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시즌2] “3세대 면역치료제로 고약한 폐암 잡는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6.05.22 16:36
  • 호수 138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폐암 항암치료의 명의로 꼽히는 김흥태 국립암센터 박사 “모든 치료의 선제 조건은 금연”

폐암은 고약하다. 기침 등 심한 증상으로 암을 발견하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다. 게다가 치료를 받아도 재발과 전이가 다른 암보다 흔한 특징을 보인다. 이 때문에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폐암에 걸리면 대부분 죽는다고 생각했다. 또 수술할 수 없을 정도면 아예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결국 자연요법에 의지하는 사람이 많았고 지금도 이런 관습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3세대 면역항암제가 개발됐고, 곧 사용하게 될 전망이다.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있는 암이라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폐암 항암치료의 명의로 꼽히는 김흥태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모든 폐암 치료의 선제 조건은 금연”이라며 흡연과 폐암의 관계를 강조했다.

 

 

 


 

폐암이라면 흡연과의 관계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는데 그 관계는 어느 정도인가.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것은 동물실험 등으로 규명됐다. 하루에 몇 시간씩 흡연에 노출시킨 동물에게 암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들의 결과를 기반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담배를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담배를 오랫동안 피운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게 상식이다. 매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약 4.5배 높다. 흡연하기 시작한 나이가 어릴수록 그 위험은 더 커지는데, 20세 이하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비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6배 가까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흡연자와 담배 회사의 소송에서 흡연자가 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래 흡연자와 담배 회사의 소송에서 담배 회사가 승소한 이유는 특정 개인의 암 발병이 오로지 흡연 때문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기오염·라돈 등 다양한 물질이 폐암의 위험 요소이므로 흡연자의 폐암 원인이 100% 담배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서 보면, 십중팔구는 담배가 폐암의 원인인 셈이다. IARC는 전체 폐암 사망의 30%를 흡연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흡연자는 폐암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비흡연자라고 해서 폐암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2011년 발표된 세계적인 통계를 보더라도 남자 폐암의 15%, 여자 폐암의 53%는 흡연과 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연구에서는 여성 폐암 중 직접흡연은 8.1%이고, 간접흡연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약 20%다. 2015년 10월 세계폐암학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근 비흡연자의 폐암이 2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적으로 금연 추세인데, 흡연 폐암보다 다른 원인으로 인한 폐암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영국에서는 6년간 폐암 수술을 받은 환자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비흡연자가 13%에서 28%로 급증했다. 미국에서도 폐암 환자를 분석했더니 1990~2013년 그 비율이 8.9%에서 19.5%로 상승했다. 이들 비흡연자 폐암은 주로 젊은 여성이며 이미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비흡연 폐암의 원인으로는 간접흡연·라돈·대기오염 등과 공기 중 작은 입자들로 추정되나 이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암 환자는 보통 어떻게 암을 발견하는가.

 

폐암은 조기에 증상이 없어 발견이 늦다. 증상을 자각할 정도면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객혈·흉통(가슴통증)·호흡곤란 등이다. 폐암의 진단 당시에 기침은 폐암 환자의 50~75%에서, 객혈은 25~50%에서, 흉통은 약 20%에서, 호흡곤란은 약 25%에서 나타난다. 우연히 정기 건강검진에서 CT로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전체 폐암 환자의 5~15%밖에 되지 않는다. 폐암을 진단해보면 1~2기(수술 가능한 상태)는 전체 환자의 20~25%, 3기 35~40%, 4기 40%다. 암을 늦게 발견하는 사람이 70%다. 폐암은 재발이나 전이가 다른 암보다 흔하다. 환자의 55~80%가 처음 진단 당시 암이 상당히 진행됐거나 전이된 경우다. 또 수술을 받은 환자라도 재발률이 20~25%다.

 

어떤 경우에 병원을 찾아야 할까.

 

조기에 증상이 없어서 그런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 암 환자의 공통된 증상은 기침이므로 2주 이상 기침이 가라앉지 않으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정기 건강검진에서의 흉부 엑스선 촬영은 폐암 조기 발견에 도움이 안 되나.

 

건강검진에서 흉부 엑스선 촬영을 하지만 2㎝ 미만의 작은 폐암은 찾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엑스선 영상은 이차원이어서 다른 장기에 암이 가려지기도 한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건강검진으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공인된 선별검사 방법은 현재까지 없다. 

