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미래 책임질 ‘I.N.G’ 명암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3.17 17:58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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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실적은 방향성과 별개...신뢰도가 발목 잡을 수 있어”
제네시스 대형세단 EQ900, / 사진=현대차그룹

현대·기아차 미래를 책임질 모델 3개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 12월 정의선 부회장이 개발을 총괄한 고급차 제네시스(Genesis) EQ900에 이어 1월 현대차 친환경모델 아이오닉(IONIQ), 이달에는 기아차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NIRO)가 공개됐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GM과 폴크스바겐 등을 제치고 글로벌 판매 2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관건은 고급차와 친환경차 성적이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미래전략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각 차종마다 넘어서야할 장애물이 산적했다고 말한다.

◇ 고급차와 친환경차,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

지난해 11월 4일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행사에 참석한 정의선 부회장. /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전략을 책임지는 수장은 정의선 부회장이다. 경영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정몽구 회장 그늘에서 벗어나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앞세워, 현대차그룹의 미래전략을 촘촘히 그려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 부회장 측근은 “현대차그룹은 폐쇄적인 그룹문화를 갖고 있다. 그만큼 소통에 능하지 못하다는 악명을 떨쳤지만 정 부회장은 소통할 줄 아는 리더”라며 “그룹 방향성과 신차 개발 전 항상 외부 전문가들과 의견을 주고받는다. 수개월, 수년에 걸친 피드백을 통해 제네시스와 친환경차를 내놓은 것”이라고 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순항 중이다. 처녀작인 대형세단 EQ900은 12월 출시 후, 지난달까지 총 2만215대가 계약됐다. EQ900 출고가는 7170만~1억1490만원이다. 벤츠 S클래스와 아우디 A7, BMW 7시리즈 등이 경쟁모델이다. 상대적으로 고급차 지명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한 달 평균 1500대 내외를 판매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넘어섰다.

현대차가 출시한 친환경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상황은 녹록치 않다. 1월 출시 후 493대가 팔리며 신차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현대차가 20.2~22.4㎞/ℓ에 이르는 고연비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소비자 반응이 시큰둥하다. 지난달 1311대가 팔려나가며 업계 우려를 어느 정도 지워냈지만, 판매량 중 상당부문이 직원 무이자 할부정책 등을 통한 프로모션 효과다.

기아차는 16일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SUV 니로를 공개했다. 아이오닉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모델로, 제원에서 특이점을 보이진 않는다. 다만 경쟁모델인 쌍용차 티볼리, 한국GM 트랙스 등에 비해 실내 공간이 넓고, 하이브리드 차량 특유의 고연비가 장점으로 꼽힌다.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 친근한 대중차 이미지 ‘독(毒)’ 될 수 있어 

기아차 하이브리드 SUV 니로. / 사진=기아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아이오닉, 니로가 판매량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승용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친환경차와 고급차 부문은 성장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현대차그룹은 하반기 제네시스 G80를 선보이며 고급차시장 공세의 고삐를 죈다. G80은 기존 2세대 제네시스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G80은 디젤엔진을 탑재, 가솔린 모델인 EQ900와 더불어 제네시스 브랜드의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현대차 아이오닉은 하이브리드에 이어 전기차(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연내 출시한다. 기아차 니로의 EV, PHEV 모델은 개발이 진행 중이다. 두 모델 모두 친환경 3개 라인업이 완성되면, 현대차그룹 판매라인업에 다양성을 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고급·친환경차 부문 강화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현대차그룹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수가 아닌 진보적 도전이 필요한데, 이 점에서 정 부회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계점도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현대차가 쌓은 대중브랜드 이미지가 큰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친환경차와 고급차 모두 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관건이다. 이 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비해 잔고장이 많다는 브랜드 이미지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크고 작은 사고에서 반(反)소비자적 행태를 취해 온 현대차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전략차종의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을 필두로 매우 공고한 미래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방향성에 있어서 이견은 없다. 다만 현대차가 보여 온 그간의 행태, 즉 소비자와 불통하고 차량 내구성 등이 떨어졌던 모습들이 현대차 미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가 과거에 비해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을 보였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은 그렇지 못하다. 고급차와 친환경차의 핵심은 기술력이다. 이 부문에서 현대차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것은 과거다. 소비자 불신을 지우지 못한다면 기술력과 별개로 판매량이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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