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돈 잘 벌지 말입니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4.14 19:04
  • 호수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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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이 가져오는 경제적 파급 효과

“아직도 중공업이랑 비슷하게 보고, 성과만 따진다는 게 고루한데요?” 드라마의 경제적 효과란 걸 따지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영화는 박스오피스라도 있어서 관객 수라는 양적 지표가 가능하지만 드라마는 그렇지 못하다. 그나마 제작비 산출 대비 얼마나 뽑았느냐, 해외에는 어디까지 판매했느냐, 광고 수익은 얼마냐 정도로 따져볼 순 있지만 여기에도 어디까지를 드라마 자체 수익으로 볼지 아리송한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관심은 커진다. 지금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거두고 있는 성공 때문이다. KBS 내부에서조차 “최근 몇 년간 유례가 없던 일”이라고 말한다. 이 드라마, 원래는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이 고사했더랬다. 그 규모가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는 ‘블록버스터급’이었기 때문이다. 멜로드라마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김은숙 작가에게 방송사 CP들은 ‘익숙한 멜로’를 하지 왜 ‘블록버스터’를 하려 하느냐고 했다. 처음엔 제작비가 무려 300억원이었다. 이후에 130억원까지 낮췄지만, 그래도 16부작 드라마로 생각해보면 한 편에 10억원 가까운 초대형급이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인 유시진 대위(송중기)의 대사처럼 “멜로가 하고 싶은데 자꾸 블록버스터가 된다”는 이 로맨스 블록버스터는 그 적정한 제작비 규모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본방에 이어 재방까지 완판된 광고

모두가 망할 것이라고 했던 이 작품이 빛을 볼 수 있었던 건 영화투자배급사인 ‘NEW’가 중국이라는 시장을 함께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NEW는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가 설립한 동영상 서비스업체 ‘아이치이’와 손을 잡았다. 사전제작의 투자비를 나누는 동시에 중국 인터넷을 통한 동시 방영을 하기로 한 것. 만일 규모를 축소했다면 나올 수 없었던 그리스 해외 로케이션 촬영 같은 블록버스터들이 중국 시장과 공조하면서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글로벌 마인드는 커다란 열매로 돌아왔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KBS가 낼 수 있는 수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광고다. <태양의 후예> 광고는 완판됐다. 주말 재방송마저도 3회 차부터는 완판됐다.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도 적극적으로 판매되는 등 내부적으로 “놀랍다”는 말이 나오는 수익 실적이다. 시청률 고공비행은 자연스럽게 광고 매출로 이어진다. 방송 전후에 15초짜리 광고가 총 30개 붙는다. 광고주들의 관심이 뜨겁다 보니 7회부터는 광고 2개를 더 붙여 총 32개의 광고가 방송 전후로 붙었다. 광고총량제가 적용된 탓이다. 과거에는 광고의 횟수나 종류 등을 제한했는데 광고총량제가 시행된 후부터는 제한된 광고 시간만을 정해준 다음 재량껏 광고를 배치할 수 있게 됐다. 이론상으로 시청률이 가장 잘 나오는 프로그램에 광고를 한데 모으는 것도 가능하다. KBS 관계자는 “완판을 넘어선 초과 판매를 하고 있는 격이다. 평일 드라마가 재방까지 완판되는 경우는 최근 없었던 일이다. 외주제작비로 KBS가 지급한 금액은 광고 수익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KBS의 주중 미니시리즈 광고 단가가 15초당 1300만원대. 한 회당 광고료를 계산하면 약 4억2000만원 정도가 나온다. <태양의 후예>가 16부작이니 이것만으로도 약 66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3회 차부터 완판된 재방 광고료는 편당 600만원 정도니 본방이 아닌 재방만으로도 약 30억원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수익은 콘텐츠 판매다. <태양의 후예>는 중국(회당 25만 달러)과 일본(회당 10만 달러)을 비롯해 영국·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 유럽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이란 등 중동권, 그리고 대만·홍콩·필리핀·미얀마·베트남·캄보디아 등 아시아권과 미국 등 32개국에 판권을 팔았다. 중국에 판매한 회당 25만 달러(약 2억9000만원)는 어지간한 미니시리즈 한 편의 제작비와 맞먹는다.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 온라인 사이트 ‘아이치이’에 5억1800만원에 전체 판권을 팔았다. “<별에서 온 그대>가 돌풍을 일으켰다고 하지만 그건 2차 판매였고, <태양의 후예>는 한·중 동시 방송이다. 영화로 치면 동시 개봉인데, 편당 가격이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KBS 드라마 PD)

