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업계, 초심으로 돌아갈때
  • 원태영 기자 (won@sisapress.com)
  • 승인 2016.04.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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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장 비슷한 게임 넘쳐…창의성 상실하면 미래 없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게임 강국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최근 리그오브레전드(LOL)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게임대회 우승을 휩쓸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전용 서버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우스겟 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게임 실력만큼이나 개발 실력도 좋을까. 한국의 게임 개발 실력 역시 우수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부터 리니지, 아이온, 던전앤파이터, 메이플 스토리 등 수많은 게임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게임 시장이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한국의 게임 강국 지위가 위태롭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업계 양극화다. 한국 게임 시장은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빅3’ 업체가 전체 매출액의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넥슨은 592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반면 수많은 중소·중견 업체들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모바일 시장 초창기에는 다양한 형태의 게임이 존재했다. 하지만 대형 게임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면서 현재 모바일 게임판도는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재편됐다. RPG의 경우, 많은 개발인력과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중소 업체들이 개발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아울러 대형 업체들이 유명 TV스타들을 대거 광고에 등장시키면서 중소 업체들의 설 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또 다른 문제점은 다양성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 업체 대부분은 초기에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스타트업 특성상, 창의적이고 기발한 게임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러나 게임업계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업체들은 당장 돈이 될만한 게임에 집중하게 됐다. 그 결과 비슷한 게임들이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특히 모바일 시장에서는 매출결과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기에 개발자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배가 됐다.

정상원 넥슨 신규개발총괄 부사장도 지난 26일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바로 이런 점을 지적했다. “최근 게임을 살펴보면 창작품이라기보다는 공산품의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물론 인기가 있는 게임을 모방해 만드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양한 유형의 개발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인기게임 판도가 변화했을때 그 변화를 따라가기 힘들 것이다. 게임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고군분투하고 있는 개발자들에게 정상원 부사장의 말을 인용해 전달하고자 한다. “우리는 결국 답을 찾을 것이고, 그 답은 이용자들이 찾고 있는 무엇이다. 개발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용기를 가지고, 하고 있는 일이 맞다는 생각으로 쭉 가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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