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지지층 빠지고 호남 민심도 출렁”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3.17 19:09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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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2개월 맞은 국민의당 지지 기반 흔들…여론조사 추이 정밀 분석

국민의당에서 추락하는 것은 내부 분위기만이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지지율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창당 초기 얻었던 지지율이 창당 2개월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국민의당의 간판인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위상도 급격히 하락했다.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안 대표가 오세훈 전 시장 보다도 낮게 나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조차 “지지율 추이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 섞인 한숨이 나오고 있다.

 

20% 웃돌던 정당 지지율 8%대까지 추락


국민의당은 창당 직후인 지난 1월18일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20.7%의 지지율을 얻으며 정국에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조사에서 22.5%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더민주)과는 불과 1.8%포인트 차이에 불과했고 새누리당 지지율도 소폭 떨어뜨리는 효과를 불러왔던 것이다. 명실상부 3당 체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제1야당의 자리까지 위협하는 결과였다.

 

1월21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시당 창당대회에서 안철수 대표(가운데)가 창당위원들과 양팔을 치켜올리고 있다. ⓒ 연합뉴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13%의 지지를 얻으며 새누리당과 더민주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야권 재편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특히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더민주와의 지지율 합이 새누리당 지지율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야(多野) 구도가 야권에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국민의당의 정체성에서 기인했다. 시사저널이 대권 잠룡의 정치 성향을 심층 분석한 결과<1374호 ‘후보자의 이미지만 보고 투표하지 마라’>에 따르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보다는 다소 보수적인 성향이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비해서는 진보적인 성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의당의 전반적인 포지션이기도 하다. 이상돈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은 노선으로 봤을 때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준(準)야당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곧 새누리당 지지층과 더민주 지지층의 일부를 흡수하고, 무당파(無黨派) 성향의 유권자를 포섭한 ‘제3당’이 목표였던 셈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경쟁 상대인 더민주가 새로운 인재 영입 발표를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는 동안에도 눈에 띄는 인재 발굴에 실패하며 상승 동력을 얻지 못했다. 여기다 북핵 사태까지 터지면서 이른바 ‘바람’을 탈 기회를 얻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상돈 위원장도 “북핵 문제 때문에 상승 동력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필리버스터 정국에서도 이득을 보지 못했다. 리얼미터의 3월 1주 차 주중 집계(2월29일, 3월2~4일) 결과,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당은 전주보다 0.6%포인트 하락하며 11.5%를 기록했다. 필리버스터 정국 동안 여론의 관심에서 밀려난 데다 더민주의 야권 통합론에 지도부가 균열하는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여론의 관심을 등에 업은 더민주는 전주보다 1.3%포인트 오른 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당 텃밭인 대구·경북(5.1%포인트)과 부산·경남·울산(4.6%포인트)과 수도권인 경기·인천(1.8%포인트)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올랐다. 중도층과 보수층에서도 더민주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등 지지층 결집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한국갤럽이 3월11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8~10일 사흘간 전국 성인 1005명을 상대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 39%, 더민주 23%, 국민의당 8%, 정의당 4% 순(없음·의견유보 26%)으로 나타났다. 창당 이후 지지율이 1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당이 ‘텃밭’으로 삼은 호남 지역의 지지율에도 비상이 걸렸다. 창당 직후 광주와 전남을 중심으로 더민주의 지지율을 넘어서며 “원내 진입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김한길 의원이 3월11일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광주 지지율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천정배 상임공동대표가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도부는 극심한 내분에 빠졌다. 더민주에 호남 지지율 1위 자리를 넘겨줄 수 있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5% 지지율 무너지면 끝장날 수도”

 

한국갤럽이 2월23~25일 전국의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호남 지역의 국민의당 지지도는 15%로, 전주보다 8%포인트나 급락했다. 더민주도 같은 기간 35%에서 32%로 떨어졌으나 하락 폭이 적어 국민의당을 2배 이상으로 앞섰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대한 호남 지역 지지도는 1월 셋째 주 각각 32%-26%, 넷째 주 29%-25%, 2월 첫째 주 26%-30%, 셋째 주 35%-23%, 넷째 주 32%-15% 등으로 나타났다. 2월 들어 더민주는 회복세를 보였으나 국민의당은 하락곡선을 그린 것으로 분석된다. 1월 26%에 달했던 지지율은 15%대까지 수직 하락했다.

 

국민의당은 리얼미터의 호남 지역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줄곧 앞서왔지만, 최근 2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3월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민주는 호남 지역에서 37.7%의 지지를 얻어 오차 범위 내 1위로 올라섰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32.2%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5주 차(더민주 25.5%, 국민의당 24.5%) 이후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역전된 결과다. 12월은 국민의당이 정식 창당하기 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창당 이후 처음으로 추격을 허용한 셈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의 생존 여부를 판가름할 지지율 마지노선을 5%대로 보고 있다. 만약 5%의 지지도 받지 못한다면 의미 있는 ‘제3당’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지율이 미미할 경우 ‘사표(死票)’를 우려한 야권 지지자들이 결국 더민주에 표를 몰아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야권 통합’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데는 이런 불안감도 한몫한다.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당 지지율이 더 내려간다면 ‘호남 자민련’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민의당은 출범 당시 ‘호남판 자민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국으로 세를 불리지 못하면 ‘지역정당’에 그치고 말 것이란 우려였다.

 

하지만 호남 지역 지지율조차 급락하면서 이제는 당의 생사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올라오고 있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민의당 지지는 박지원·김한길·천정배·정동영 등 정치 거물들에게 의지한 면이 크다”며 “이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데 당의 지지율이 오를 수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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