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명가 골드스타' 부활 꿈꾸는 LG전자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6.05.30 12:25
  • 호수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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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회장, 아낌없는 R&D 투자 전략 빛 봐···신성장동력 사업 성공 여부도 주목

LG전자가 함박미소를 짓고 있다. 올 1분기 만족스러운 경영 성적표를 손에 쥔 까닭에서다. 여기에 2분기에도 호실적 전망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 전략이 비로소 결실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전 부문 호조로 영업이익 65.5%나 증가

 

LG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13조3621억원의 매출과 50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5.5%나 증가했다. 이런 호실적은 생활가전(H&A)과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가 이끌었다. HE사업부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3333억원과 33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모두 2.3%씩 하락했다. 그러나 부문별 매출액에서는 1위에 올랐다. H&A사업부의 경우 매출은 4조21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4078억원을 기록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H&A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9.7%에 달했다는 점이다. 사업부가 생겨난 이래 최고의 수치다. 세계 주요 가전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실제 미국 월풀의 영업이익률은 6.1%,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는 4.5%였다. 업계에선 가전 부문에서 이처럼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전의 경우 다른 전자제품보다 인건비 비중이 높아 영업이익률이 통상 5% 안팎에 머물기 때문이다. 이처럼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것은 H&A사업부가 수익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HE사업부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도 주목해 볼 만하다. HE사업부는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62억원과 827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LG전자 전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킨 바 있다. 일종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그 원인으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던 독립국가연합(CIS·구소련 국가연합) 지역과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의 판매 저조가 지목됐다. 이후 3분기부터는 꾸준히 실적을 회복해왔고, 올해 1분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TV사업 반전카드로 내세운 올레드TV의 판매 호조와 LCD 패널 가격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 등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그동안 TV나 백색가전 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였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가전명가’다. 한때 업계와 시장에선 ‘이제 LG전자가 가전명가라는 것은 옛말’이라는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엔 이런 수군거림이 잦아드는 분위기다. 오히려 LG전자가 과거 ‘골드스타(금성)의 영광’을 재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LG전자는 1월 슈퍼 프리미엄 가전 통합 브랜드 ‘LG시그니처’를 선보였다. 제품 라인에는 올레드TV와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이 포함돼 있다.

 

LG시그니처·G5 효과 반영될 2분기 더 주목

 

이번 실적에 대한 LG전자의 반응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LG전자가 1월 선보인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LG시그니처’와 3월 출시한 스마트폰 ‘G5’의 효과가 아직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LG전자가 브랜드 가치 상승과 수익성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추진 중인 프리미엄 전략의 쌍두마차이기도 하다. 2분기에 실적이 한층 개선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2분기를 넘어 하반기에도 프리미엄 가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북미 등 주력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LG시그니처를 더 강력하게 밀고 있고, G5는 이미 흥행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표방한 G5는 출시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스마트폰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한 제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 기존에 없던 ‘모듈화’ 방식으로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확장성을 제시해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런 관심은 판매 호조로 이어졌다. 3월 공식 출시 한 달 만에 국내외에서 160만여 대가 팔려 나갔다. 세계 누적 판매량 1000만대 이상인 G3의 초도 공급량은 90만대 수준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G5의 판매 성적은 준수한 편이다. LG전자는 2분기 G5의 판매량이 300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관측대로라면, 1분기 적자 전환된 MC사업본부의 영업손익이 다시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LG시그니처는 수익성은 물론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여줄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슈퍼 프리미엄 가전 통합 브랜드로 올레드TV와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이 포함돼 있다. LG전자의 생활가전 브랜드 가치는 그동안 하락세를 보여왔다. 브랜드 가치평가 전문 회사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2008년까지만 해도 생활가전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는 구조였다. TV나 냉장고는 삼성 브랜드인 ‘파브’와 ‘지펠’이, 세탁기와 에어컨은 LG 브랜드인 ‘트롬’과 ‘휘센’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TV와 냉장고, 에어컨 등 주요 생활가전 브랜드 가치 평가지수 1위를 삼성이 싹쓸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는 LG시그니처가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줄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은 LG전자의 경영 위기 이후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이를 위한 인재 확보에 직접 나서는 등 R&D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R&D 비용 꾸준히 늘려 작년엔 6조 돌파

 

1분기 호실적과 2분기의 장밋빛 전망은 LG전자에 뜻깊은 일이다. 그동안 오랜 암흑기를 거쳐 온 터라 더욱 그렇다. LG전자는 2009년부터 암울한 시기를 보내왔다. 당시 효자 사업이었던 휴대전화 부문이 2분기와 3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다. 이로 인해 3조원에 육박하던 영업이익은 10분의 1 토막이 났다. 피처폰 시장에 안주하며 스마트폰 시대 도래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휴대전화를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2010년 1분기부터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이후 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연매출은 55조원 언저리를 오르내렸다. 2014년 59조408억원으로 매출이 상승했으나, 이듬해인 2015년 다시 56조5090억원으로 내려갔다. 영업이익은 2010년 1765억원에서 2015년 1조1923억원으로 꾸준히 회복되긴 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3조원대에 달하던 전성기와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결과다. 그렇다 보니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2015년 6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5만원대가 무너진 데 이어, 8월말에는 4만원 선마저 붕괴됐다. 시가총액이 낮아지면서 그룹 내에서의 위상도 축소됐다. 2009년 말 LG화학에 1위 자리를 내주더니, 2012년 중반에는 LG생활건강에도 밀려 3위로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LG전자가 최근 국면 전환에 성공한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과감한 투자 전략이 꼽힌다. 구 회장은 LG전자에 본격적으로 암운이 드리운 2010년 이후 R&D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었다. 2011년 한해에만 LG그룹은 4조3000억원을 투입했다. 이뿐만 아니라, 매년 5000억원 이상 꾸준히 R&D 비용을 늘려왔다. 지난해에는 6조3000억원을 투자해 처음으로 6조원대를 돌파했다. 그룹 전체의 R&D 비용 가운데선 LG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LG전자는 올 1분기에만 1조148억원을 R&D 비용으로 사용했다. 오랜 경기 침체와 경영 위기가 맞물린 상황에서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 회장은 2012년부터 ‘우수 R&D 인재 모시기’에 직접 나서고 있다. 국내외에서 매년 개최되는 ‘LG 테크노 컨퍼런스’를 통해서다. 이는 R&D 인력 확보를 위해 LG그룹 최고경영진이 직접 인재들에게 회사의 기술혁신 현황과 트렌드, 미래 신성장사업 등을 설명하는 자리다. 구 회장은 4월16일에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노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이날 구 회장은 미국에서 유학 중인 이공계 석·박사 과정 인재 300여 명을 만나 R&D 인재 육성 계획 등을 소개했다. 이처럼 구 회장이 손수 공을 들인 만큼 R&D 인력 규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LG그룹의 R&D 인력 규모는 2011년 2만4500명에서 2015년 3만2000명으로 늘었다. 

 

업계에선 구 회장의 이런 과감한 투자가 LG그룹이 추진 중인 신성장동력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현재 LG그룹은 친환경·프리미엄 제품, 자동차 부품,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융합 상품, 인공지능(AI) 등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정해놓은 상태다. 특히 자동차 부품 사업에선 벌써부터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LG전자가 2013년 7월 출범시킨 자동차전장(VC)사업부는 2014년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대규모 전기차 부품 수주계약을 따낸 데 이어, 올해는 거래처 다변화에도 성공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장부품 및 IT솔루션을 담당하는 VC사업부는 20조원에 가까운 수주 잔고를 토대로 오는 2020년 약 6조5000억원의 매출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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