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박이 선발에 28홈런 거포까지 한국 상륙
  • 배지헌│베이스볼랩 운영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17 20:18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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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메이저리거와 20대 유망주 등 2016 KBO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

최근 한국프로야구(KBO)의 발전상은 외국인 선수들의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현역 메이저리거는 물론, 왕년의 특급 유망주 출신들도 국내 팀과 계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제도 시행 초기인 2000년대 초반, 더블A와 독립리그 출신 선수들이 한국 무대를 평정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올 시즌에도 새롭게 KBO에 선보일 외국인 선수 뉴페이스 중에는 메이저리그에서 제4 선발투수로 활약한 헥터 노에시, 28홈런을 때려낸 윌린 로사리오 등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과 마이너리그 정상급 유망주들이 여럿 눈에 띈다. 그 숫자는 13명이다.

 

 


헥터 노에시(29·투수·KIA 타이거즈)

 

불과 2년 전만 해도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제4 선발로 활약한 투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0경기에 등판해(선발 5경기) 0승 4패 평균자책점 6.89로 부진했다. 노에시의 장점은 꾸준히 시속 150㎞대를 형성하는 강력한 패스트볼이다. 여기에 시속 140㎞대 고속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함께 구사한다. 메이저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이 3.3개.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9개만을 허용했다. 200경기 이상 등판하면서 쌓은 경기 운영 능력도 장점이다. 패스트볼 구속 등에서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기 때문에 올 시즌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윌린 로사리오(27·내야수·한화 이글스)

 

왕년의 빅리그 주전 포수 출신이다. 2012년 28홈런을 때려내며 마이크 피아자(1993년) 이후 메이저리그 신인 포수 최다 홈런을 기록했다. 빠른 볼에 특히 강하고 몸쪽 걸치는 공은 예외 없이 담장 너머로 날려 보낸다. 큰 체구에 비해 몸놀림도 민첩하다. 포구 후 송구로 이어지는 동작이 빨라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도루 저지에도 강점을 보였다. 하지만 장점만큼 단점도 많다. 공을 앞쪽에서 때리는 스타일로 바깥쪽 코스와 브레이킹볼은 거의 쳐내지 못한다. 수비에서는 기본기가 약하고 바운드볼 처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다. 포수로 무수히 많은 패스트볼을 기록하며 낙제점을 받았고 1루에서도 포구 실책이 많았다.

 

 


마이클 보우덴(30·투수·두산 베어스)

 

2005년 보스턴이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선택한 유망주 출신이다. 한때 베이스볼 아메리카(Baseball America·BA) 선정 유망주 랭킹에서 마이너리그 전체 17위까지 오를 정도로 각광받았고, 입단 3년 만에 빅리그 마운드에 설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스트라이크를 꾸준하게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이 장점이다. 타자와의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피칭 스타일로, 볼넷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 투수다. 마이너리그 시절 최고로 평가받은 체인지업과 삼진 카운트에서 던지는 커브볼도 수준급이다. 다만 패스트볼 구속이 시속 140㎞ 중후반대로 메이저리그 기준에서는 ‘평범’한 편이며, 이 때문에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는 매우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형적인 플라이볼 투수로 플라이 타구가 땅볼 타구보다 2배가량 많은 편이라 광활한 잠실구장과 두산 외야 수비의 덕을 볼 가능성이 크다.

 

 


닉 에반스(30·외야수·두산 베어스)

 

뉴욕 메츠 마이너리거 시절만 해도 지난해 포스트시즌의 영웅 대니얼 머피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2008년에는 더블A에서 OPS 0.926을 기록하며 맹활약한 후 트리플A를 건너뛰고 곧장 빅리그에 승격되기도 했다. 트리플A에서 6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95에 장타율 0.486을 기록했다. 3루수 출신으로 송구 능력이나 수비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홈런보다는 2루타를 많이 때려내는 ‘갭 파워 히터’ 스타일로, 넓은 잠실구장에 최적화된 유형의 타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무대에서는 좌완투수에 강했다.

 

 


앨런 웹스터(26·투수·삼성 라이온즈)

 

LA 다저스 시절이던 2012년에는 BA 선정 팀 유망주 랭킹 2위에 오를 만큼 큰 기대를 모았다. 웹스터의 장점은 위력적인 무브먼트를 형성하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에 있다. 마치 싱커처럼 역회전하며 가라앉는 시속 150㎞ 안팎의 패스트볼과, 싱커와 흡사한 궤적으로 날아오다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여기에 슬라이더·커브 등 브레이킹볼 계열의 변화구도 던진다. 다만 컨트롤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 전지훈련 기간 치른 연습경기에서도 이 문제 때문에 고전했다.

