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뱅뱅 도는 까닭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5.2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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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침대 위에 누운 상태로 휴대폰부터 손에 쥐었습니다.
그리고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익숙한 단어를 검색했습니다.

‘미세먼지’

며칠 전부터는 일어나자마나 ‘오늘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는데요.
저만 그런 게 아닌가봅니다.
오후 3시 지금 이순간에도 포털사이트 검색어 목록에 ‘미세먼지 나쁨’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가 걸려있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미세먼지’‘초미세먼지’란 용어는 몇 년 전만해도 굉장히 낯선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홍진경 씨가 한 버라이어티프로그램에 나와 황사․미세먼지․초미세먼지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황사는 그야말로 (엄지와 검지를 서로 비비는 제스처)…”
“미세먼지는 그야말로 미세한 먼지”
“초미세먼지는 그것보다 더 작은 먼지”
라고 답해 웃음사냥꾼이 되기도 했죠.
(당시엔 저도 차이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젠 일상용어가 돼버린 게 ‘미세먼지’입니다.
올 봄엔 툭하면 미세먼지 주의보가 떨어지고 각종 언론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5월25일과 26일에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타나기까지 했죠.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란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의 대기환경기준인 50㎍/㎥를 훌쩍 뛰어넘는 높은 초미세먼지 수치가 일정 기간 동안 지속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5월25일 90㎍/㎥, 26일 106㎍/㎥(오후 10시 현재)이었습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런 현상은 이전에 없던 현상일까요?

“한반도에 대기가 정체되는 것은, 고기압 하강기류가 발생해 대기가 밑으로 정체된 상태에서 우리나라 동쪽으로 기압계의 흐름을 막는 저지(blocking) 고기압이 발생해서다.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역으로 원래대로라면 동쪽으로 대기가 빠르게 빠져줘야 하는데 이처럼 대기가 빠져나갈 수 없는 패턴이 발생하면서 서서히 빠져나가게 됐다. 서쪽에서 계속 기류는 유입돼들어오는데 빠져나가는 속도는 느리니까 마치 ‘터널’처럼 기류가 꽉 정체되는 것이다. 여기에 대기를 타고 들어오는 미세․초미세먼지,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초미세먼지가 갇히면서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나타나게됐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홍유덕 과장의 말입니다.
(최근 홍 과장은 몰아닥치는 언론사의 취재 전화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합니다)

홍 과장은 “기류가 한반도 위에 갇히는 패턴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봄철이면 한 두 번씩 이런 패턴이 발생했다고 하네요. 다만, 5월 말에 이런 기압 패턴을 보이는 건 흔한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또한 예년보다 기간이 좀 길고, 이 기류에 갇힌 미세먼지 농도도 더 짙어졌기 때문에 다들 외출할 때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그럼, 왜 올해 유독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나타난 걸까요?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은 기상이변의 영향이다. 공기의 정체 현상은 그간 겨울철에 나타나거나 봄철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올해처럼 5월 중순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그간의 트렌드를 벗어난 패턴인 셈이다. 앞으로 기상이변이 심화될수록 이 같은 예측 불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김기현 교수의 말입니다.

기상이변이라니, 좀 무서운 말이 나왔는데요, 예전과 같은 기후패턴을 벗어난 새로운 패턴이 등장한다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고 있는 바처럼 경유차가 초미세먼지 증가의 주범은 맞습니다.
특히 도심지역에서의 초미세먼지에 있어서 말이죠.
물론 대기의 흐름 자체의 문제도 있겠지만 이건 인간의 힘으로 바로잡기 힘든 문제입니다.
하지만 경유차의 소비를 줄이고 생활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원 자체를 줄이는 건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며 대기오염 개선의 결과에 대해 적극 어필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70㎛/㎥였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 이 농도는 연평균 49㎛/㎥로 떨어졌습니다. 최근 4~5년 간 이 농도는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죠.

외국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이웃나라 일본의 도쿄는 21㎍/㎥, 미국 워싱턴은 12㎍/㎥ 수준입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도 대기환경이 많이 좋아졌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안심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하루 빨리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지 않는 아침을 맞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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