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구글 인공지능에 충격의 불계패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6.03.09 16:42
  • 호수 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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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종반전 수싸움에서 승기 잡아
구글 딥마인드 개발자 아자황(바둑 아마추어 6단)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와 첫번째 대국에서 알파고의 첫 수를 대신해 두고 있다./사진=한국기원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가 9일 이세돌 9단과 첫 대국에서 승리했다. 알파고는 경기 중반 수차례 실수를 저질르긴 했으나 경기 종반 이세돌 9단의 실수를 집요하게 추궁하면서 186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 9단은 오후 1시 돌을 가린 뒤 흑을 잡았다. 중국 룰 '덤 7집반'을 적용하므로 백을 잡는게 유리했다. 하지만 이 9단은 판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흑을 잡았다.

알파고는 3000만회 경기를 두면서 데이터를 구축·활용해 자기학습한다. 또 알파고는 1만여개 바둑 정석과 기보 16만개를 저장하고 있다. 이세돌 9단 기보도 입력해 분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고는 기보 분석에 기초해 대결 상대자에 맞는 포석을 짜려는 것인지 첫점 착수에 시간을 많이 들였다.

이세돌 9단은 최대한 판을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비틀기를 시도했다. 이세돌 9단이 둔 7번째 착점을 프로바둑 역사상 처음 둔 수라고 평가할 정도로 독특했다. 그만큼 프로기사 대국에선 보기 힘든 수라는 평가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입력되지 않은 수를 두려는 의도로 보였다.

이세돌 9단은 정형화된 대국보다 복잡하게 판을 이끌는 난전을 좋아한다. 이에 이 9단은 대국내내 전투를 유도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알파고는 강하게 반격했다. 이 9단은 대국 중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대국 해설에 나선 유창혁 9단은 “인공지능이 지닌 약점을 볼 수 없다. (대국 개시 1시간까진) 이세돌 9단이 더 흔들리는 듯하다”라며 알파고 실력에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대국이 중반으로 갈수록 알파고가 판을 주도했다. 이 9단이 변칙적인 수를 두면 알파고는 정확히 대응해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유창혁 9단은 “세계 대회 결승을 보더라도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대국에서 중반까지 접전을 벌이며 실수 하나를 저지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후 2시30분 현재 중반전에 돌입했으나 아직까지 누가 유리한지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승부가 박빙이었다.

알파고는 90번째 착점에서 엉뚱한 수를 두면서 국면은 이세돌 9단 우세로 돌아섰다. 이세돌은 좌중앙에 큰 흑집을 지어 유리한 형세를 만들었다.

종반전으로 가면서 이세돌 9단이 실수를 저질러 비세로 돌아섰다. 알파고가 최강의 수로 이세돌 9단의 실수를 추궁하면서 전세를 뒤집었다. 알파고는 102 수로 우변 흑집에 침투했으나 이세돌 9단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170수를 넘기면서 이세돌 9단의 패색이 짙어졌다. 백 7집반 덤을 넘기기 힘들어지자 이세돌 9단은 경기시간 3시30분만에 돌을 던졌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간 2번째 대국은 10일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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