 

 


콜린 벨레스터(30·투수·삼성 라이온즈)

 

스카우트들이 좋아하는 큰 키(196㎝)에 길쭉길쭉한 팔다리의 소유자. 큰 키에서 내리꽂는 시속 140㎞ 후반대 빠른 볼과 낙차 큰 커브가 주무기다. 여기에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도 자주 던진다. 지금은 포심 패스트볼보다는 투심·싱커 등 변형 패스트볼이 유행하는 시대다. 벨레스터처럼 높은 코스의 포심 패스트볼과 떨어지는 커브로 승부하는 ‘올드스쿨’ 정통파 투수는 흔치 않다. 최근 국내 타자들의 빠른 볼 대응력이 크게 좋아진 점을 감안하면, 변화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사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아롬 발디리스(33·내야수·삼성 라이온즈)

 

NC로 이적한 박석민의 자리를 대신할 외국인 3루 요원. 뉴욕 메츠 마이너리그 시절 유연한 몸놀림을 바탕으로 한 3루 수비력과 정교한 타격 능력으로 팀내 상위권 유망주로 호평을 받았다. 코너 내야수치고는 장타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발디리스의 발목을 잡았다. 빅리그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한 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시즌 동안 활약했다. 지금도 여전히 홈런 타자와는 거리가 멀다. 이 점에서 지난해까지 활약한 나바로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조금은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로버트 코엘로(32·투수·넥센 히어로즈)

 

일본 프로야구로 떠난 앤디 밴 헤켄을 대신해 넥센이 새롭게 영입한 투수. 2004년 프로 데뷔 후 2012년까지만 해도 트리플A를 전전하던 평범한 투수였지만, 2013년 일명 ‘무회전 포크볼’을 장착하고 나타나며 새로운 유형의 투수로 거듭났다. 포크볼 그립을 잡고 던지지만, 마치 너클볼처럼 회전이 거의 없이 날아가는 게 코엘로표(標) 마구(魔球)의 특징이다. 여기에 시속 150㎞에 가까운 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함께 던진다. 메이저리그에서 3시즌 동안 9이닝당 탈삼진 12.1개를 솎아냈지만, 9이닝당 볼넷이 4.4개로 컨트롤에 약점을 안고 있다. 던지는 투수 자신도 어디로 갈지 모르는 포크볼을 자신 있게 구사하려면, 넥센 포수들의 블로킹 능력이 받쳐줘야 한다.

 


대니 돈(32·내야수·넥센 히어로즈)

 

미국의 야구 통계 사이트인 팬그래프에서는 대니 돈을 ‘쿼드-A 플레이어’라고 정의했다. 트리플A 레벨에서는 무시무시한 강타자지만,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기엔 뭔가 부족한 타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대니 돈은 2006년 32라운드 지명으로 신시내티에 입단한 후 데뷔 10년째인 지난해 애리조나에서 처음 빅리그를 경험했다. 마이너리그 10년간 156홈런에 장타율 0.498을 기록하는 등 홈런 파워만큼은 뛰어난 타자다. 1루와 좌·우익수를 모두 맡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슈가 레이 마리몬(28·투수·kt 위즈)

 

전설적인 복서 슈가레이 레너드의 열혈 팬인 아버지 덕에 특이한 이름을 갖게 됐다. 8년의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지난해 애틀랜타 소속으로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188㎝-88㎏의 좋은 체격 조건에서 나오는 평균 시속 146㎞, 최고 151㎞의 패스트볼이 장점이다. 패스트볼은 어떤 카운트에서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수준의 제구력을 갖췄다. 공을 던진 후 몸이 1루 쪽으로 향하는데 이런 유형의 투수들은 대개 우타자 기준 바깥쪽 코스로 힘 있는 공을 던지는 편이다. 체인지업 정도를 제외하면 확실하게 내세울 만한 무기가 없어 빅리그 진입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특히 커브는 직구와 팔 각도 차이가 크고 높낮이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인다.

 

 


지크 스프루일(27·투수·KIA 타이거즈)

 

지난해에 열린 프리미어12 대회를 지켜본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미국 대표로 출전해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던 바로 그 투수다. 주무기는 시속 140㎞ 중후반대를 형성하는 싱커성 패스트볼.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스타일이고 스트라이크존 낮은 쪽 제구력이 좋은 편이라 타자들이 공략하기에 까다롭다. 직구와 같은 팔스윙에서 나오는 체인지업도 수준급이다. 성격 면에서는 승부 근성과 투쟁심이 강하다. 2010년에는 손으로 벽을 쳤다가 골절상을 입어 장기간 결장하기도 했다. KIA가 계속해서 면밀하게 살펴야 할 대목일 수도 있다.

 

 


요한 피노(33·투수·kt 위즈)

 

미국 무대에서 좀처럼 운이 따르지 않았던 선수다. 패스트볼 구속이 평균 시속 143㎞, 최고 147㎞로 메이저리그 기준에서는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KBO 리그 기준에서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구속이다. 패스트볼 커맨드가 좋아 원하는 곳에 꾸준하게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 스피드와 무브먼트가 좋은 슬라이더도 수준급이며 투심·커브·체인지업의 제구도 나쁘지 않다.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자신감과 투쟁심도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마이너리그에서의 풍부한 선발 등판 경험을 바탕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긴 이닝을 소화하는 능력도 갖췄다.

 

 


 

 

 


헥터 고메즈(28·내야수·SK 와이번스)

 

콜로라도 로키스 시절 마이너리그 전체에서 최고의 유격수 유망주였다. 강력한 어깨와 부드러운 볼 핸들링, 넓은 수비 범위를 갖춘 허슬플레이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타격에서도 번개 같은 배트 스피드에 준수한 파워를 갖췄다는 호평이 따랐다.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봐도 2루수·유격수 요원 중에 이 정도 파워를 갖춘 선수는 많지 않다. 다만 지나치게 당겨 치려는 경향이 강하고,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유인구에 배트가 잘 따라 나오는 게 약점이다. 타격 재능에 비해 장타 생산이 많지 않은 건 선구안이 떨어지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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