 

저선량(방사선량이 적은) 흉부 CT는 폐암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되나.

 

2011년 6월 미국에서 발표한 폐암선별검사연구(NLST)를 보면, 고위험군에선 저선량 흉부 CT를 매년 시행해보니 폐암 사망률이 20% 감소했다. 국립암센터도 2015년 9월 7대 암 검진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30갑년(하루 한 갑씩 30년 흡연) 이상의 흡연경력이 있는 55~74세를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CT를 이용한 폐암 선별검사를 매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단, 금연 후 15년이 지난 사람이나 비흡연자는 제외된다. 충분한 임상 근거는 아니지만 낮은 정도의 임상적 근거에 의한 권고 사항이 적절한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 것이다.

 

정확도는 얼마나 되나.

 

위양성률(음성인데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이 20~50%로 높은 편이어서 비용 대비 효과는 논란거리다.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은 조직검사로 확진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상당수는 필요하지도 않은 조직검사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국내에는 결핵이 많은데 결핵으로 인한 폐석회화가 영상에서는 폐암처럼 보일 수 있다. 게다가 저선량 흉부 CT의 판독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국내에 많지 않다. 저선량 흉부 CT의 반복적인 촬영으로 암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도 실(失)보다는 득(得)이 크다. 고위험군은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고민해야 한다. 

 

의심 환자는 병원에 가서 어떤 진단을 받게 되는가.

 

과거 병력과 신체 검진이 폐암의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이후 의심스러우면 각종 영상기기로 흉부를 촬영해서 병변을 확인하고 세포검사나 조직검사로 확진한다. 객담검사로 암세포를 찾기도 하고, 암이 폐 말초에 있으면 그 부위를 가는 침을 찔러 검사(세침흡인검사)하기도 한다. 암이 폐 중앙에 위치하면 기관지 내시경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폐암 의심부터 확진까지 조금 오래 걸리는 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약 2개월 이상 걸린다. 미국도 기침한다고 다 흉부 엑스선 검사를 하지는 않는다. 다른 치료를 해보다가 최종적으로 암을 확진한다.

 

유전자 변이 검사나 혈액 검사 등 현재보다 간편한 폐암 검사법에 관한 연구는 어디까지 왔나.

 

과거 가래나 혈액에서 암을 찾아내는 방법이 있었지만 실패했다. 암세포 조각이 혈액으로 떨어져 나가기도 하는데 이를 찾아내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성과가 없다. 그럼에도 향후 가래나 혈액 등에서 암을 찾아내는 방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암 판정을 받았다면 환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만일 암 판정을 받았다면 다른 병원 의사의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다. 암 여부를 재확인할 수 있고 다른 치료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또 암 치료를 받아도 악화될 때 또한 다른 병원 의사로부터 치료에 대한 의견을 구할 수 있다. 두 의사의 치료법이 다르다면 담당의사와 상의해서 선택하면 된다. 각 의료기관은 종종 새로운 신약이나 치료법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기존 치료에 효과가 없다면 이런 기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조기 폐암을 치료하는 수술 가운데 로봇 수술과 흉강경(폐 내시경) 수술의 치료 결과는 다른가.

 

로봇 수술과 흉강경 수술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연구는 없다. 다만 관련된 여러 연구를 종합해보면 수술 직후 사망률에서 두 수술은 차이가 없었다.

 

위암은 방사선 치료 후 수술을 받으면 한 가지 치료만 했을 때보다 치료 성적이 높아지는데, 폐암도 그런가.

 

방사선 치료로 폐암 크기가 작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항암제 또는 방사선 치료 후 수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많이 진행된 채 발견하는 폐암은 항암치료제로 어느 정도 치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나.

 

현재는 표적항암제로 치료하는 시대다. 환자의 특정 유전자 변이를 확인해 표적항암제로 치료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러나 똑같은 폐암이라도 세부 분류에 따라서는 특성이 제각각이어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또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면 새로운 유전자 변이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다시 하는데, 역시 큰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면역항암제 치료 후 암을 완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암환자들은 물론 일반인까지 면역항암제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낳았다. 1세대 세포 독성 항암제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물질이지만, 정상 세포마저 파괴하는 단점이 있다. 2세대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만 작용하기는 하지만, 암세포가 이 항암제에 견디는 성질, 즉 내성이 생겨 치료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허가를 목전에 두고 있는 3세대 면역항암제는 암 치료에 전환기를 가져올 혁신적인 약이다. 억제된 자기 몸의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방법이다. 이 약을 끊어도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계속 암세포를 공격하므로 치료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 임상 연구 결과, 3년 생존율이 20%에 달하고 약 20%는 거의 완치되기도 한다. 부작용도 거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사용 허가와 보험 혜택이 이루어져 국내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소 폐암 예방법은 무엇인가.

