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관통하는 의문, ‘노무현 정신’에게 묻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5.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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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발언으로 보는 노무현 정신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았습니다. 이날 열리는 추도식에 여․야 당 대표 등 다수 정치인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추도식에 참석한 정치인들은 하나 같이 “‘노무현 정신’을 기억하겠다”고 말합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7년이 지났지만 ‘노무현 정신’은 여전히 우리 정치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노무현 정신’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노무현 정신’은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 곳곳에 녹아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시사저널은 그가 남긴 어록을 분야별로 뽑아 봤습니다.


 

■ “지역주의는 한국정치 나쁜 병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여전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상당히 큰 문제로 보고 ‘낡은 질서’로 규정했습니다. 

“나는 한국 전체 정치구도의 변화를 원합니다. 또 다른 지역구도가 아니냐고 하지만 기존의 정치질서가 점차 와해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정치의 나쁜 병폐 첫 번째가 지역구도입니다. 그런 기존의 정치질서가 와해되면서 새로운 질서로 변화해 가는 과정입니다. 나는 비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중략) 큰 틀의 역사의 흐름은 낡은 질서가 붕괴되고 새 질서가 구축되는 과정입니다. 일차적으로 지역주의 정치를 해소하고 투명한 정치, 상향식 정치로 갑니다. 내가 신당에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낡은 질서 중 가장 강고한 것이 지역주의입니다. 상당히 오래 버틸 것입니다.” 

- 2003년 9월, 광주 전남지역 언론인과의 만남 -

 

■ “비자금 정치권으로 연결되는 낡은 사슬 끊어야”

정권 실세를 겨냥한 로비 의혹이었던 ‘성완종 리스트 의혹’, 선거 이후 불거지는 ‘공천 헌금 의혹’ 등 정치권은 금품 수수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런 정치권의 검은 거래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의 장부가 압수될 때마다 비자금이 나오고, 비자금이 나오면 당연히 정치권으로 연결되는 이 낡은 사슬은 반드시 끊어 내야 합니다. 돈을 받은 정치인이 ‘나만 받았는가, 누구누구는 받지 않았는가’하며 서로의 잘못에 의지하고, 또는 정치 탄압, 야당 탄압이라는 핑계로 적당하게 피하고 넘어가고, 그래서 다시 비자금이 또 터지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져야 합니다. 저는 제 자신이 먼저 몸을 던져야 할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 2003년 10월, 정기국회 시정연설 -

“우선 대선자금 수사 문제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지금 모두에게 어렵고 고통스러운 시기입니다. 대통령 주변 문제가 가장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략) 대통령도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정치권 모두가 해야 할 일을 속이고 회피하고 모면하려고 할 일도 아니고 또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중략) 다시는 불법자금 정치가 반복되지 않도록 10분의 1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모두 다 합심해서 그러한 성과를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는 선량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 2003년 12월, 4당 대표 초청 회동 -


■ “미국한테 바짓가랑이 매달려 가지고…”

현 정부 들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 전시 작전권 환수 문제 등 ‘자주 국방’도 논란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국민들이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고 하는 의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국방이 되는 것이지, 미국한테 매달려 가지고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가지고, 미국 뒤에 숨어서 형님 백만 믿겠다, 이게 자주 국가의 국민들의 안보의식일 수가 있겠나? 이렇게 해서 되겠습니까?” 

- 2006년 1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관련 연설 -


■ ‘정치검찰’, ‘댓글공작’은?

최근 들어 ‘정치적 표적 수사’,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논란이 됐습니다. 모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정보․수사 기관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이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어땠을까요.

“검찰, 국정원, 경찰, 국세청 등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하여 권력기관 인사는 국민충성도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힘 있는 재계와 권력의 유착관계는 이미 청산된 것 같습니다.” 

- 2004년 1월, 대통령비서실 직원 연수 특강-

“이제 대통령의 초법적인 권력행사는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이른바 ‘권력기관’을 더 이상 정치권력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들 권력기관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겠습니다.” 

- 2003년 4월, 제238회 임시국회 국정연설-
 

 

■ ‘표현의 자유’ 옹호하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표현의 자유’가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ICCPR)도 2015년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전반을 심의한 뒤 27개 영역 가운데 25개 영역에서 ‘우려’ 및 ‘(개선)권고’ 판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자유 민주주의가 아직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 재임 중 자신에게 대한 악성 댓글에 대해 남긴 말 -

“한국에서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라야 비로소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습니다.” 

- 2003년 6월 일본 방문 -

“요즘은 옛날에 독재정권을 돕거나 또는 독재정권의 편에 서서 인권탄압이나 독재를 방관했던 많은 단체들도 거의 아무 제약 없이 그야말로 민주적 권리와 인권을 한껏 누리고 있는 수준입니다. 정권을 맡은 사람의 처지에서는 그 사람들을 좀 제한했으면 하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국민들에게 물어봤더니 ‘듣기 싫더라도 괘씸하더라도 그런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2004년 10월 해외 민주인사와 다과회 -

 

 

■ “시위 도중 사망 피해자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농민 백남기(69)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졌습니다. 되풀이되는 집회․시위 과잉진압, 이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시위 도중에 사망한 전용철, 홍덕표 두 분의 사인이 경찰의 과잉행위에 의한 결과라는 인권위원회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이 조사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두 분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사죄말씀을 드리고 아울러 위로 말씀을 드립니다. 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서 정부는 책임자를 가려내서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국가가 배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번 더 다짐하고 또 교육을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2005년 12월, 시위 중 농민 2명 사망 후 대국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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