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출전의 조건? 무조건 멀리 날려야 한다
  • 김남우 MLB 칼럼니스트 ()
  • 승인 2016.05.16 21:30
  • 호수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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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출전 기회 얻지 못하는 김현수, 쇼월터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는 길은 ‘장타력’

올 시즌 메이저리그는 한국인 선수의 활약이 돋보이는 한해다. 박병호가 연일 장타 소식을 전하고 있고, 강정호는 복귀 경기에서 멀티 홈런을 기록했다. 이대호는 ‘플래툰’(하나의 포지션에 두 선수가 주전으로 번갈아 나서는 것)으로 출전하면서 임팩트 있는 홈런을 날리며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오승환은 혹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자주 출장하며 세인트루이스의 키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가장 주전 자리가 확실할 것만 같았던 김현수는 아직 이렇다 할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5월11일 기준으로 총 31경기를 한 볼티모어는 단 9경기에 김현수를 출전시켰다. 이 중 선발 출전한 경기는 6경기에 불과하다. 현재 김현수의 팀 내 위치는 12~13번째 야수다. 25인 로스터에서 거의 끝에 해당하는 위치다. 팀의 12~13번째 야수이기 때문에 경기에 출전할 기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현수가 받은 기회는 30개 구단의 마지막 야수 중에서도 유독 낮은 편이다.

 

 

쇼월터 감독, 운동능력 뛰어난 선수 선호 

 

김현수가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볼티모어가 오프 시즌에 영입한 조이 리카드 때문이다. 조이 리카드는 ‘룰5 드래프트’를 통해 볼티모어로 넘어왔다. 마이너리그 통산 출루율이 0.390으로 높고, 빠른 다리와 수비가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리카드는 애당초 김현수의 경쟁자로 영입한 선수가 아니다. 룰5 드래프트는 4년 이상 40인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를 대상으로 행해지는데, 이때 지명 받은 선수는 언제든 원 소속팀으로 돌려보낼 수가 있다. 스프링캠프의 활약 여부에 따라 원 소속팀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지명 받은 팀에 남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 살아남는다고 해도 지명한 팀이 해당 선수의 소유권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룰5 드래프트로 지명한 선수의 소유권을 보장받으려면 최소 90일 이상은 25인 로스터에 포함해야 하며, 90일을 채웠다 하더라도 해당연도에 부상자 명단에 넣는 것 외에는 25인 로스터에서 제외할 수가 없다. 바로 여기서부터 김현수가 꼬이기 시작했다.

 

스프링캠프가 진행될 때만 해도 볼티모어의 주전 좌익수는 김현수가 맡을 자리였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0.178의 타율에 머물고 장타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팀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 사실 주전을 보장받은 선수의 스프링캠프 성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주로 컨디션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경기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전 좌익수를 보장받을 것 같았던 김현수가 부진한 사이 룰5로 지명한 조이 리카드가 0.397의 고타율을 기록했고 5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면서 강력한 경쟁자가 된 것이다. 김현수와 리카드의 영입 과정은 차이가 있지만, 어찌 됐든 구단 입장에서 보면 두 선수는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신인들이다. 결국 좋은 성적을 남긴 리카드를 메이저리그에 남기거나 원 소속팀에 보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하면서 25인 로스터에 잔류한 김현수는 가끔 주어진 출전 기회에서 거의 매 경기 출루에 성공하며 괜찮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제한적인 출전 기회를 받으며 2경기 연속으로 선발 출전한 경기가 5월12일 현재까진  없다.

 

출전 기회가 박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조이 리카드의 시즌 초 성적이 예상보다 좋아서다. 30경기를 뛴 시점에서 리카드의 성적은 0.286의 타율에 3개의 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수비에서 미숙함을 보여주고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는 듯하다. 볼티모어 팀 내에 빠른 선수가 부족하다는 점도 리카드를 중용하게 되는 이유다. 벅 쇼월터 감독이 운동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선호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김현수의 계약 기간은 2년이지만 리카드는 팀에서 6년을 쓸 수 있으며 나이도 3살이나 어리다. 때문에 리카드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제공하면서 성장시키는 것이 팀에 더 도움이 된다고 여길 수 있다. (조이 리카드의 솔로 홈런 보기) 

 

문제는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플래툰 출전이나 대타 출전 기회가 너무나 적다는 점이다. 리카드 다음 외야수인 놀란 레이몰드 또한 3개의 홈런을 날리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리카드나 레이몰드 모두 우타자이기 때문에 좌타자인 김현수에게 기회가 올 법도 하지만 쇼월터 감독은 플래툰 기용을 선호하지 않고 대타 기용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5월8일(현지 시각) 기준으로 휴스턴이 29번의 대타를 내는 동안 볼티모어는 고작 5번의 대타를 내는 데 그쳤다. 쇼월터 감독은 포수를 제외한 다른 야수의 경우 번갈아가면서 출전시키는 것보다는 한 선수를 많이 출전시켜 경기 감각을 유지시키는 쪽을 선호한다. 

 

최근 현지에서는 높은 타율과 출루율 때문에 김현수를 더 자주 기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쇼월터 감독의 성향상 한 번 기회를 얻은 조이 리카드는 당분간 꾸준히 출장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를 주전 좌익수로 기용하면 수비에서 안게 되는 리스크가 너무 커서다. 만약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좌익수로 출전시킬 경우 해를 거듭할수록 수비력이 감소하고 있는 중견수 아담 존스의 좌우에는 김현수와 마크 트럼보가 뛰게 된다. 마크 트럼보는 외야 수비가 최악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최근 수비 범위가 많이 좁아진 아담 존스의 양쪽에 다리가 느린 외야수들을 세울 경우 볼티모어는 상당히 위험한 모험을 해야 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트럼보의 공격력을 볼티모어 타선에서 제외할 수도 없는 일이다. 김현수는 스프링캠프에서 체중이 불어난 모습으로 나타나 현지에서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메이저리그는 스프링캠프에 체중이 불어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관리에 소홀하다는 판단에서다.

 

393명 중 308위에 그치고 있는 장타력 

 

김현수가 출전 기회를 얻는 방법은 조이 리카드와 놀란 레이몰드의 동반 부상 또는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는 페드로 알바레즈를 제치는 일이다. 알바레즈는 스프링캠프 때 김현수가 부진하자 부족한 좌타자를 메우기 위해 영입한 타자다. 아직 타율이 낮고 찬스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지명타자가 갖춰야 할 장타력을 지녀 피츠버그 시절 2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했던 슬러거다. 볼티모어가 원하는 그림은 김현수가 알바레즈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외야 한 자리를 꿰차고 수비가 안 좋은 트럼보가 지명타자로 가는 그림이다.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김현수지만 높은 땅볼 비율에서 벗어나 장타를 날려줘야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현재 김현수의 평균 타구 비거리는 195.3피트로 10개 이상의 타구를 만들어낸 타자 393명 중 308위에 불과하다(박병호는 249.9피트로 22위).

 

지금까지는 한정된 기회 속에서 좋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젠 타율로 선수를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 수비와 주루 능력은 단숨에 키우기 힘든 능력이기 때문에 당장 김현수가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선 장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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