 

폐암 발생 가능성은 담배를 피운 양과 시간에 비례해서 증가한다. 따라서 국내외 학회가 권하는 가장 확실한 폐암 예방법은 금연이다. 90%의 폐암은 금연으로 예방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세계폐암학회에서도 금연한 환자와 계속 흡연한 환자를 비교 분석했더니 금연한 환자에서 유의하게 사망률이 감소했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가능하면 처음부터 피우지 말고, 흡연자는 바로 끊는 게 중요하다. 흡연자가 담배를 끊어도 최대 20년까지 폐암 위험도가 비흡연자보다 높으므로 금연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고위험군은 의사와 상의해서 매년 한 차례 저선량 흉부 CT 촬영을 권고했지만, 이 역시 금연이 선행조건이다. 그 외에 간접흡연을 포함한 환경적·직업적 위험 요인을 가능한 한 피하거나 줄일 필요가 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베타카로틴(비타민A의 전구물질)은 폐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있는데, 흡연자는 채소를 적게 먹어야 하는가.

 

베타카로틴은 항산화 작용이 있는 미량영양소(극히 소량이지만 섭취가 필요한 영양소)다. 과거에는 베타카로틴의 폐암 예방 효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베타카로틴 보조제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대규모 연구결과를 통해 베타카로틴 투여가 폐암 예방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 발표된 연구에서 흡연자에게 베타카로틴 보충은 비흡연자와 비교해서 폐암 발생을 18%나 증가시킨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 1996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흡연자에서 베타카로틴과 비타민A를 같이 투여하는 것이 폐암 발생을 28%나 증가시켰다. 흡연자가 베타카로틴을 보조제로 복용하면 폐방 발생과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게 결론이다. 과일이나 채소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흥태 국립암센터 박사는 누구?

 

김흥태 박사는 국립암센터 폐암센터의 수석의사이며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다. 1981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1989년 내과 석사, 1996년 내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2000년까지 건국대 의대와 단국대 의대 교수직을 맡았고, 1999~2002년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연구했다. 

 

2002~2004년 원자력병원 혈액종양내과 과장직을 수행했다. 2004년부터 국립암센터와 인연을 맺어 2007년 국립암센터 부속병원 부원장, 2010년 폐암센터장을 역임했다. 2015년부터 한국임상암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환자들에게 차분하게 설명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2014년부터 보건복지부 암정복추진기획단장직을 맡고 있는데, 5년 후 혁신적인 5가지 암 연구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4기 폐암도 표적항암제로 장기 생존 가능

 

장 아무개씨(71)는 폐암 수술을 받은 지 4년이 지났다. 암을 발견할 당시 이미 늑막(폐를 싸고 있는 두 겹의 막)까지 전이된 4기였다. 현재는 표적항암제(이레사)로 치료 중인데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오고 있다. 최근 늑막 부위에 통증을 느껴 국립암센터를 찾아 혈액검사와 CT검사를 했다. 이 환자의 상태를 본 김흥태 박사는 “폐암은 재발이 잦아 환자는 조금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도 민감하다”며 “표적항암제에 반응이 좋아서 현재 재발이나 전이는 없는 상태”라고 환자에게 설명했다.

 

4기 폐암에서도 표적항암제 치료 결과가 좋아 생존 기간이 2년에서 앞으로 3년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4기 폐암도 장기 생존이 가능해지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있으면 효과가 없다. 김 아무개씨(57)는 2013년 4기 폐암을 진단받았다. 이미 여러 장기로 전이된 상태였다. 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다. 그런데 최근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을 방문해 엑스선 검사를 받았더니 폐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이 환자에게 김 박사는 “CT를 찍어 다시 확인하는 게 좋겠다. 경우에 따라 입원해서 정밀 검사를 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환자를 위해 3세대 면역항암제가 필요하다. 곧 국내에서 면역항암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