ⓒ KBS


“한국 영상물 시청 늘면, 인터넷 구매도 늘어”

드라마의 경제 효과에서 상당 부분은 사실 판권과 광고가 아닌, 그 속에 등장하는 상품에 대한 기대치가 차지한다. 예를 들어 2년 전 <별에서 온 그대>가 방영됐을 때 경제효과 3조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예를 들어 중국에 만들어진 ‘치맥’(치킨+맥주) 문화로 생기는 잠재적 기대수익도 그 속에 포함됐다.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가 즐겨 먹던 치맥이 중국 시장에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면서 관련 업체들이 때아닌 호황을 맞이해서다.

반면 정확한 경제효과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예를 들어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의 사례를 들어보자. 당시 국내에서 촬영하는 이 영화를 두고 영화진흥위원회는 국내 산업의 생산 유발효과는 약 251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약 107억원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용 유발효과 300명에 국내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62만명이 증가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문화산업을 그렇게 지표화한다는 건 무리수였다. “제작진 지출 비용 등 직접 경제효과는 예상할 수 있어도 문화산업의 간접 경제효과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채지영 연구위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움직임까지 무시할 순 없는 법. 김민정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 상품의 인터넷 구매 및 구매 플랫폼의 선택을 결정짓는 요인에 대해 모형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한국 영상물의 시청 빈도가 높아질수록 중국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와 한국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영상물 시청 빈도가 2배 정도 상승할 경우, 한국 상품의 인터넷 구매 확률이 4%포인트 정도 상승(중국 플랫폼과 한국 플랫폼을 통한 한국 상품의 구매 확률이 각각 2%포인트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한국 상품의 인터넷 구매에 한류의 영향이 실제로 존재하는 걸 알 수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지금 <태양의 후예>는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에서 20억뷰를 돌파했다. 그러자 중국 내 관련 상품 판매로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태양의 후예>의 등장인물들이 사용하고 있는 상품들이다. 가장 큰 효자 상품은 역시 패션과 뷰티다. 극 중 여자 주인공인 송혜교를 흉내 내는 소비자들로 인해 그녀가 광고 모델로 들어간 화장품 판매는 드라마 방영 전과 비교해 무려 매출이 10배나 늘어났다. <별에서 온 그대>에 ‘천송이 립스틱’이 있었다면 <태양의 후예>를 통해서는 ‘송혜교 립스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또한 극 중에서 온유(이진기)가 차고 있는 시계는 드라마 효과에 힘입어 판매율이 8배 상승했고, 남자 주인공인 유시진(송중기)이 먹는 이른바 ‘유시진 홍삼’은 정관장 제품으로 방송 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0% 증가했다고 한다. 원래 정관장의 자리에는 다른 한 제약회사의 상품이 들어갈 뻔했다.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한 제약회사 건강기능식품에 <태양의 후예> PPL 제안이 들어갔지만, 이 회사는 검토 끝에 하지 않기로 했다. 드라마의 효과에 대해 보수적으로 봤던 것인데 아마 지금쯤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2014년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전종근 한국외대 국제금융학부 교수는 “한류가 가장 활발한 중국과 일본의 경우를 비교해보니 콘텐츠 소비와 기타 제품 소비의 관계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의 경우 한국 영화·애니메이션의 기타 제품 소비에 있어 영향력이 컸던 반면, 중국의 경우는 대부분의 한류가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며, 특히 드라마의 영향력이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이 더없이 중요한 지금, 드라마를 등에 업고 해외에 동반 진출하려는 업계의 시도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정관장 ‘에브리데이’는 송중기 효과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0% 증가했다. ⓒ KBS

