휴대폰, 호텔 등 많은 시장이 열렸다. 새로 제정된 헌법이 한국 기업의 네팔 내 비즈니스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고 밝혔다. 네팔 청년들의 한국 진출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국가 재건을 위해 한국의 건설과 토목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네팔인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노동자의 권리는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내에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그는 “경제적 시각으로만 보지 말아달라. 네팔 사람들이 한국에서 돈을 벌어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는데, 한국도 네팔 사람들의 노동력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서로 윈-윈(win-win)하고 있는 것이다. 네팔인들이 와서 한국의 발전을 돕고 있다는 점을 정부와 기업에서 알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네팔의 현 대통령은 여성이다. 네팔에서는 지난해 10월29일 비디아 데비 반다리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네팔의 첫 여성 대통령이다. 물론 정치 체제가 달라 권한에 차이가 있다. 네팔의 경우 정부 수반으로서 실질적인 권한은 총리가 행사한다. 그렇다 치더라도 전통적인 남성 중심 사회에 맞서온 네팔의 대표적 여성운동가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칼 장관은 여성 대통령 탄생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팔에서는 대통령뿐 아니라 첫 여성 국회의장도 나왔다. 새 헌법의 힘이다. 국회의원 중 적어도 33%는 여성이 맡도록 헌법에 명시돼 있다. 여성 지도자는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여성이 힘을 얻는 것은 국가 전체가 힘을 얻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칼 장관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앞으로 다른 인종에서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네팔에는 123개의 언어가 있고 126개의 민족이 있다. 다칼 장관은 “이들을 하나로 모아 평화로운 네팔을 만드는 게 내 임무다”고 밝혔다. 그는 또 “네팔 부흥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장관으로서 앞으로 네팔이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 한국 발전을 모델로 삼아 지진 피해를 딛고 일어서서 네팔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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