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기함’ 가라앉는다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3.0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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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아슬란, K9 판매량 동반부진...단종 ·신차계획 없어
현대차 아슬란. / 사진=현대자동차

현대·기아차 기함(플래그십) 아슬란과 K9이 동반 부진에 빠졌다. 두 모델 모두 지난해말 깜짝 반등하는가 싶더니 올해 들어 하락폭이 다시 가팔라졌다. 아반떼와 K7 판매량이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영업이익이 가장 큰 플래그십 차량 판매량이 추락하자 현대·기아차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 덩칫값 못 하는 판매량 

사진=김재일 기자

아슬란과 K9은 현대·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현대차 아슬란의 경우 한 체급 위에 있던 에쿠스가 독립브랜드 제네시스로 편입되면서 책임감이 더 막중해졌다.

두 모델 모두 각 사의 수위체급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판매량은 바닥을 긴다. 지난해말 개별소비세 인하와 맞물려 깜짝 반등에 성공하는가 싶더니 새해 들어 판매량이 다시 주저앉았다.

아슬란 상황은 누란지위(累卵之危)다. 아슬란은 지난해 1월과 2월 판매량이 1000여 대였다. 그랜저의 아류작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네 자릿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1년 뒤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11월(598대)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출시 이래 최소 판매량(151대)을 기록했다.

K9도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달 K7이 전월대비 340.3% 급증한 6046대를 판매하며 기아차 최다판매 모델로 자리매김한 사이, K9 판매량은 201대로 줄었다. 전월 대비 25.6% 감소한 수치로 최근 1년간 월간 판매량 중 가작 적다.

◇ 당분간 단종·신차계획 없다

기아차 K9. / 사진=기아자동차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부회장 주도로 제네시스라는 새로운 플래그십 브랜드를 출시한 터라 K9과 아슬란은 찬밥 신세다. 두 모델 모두 연내에 완전·부분 변경 모델 출시 계획이 없어 반등 기회도 찾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아슬란 단종설까지 불거졌다. 현대차는 당분간 아슬란이 플래그십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선을 긋는다. 고급 세단 개발에만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단종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대차는 올 10월경 6세대 신형 그랜저를 출시할 예정이다. 프로젝트명 IG로 개발 중인 신형 그랜저는 올 연말 출시 예정이었으나 아슬란 판매 감소세가 가팔라 출시일자를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차는 K7, K3 등 판매 호조에 힙입어 내수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다. K9 판매 부진이 아직 뼈아프진 않다. 다만 플래그십 세단은 판매량과 별개로 한 회사의 상징적인 모델이다. 기아차가 최상위 차종으로 K9을 내세우기에는 체면이 서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수입차와 경쟁사 공세가 거세진 상황에서 디자인 및 상품성이 차별화되지 않으면 판매량 추락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슬란은 현대차 대형 세단의 장점을 섞어놓은 종합선물세트다. 결과적으로 고유의 정체성을 갖는 데 실패했다. K9은 잘 만들어진 차지만 같은 가격대에 수많은 경쟁모델이 즐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무너진 플래그십 판매량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제네시스 EQ900, 벤츠 E클래스, 한국GM 임팔라 등 경쟁하려면 차별화에 성공해야 한다. 파격적인 디자인 변경과 상품성 개선 없이는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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