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 중국 정부 견제에 기술력으로 대응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4.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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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절감·용량 증대로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 박차
중국 전기차 시장이 성장이 국내 업체들에 위기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 사진은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모형. / 사진=삼성SDI

중국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이 설 땅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산업을 지키려고 하고 중국 배터리 업체도 중국 정부를 등에 업고 크게 성장하고 있는 까닭이다. 국내 업체들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 팽창을 기회로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권호진 이스프링(Easpring) 박사는 14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16 전기차 컨퍼런스(KEVC)'에서 “중국은 중앙 정부 주도로 자국 시장과 업체를 키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 개발 능력도 국내 업체를 따라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2차 전지 시장 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하이브리드자동차(HEV)를 포함해 총 31만2000대를 판매했다. 이는 2014년 9만911대에 비해 3.4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올해에는 53만4690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는 정부 역할이 컸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생산 업체와 소비자에 세제 혜택과 보조금 등을 확대해 2020년까지 누적 500만대 전기차를 보급한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더불어 중국 정부는 최근 판매량에 따라서도 보조금을 주기로 결정하면서 전기차 생산을 촉진하고 있다.

중국은 한 번 충전에 150~250㎞를 가는 전기차에는 보조금 약 900만원을 주면서 생산과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전기 버스 등 상용차에는 길이를 기준으로 10~12m에 대 당 약 1억원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는 전기 버스 값의 반값에 해당한다.

이러한 지원 아래 중국 배터리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BYD(比亞迪·비야디)는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1487㎿h를 출하하며 LG화학을 제치고 세계 3위 규모로 올라섰다. 중국 2차 전지 생산 업체인 ATL은 중대형 전지 부문에서 지난해 영업이익 2100억원과 영업이익률 20.7%를 올렸다.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문제는 중국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업체에 대한 중국 정부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중국 정부는 자국 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방식의 전기버스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주겠다고 고시했다. 이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방식 배터리를 장착하는 전기 버스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중국 전기 버스는 자체 시장 규모는 작지만 배터리를 많이 탑재하는 까닭에 배터리 업체에는 중요한 시장이다. 김광주 SNE 리서치 대표는 “중국 전기 버스는 전체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5.7%를 차지한다. 하지만 배터리 출하량으로 따졌을 때는 중국 내 출하된 전체 배터리의 36%가 중국 전기 버스에 들어갔다”며 “중국 정부가 NCM계 배터리에 보조금 지급을 중지하면 중국 배터리 시장 53%, 전기 버스 시장만 해도 36% 가량이 막히게 되는 셈인데 이는 우리 업체에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 밝혔다.

실제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 등은 중국 내 공장을 건립하면서 중국 전기 버스, 전기 승용차 등을 고려해 생산라인을 만들었다”며 “중국 NCM계 배터리 보조금 지급 중지 문제로 인해 일부 생산에 대한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중국 보조금 제한 조치가 풀리길 기다리면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컨퍼런스 연사로 참석한 오동구 삼성SDI 마케팅 부장은 “중국 정부는 NCM계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금 중단하면서 안전 문제를 내세웠다. 삼성SDI는 중국 안전 규격인 QC/T, GB/T 규격 인증을 획득했다. 더불어 과충전, 분리막 등에서 자사 고유 기술을 바탕으로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중국 배터리 업계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격 경쟁력도 중장기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원가 70%를 차지하는 소재 개발뿐만 아니라 모듈, 팩에 걸친 최적화로 가격 부담을 줄인다는 복안이다. 이뿐만 아니라 공정 단순화, 용량 증대 등으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권종훈 LG화학 상품기획 수석부장은 “NCM 이슈는 계속 지속 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 보조금 제한 조치는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히려 중국 시장 확대에 대비해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생산공장 증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 역시 중국 전기차 확산에 대비해 배터리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LG화학은 고속 생산하는 설비로 교체하는 등 생산 능력을 높여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또 배터리 용량도 늘려 가격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용량을 늘리면 성능 퇴화가 줄어들어 교체 비용이 낮아지는 까닭이다. LG화학은 또 저가 소재를 써서 같은 성능을 내는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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