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자율주행차, 곧 현실로 다가온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05.31 07:54
  • 호수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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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되면 자율주행차 매년 1200만대 판매 전망…현대차도 2030년 상용화 목표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다 보면 눈에 띄는 장면이 나온다. 극중 연인인 서대영(진구) 상사와 윤명주(김지원) 중위는 자동차를 타고 도심 데이트를 즐긴다. 운전 중이던 서 상사가 갑자기 핸들 아래에 있는 버튼 하나를 누른다. 이후 서 상사는 핸들에서 손을 떼고 윤 중위와 달콤한 키스를 즐긴다. 위험천만한 상황임에도 자동차는 차선을 넘지 않고 스스로 주행을 시작했다.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은 “비현실적이다”라거나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간접광고(PPL)의 폐해 아니냐”는 거친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장면은 단순히 PPL이 아니었다. 현재 시판 중인 자동차에 적용돼 있는 기술을 드라마에서 재현한 것에 불과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 출시한 EQ900에 HDA(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 기능을 탑재했다. HDA는 ASCC(차 간 거리 제어 기능)와 LKAS(차선 유지 지원 시스템)를 융합한 기술이다. 시속 150km 내에서는 차량 스스로 차 간 거리나 차선을 유지할 수 있다. 앞서가던 차량이 정차하면 자동으로 정지한 후 재출발하게 된다. 방향 지시등 없이 차선을 이탈하면 자동으로 복귀시켜준다. 기존에 현대차나 기아차에 탑재돼 있던 LDWS(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를 한 단계 진화시킨 기술이다. 

현대차 연구원이 두 손을 놓고 자율주행을 시연하는 모습

 

10년 안에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 열릴 것

 

 


차량 스스로 제어하는 시간은 20초로 제한된다. 이 시간이 넘어가면 경고음이 울리고 LKAS 기능은 해제되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안에 자동차 스스로 운전을 하는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이 분류하는 자율주행 수준은 모두 4단계다. 1단계는 차선 이탈 경보 등 특정 기능이 적용되는 ‘기능별 자동화’ 단계다. 현재 시판 중인 자동차에 이미 상당수 기술이 구현돼 있다. 2단계에서는 2개 이상의 제어 기능이 함께 적용되는 ‘복합기능 자동화’가 이뤄진다. 차선 유지 기능과 크루즈 컨트롤 기능 등이 동시에 작동해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3단계는 ‘제한된 자율주행’ 단계다. 교차로나 신호등을 차량이 인식해 자동으로 도심 운행을 제어한다. 고속도로에서도 일정 구간의 교통 흐름을 고려해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하거나 끼어들 수 있다. 마지막 4단계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다. 자동차 업계에서 말하는 자율주행차도 4단계다. 사람은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차량 스스로 정보를 수집해 최적의 경로로 주행할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IHS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의 전 세계 연간 판매량은 2025년 23만대에서 2035년 118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부분 자율주행(3단계)이 가능한 차량을 포함할 경우, 2024년 110만대에서 2035년 4200만대로 38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와 닛산, 혼다, GM, 벤츠 등 관련 업체들이 앞다퉈 기술 확보에 나섰다. 글로벌 컨설팅그룹인 톰슨로이터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2만2000여 건의 자율주행 기술 관련 특허가 출원됐다. 기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구글이나 보쉬, 덴소 등 IT(정보기술)나 자동차 부품 업체들까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6~7년 전부터 도로 시험운행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운전대와 페달을 없앤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는 지난 3월 가격 장벽을 깨트린 2만440달러(약 2350만원)짜리 자율주행차를 공개해 주목 받았다. 

 

 


‘짝퉁차의 천국’으로 통했던 중국도 경쟁에 가세했다. 중국의 창안(長安)자동차는 자체 개발한 반(半)자율주행차 ‘루이청(Raeton)’을 최근 열린 베이징 모터쇼에서 선보였다. 차량에는 전방 카메라와 레이더, 고정밀 지도 등이 탑재돼 있다. 덕분에 루이청은 본사가 있는 충칭(重慶)에서 출발해 모터쇼가 열리는 베이징(北京)까지 약 2000km를 무인 기술로 달려올 수 있었다.

 

 


자율주행차 도심 시연의 모습(위) 자율주행 차량이 차선에 진입하는 다른 차량을 피해 속도를 줄이고 있다(아래)

 

현대차, 고속도로 자율주행 면허 취득 

 

 


국내 완성차 업체들 역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2010년 첫 자율주행차인 ‘투싼IX 자율주행차’를 데모 형태로 선보였다. 당시 투싼은 검문소와 횡단보도, 사고구간 등 9개의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주했다. 이후 출시되는 자동차에 자율주행차의 기반이 되는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해왔다. 지난해 말 출시한 EQ900에는 첨단 주행지원 기술 브랜드인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를 선보였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2015년 12월 국내 최초로 미국 네바다주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내 자율주행 면허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미시간, 플로리다, 워싱턴 DC 등 5개 주에서 발급한다”며 “캘리포니아의 경우 비교적 면허 발급이 쉽기 때문에 닛산과 혼다 등 9개 업체가 면허를 획득했지만 네바다는 아우디에 이어 현대차가 두 번째”라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도 계획 중이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약 2조원을 투자해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발표에 따르면, 현대차의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특허는 세계 4위 수준”이라며 “2020년까지 고도 자율주행차를,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계획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상용화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앞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교통사고 발생의 책임을 대부분 운전자에게 따지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 모드는 운전자의 관여 없이 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상태를 말한다. 운전자가 타고 있다고 해도 차가 운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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