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이제는 뇌 보약을 먹어야 한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6.06.05 02:39
  • 호수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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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 “뇌 보약으로 반생반사 세포를 청소해야”

“과거엔 몸 보약을 먹었다면 지금은 ‘뇌 보약’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사가 있다. 뇌 건강의 최대 적인 치매는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의 난제(難題)인데, 이를 한약재로 푸는 일에 꽂힌 의사는 김철수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이다. 반생반사(半生半死) 상태의 뇌세포를 튼튼하게 만들어 치매 증상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국내 200명 안팎의 의사·한의사 면허를 모두 보유한 의사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지만 대학병원에 남지 않고 1989년 의원을 개업했다. 하루에 300명, 많게는 60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 6~7년 동안 점심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진료만 했고, 저녁에도 집에서 환자 차트를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혈당이 높아졌고, 사람을 쳐다보면 어지럼과 두통이 심했다. 6개월에 걸쳐 증상이 점점 사라지긴 했지만 그에겐 쉼이 필요했다.

“잠시 쉬려고 했는데 아내가 쉬는 동안 한의학을 공부하라고 부추겼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한의학이 어떤 내용인지 알고 싶은 마음에 1995년 경희대 한의대에 편입했다. 당시 42살 나이에 20년 젊은 친구들과 재미있게 공부했고 2000년에 졸업했다.”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한의학 서적을 본 후 진료에 대해 새로운 시각이 생겼다. 의학적 지식과 한의학적 사고를 합친 융합진료를 시작한 배경이다. “한의학의 본질은 한의학적 지식보다 한의학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지식은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북한산을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른 것처럼 질환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 보인다. 한의학은 질환을 여러 각도에서 보는 사고를 키워준 셈이다.”

실제로 어떤 병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예컨대 별의별 영상기기로 진단을 해봐도 정상인데 환자는 어딘가 아프고 예전보다 기력이 떨어진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한의학적 사고를 동원한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그가 의학적 지식과 한의학적 사고를 접목한 ‘애매한 질환’은 치매다. 서양의학에서 보는 치매는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인지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전부터도 정도가 심하지 않을 뿐이지 치매는 이미 우리 몸에서 서서히 진행 중이라는 점에 김 원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치매는 걸리는 게 아니라 변해가는 것”

“치매에 걸리는 게 아니라 치매로 변해간다고 보는 게 옳다. 하루아침에 치매가 생기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20대 이후부터 기억이 떨어지는데 우리는 이를 잘 모를 뿐이다. 서양의학에서는 세포가 살아 있는지 또는 죽었는지만 살핀다. 그러나 한의학적 사고로 보면 반생반사 상태의 세포가 있다. 비실비실 죽어가는 세포다. 이런 세포에 낀 찌꺼기 등을 제거해서 제 기능을 하도록 도와주면 그만큼 치매가 늦어지고 정도도 덜해진다.” 

김 원장의 치료법은 치매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올 즈음부터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는 데에 핵심이 있다. 뇌세포는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현대의학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서 김 원장은 재생이 아니라 재활이라는 표현을 쓴다. 죽은 세포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어 가는 세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치매를 의심해야 할까. 김 원장은 건망증이 자주 생기면 치매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이는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기억력 감퇴 및 학습능력 저하) 시점을 의미한다. 지금은 치매라고 할 수 없지만 방치하면 곧 치매가 올 단계다. 

“건망증이 자주 생기고 생각이 연결되지 않거나, 길눈이 어두워졌거나, 아이디어가 감소하거나, 머리에 안개가 낀 듯하거나, 유머 감각이나 언어 표현 능력이 떨어졌거나, 전화번호를 들어도 곧잘 잊거나 단순 계산을 암산으로 하다가 못하는 등 숫자에 약해졌거나, 운동신경이 떨어지거나, 과거보다 화를 잘 내는 증상이 나타나면 치매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런 기능들이 또래보다 못하면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가족의 보살핌이 있어야 약 효과 나타나”

59세의 한 여성은 2005년 심장 수술을 받은 후 저혈당·저혈압의 합병증으로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게 됐다. 그래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수는 있어서 일상에 큰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2012년 외국 여행 중 비행기 안에서 심한 구토를 한 후 치매 증상이 악화했다. 인지 기능 개선제와 혈전 예방약을 처방받아 먹었지만 기획 능력이 떨어지는 등 전두엽 이상 증세를 보였다. 두정엽도 손상돼 공간 감각이 떨어지고 볼펜도 잘 잡지 못하는 증상을 보였다. 1부터 10까지는 셀 수 있으면서 10에서 1로 거꾸로 셀 수는 없었다. 이 환자는 김 원장이 처방한 약을 먹은 지 1년 만에 서툴지만 10에서 1까지 숫자를 거꾸로 셀 수 있게 됐고 남편과 해외여행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60대의 또 다른 여성 환자는 지난해 6월 교통사고로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을 거쳐 요양병원에서 치료했다. 그 후 치매 판정까지 받아서 3개월 동안 약을 먹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지난해 12월, 우리 병원에 왔을 당시 인지 기능이 100점 가운데 3점이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는 말이다. 5개월 동안 한약을 먹은 후에는 70점으로 올랐다. 알아보지 못하던 사위도 알아보고, 설거지 등 집안일도 한다.” 치매 판정을 받으면 서양의학에서는 인지 기능 개선제와 혈전 방지제를 처방한다. 그런데 이런 약에도 효과가 없는 사람에게 한약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의학계에서는 치매에 좋은 한약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가 인지 기능 개선에 효능이 있는 한약재 추출물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나는 문제 행동을 보이거나 정신병적인 증상이 있는 환자는 양약을 처방하지만 그 외 대부분은 한약 처방으로 치료한다. 사람에 따라 성분이 조금씩 다르지만 죽어가는 뇌세포의 기능을 올려주는 약 성분은 동일하다. 그렇지만 그 성분을 밝히기가 꺼려지는 이유는 뭐가 좋다고 하면 그것만 찾아서 먹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 성분 외에 다른 성분을 적절하게 혼합했을 때 약효가 나타난다. 집을 고치는 일은 목수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배관공, 전기공 등 다양한 전문가가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치매 환자는 아픈 자신을 가족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급해지고 불안을 느낀다. 예를 들면 여성 치매 환자는 남편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 가정에 치매 환자가 생기면 뒤치다꺼리가 힘들어 가족 간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치매를 진료하는 의사와 한의사는 공통적으로 가족과의 유대관계를 강조한다. 김 원장도 마찬가지다. “치매 환자에게 약보다 중요한 것은 믿음과 사랑이다. 환자는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믿음을 바란다. 약 효과는 가족의 믿음과 사랑이 밑바탕에 깔렸을 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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