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국민연금 반대 뚫고 SK㈜ 등기이사 복귀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6.03.18 11:12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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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주총서 가결...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2년만에 SK㈜ 등기이사에 복귀했다. 그는 이사회 의장도 맡을 예정이다. /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민연금 등 일부 주주 반대를 뚫고 2년만에 지주회사 SK㈜ 등기이사에 복귀했다. 최 회장은 SK㈜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을 겸임한다.

SK㈜는 18일 서울 서린동 SK빌딩에서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 등을 통과시켰다. 최 회장은 주총 이후 진행된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에도 선임됐다.

이날 주총에서 SK㈜ 2대 주주(8.58%)인 국민연금은 예고한대로 횡령 등 형사처벌 전력을 이유로 최 회장 등기이사 선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최 회장 특수관계 지분이 30.86%에 달하고 우호 지분도 상당수여서 안건은 무리 없이 통과됐다.

SK㈜는 최 회장 복귀와 함께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했다.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하는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투자 및 회사의 합병·분할, 재무 관련 사항 등 주요 경영사안을 사전 심의하게 된다.

조대식 SK㈜ 사장은 "신설되는 거버넌스위원회 활동을 통해 주주친화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신규 성장 사업의 적극인 발굴과 육성을 통해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는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2년7개월 간의 수감생활을 마친 후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재계에선 그의 등기이사 복귀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였다. 최 회장은 과거 5억원 이상 등기이사 연봉을 공개토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이후에도 등기이사직을 유지했다. 고액 연봉으로 논란이 됐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 직후까지 이사직을 수행한 바 있다.

출소 후 재계와 법조계에선 "최 회장이 달라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흘러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SK 내부에선 지난해 12월초부터 최 회장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일부 재벌 총수일가가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으며 책임경영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최 회장의 복귀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경제개혁연대마저 안전장치 마련을 전제로 책임경영을 위한 등기이사 복귀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SK㈜가 지난 2월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의결하자 이를 긍정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말 최 회장의 '사실혼 고백'과 '이혼 선언'은 이 같은 긍정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도덕성 논란과 함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여기에 더해 내연녀의 아파트거래 과정에서 계열사가 관여한 것을 두고 배임·탈세 의혹까지 제기됐다. 현재 탈세 의혹에 대해선 국세청이 조사에 나섰다. 배임 의혹과 관련해 고발 의사를 천명했던 금융소비자원은 고발을 보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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