중국 시장 직접 노리는 드라마들 줄줄이 대기

올해 라인업되고 있는 드라마들 중에는 <태양의 후예>를 이어 중국 시장을 직접 노리는 드라마가 대기하고 있다. <대장금>의 이영애가 11년 만에 복귀해 만들어지고 있는 <사임당-더 허스토리>는 홍콩 엠퍼러그룹에서 100억원을 투자받은 합작드라마로 올 하반기에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된다. 이미 중국 방영권이 <태양의 후예>보다 높은 회당 27만 달러에 팔렸고, 중국과 홍콩을 비롯해 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 등에 판권 판매가 끝났다고 한다. <상속자들>로 인해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김우빈이 주인공인 <함부로 애틋하게>도 한·중 동시 방영 예정이다. <보보경심려> 같은 드라마는 아예 중국의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해 역시 한·중 동시방영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분명한 점은 드라마가 잘돼야 그 등에 업힌 다른 부수 효과도 힘을 얻는다는 것. 작품을 잘 만들어야 하는 것과 별개로 언제든 규제가 생겨날 수 있는 중국의 특성은 그래서 변수다. 중국 당국이 그동안 인터넷 방영에 대해 하지 않던 ‘사전 심의’를 인터넷까지 확대하게 된 건 <별에서 온 그대>가 보여준 중국 내 파급 효과 때문이었다. 그 규제의 틈을 피해 제작된 것이 이번 <태양의 후예>이다 보니 또 다른 규제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 편의 잘 만든 드라마가 만들어내는 ‘위대한 힘’은 지금도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이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단지 콘텐츠에 대한 관심에서 끝나지 않는다. 관련 상품의 대박으로 이어진다. 드라마 속 간접광고와 PPL은 마케팅 PD의 손을 거친다. 드라마 마케팅 전문기업 ‘어지니스’의 최충훈 대표는 콘텐츠와 상품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의 대표 격이다. KBS의 주요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상품은 그의 손을 거쳤다.

PPL 시장이 지금 어느 정도나 커진 건가.
본격적으로 커진 건 2000년대 초·중반부터다. <겨울연가>로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 불면서 그때부터 커진 거다. 엄청 커진 건 아니다. 간접광고법이 시행되기 전 음지에 있었을 때도 매출은 상당했었다. 매년 성장은 되고 있다. 아직도 연령대 높으신 임원들 중에는 “우리 로고가 그대로 노출되느냐”며 신기해하는 분들도 있다.

의외로 PPL 시장을 보면 대기업이 드문 것 같다.
(대기업은) 기존의 CF로 트는 방식을 안정적이라고 보는 것 같다. 담당자가 뭘 하나 시도했다가 시청률이 안 나오면 다시는 안 하는 사례도 있다. 그래서 적극적인 담당자가 드물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전파광고가 부담스러운 중소기업이나 프랜차이즈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태양의 후예>를 보면 유독 현대차가 눈에 띈다.
보통 자동차기업은 간접광고를 잘 안 한다. 차 모양만 봐도 대충 무슨 차인지 다 아니까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다만 현대차에서 선택을 잘했다고 본다. 이 드라마가 한류 배우를 동원해 동남아뿐만 아니라 글로벌하게 방영되는 드라마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감독이라는 스타 작가와 연출자가 있는 점을 보고 베팅을 한 거다.

중국에서 통하는 주인공과 통하지 않는 주인공이라면 광고비 차이가 생기나.
여기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톱배우나 스타 작가가 나오면 서로 하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지상파라고 해도 10개 중 9개는 톱배우가 아니다. 요즘은 광고주도 선택과 집중을 한다. 한류 배우인 이민호가 나온다고 치자. 캐스팅이 되자마자 여기저기서 문의가 빗발친다. 이럴 땐 협찬비용도 달라진다. 한류 배우를 쓰려면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젠 드라마가 과연 중국에서 통하느냐가 중요하겠다.
중국에서는 배우 박신혜가 송혜교와 전지현, 그다음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상속자들>이 중국에서 히트해서다. 차기작 <닥터스>를 준비 중인데 중국 쪽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회사들의 오퍼가 이미 오고 있다.

<태양의 후예>가 가져오는 효과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태양의 후예>의 경우,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나도 놀라고 업계 사람들도 굉장히 놀라고 있다. 드러나는 여러 숫자로도 놀라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그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놀랍다. 한편으론 시청자들의 눈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점에서 부담감도 있고 두려움도 있다. 이 작품은 거대한 예산에 사전제작이라는 특수한 경우인데, 그렇지 않은 기존 방식으로 만든 드라마가 앞으로 과연 눈에 들어올까라는 걱정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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