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죽음을 추모한다 우리의 아픔을 나눈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6.08 14:00
  • 호수 139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모 메모가 붙인 공감의 사회학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가로 세로 7.5cm의 정사각형 모양의 메모가 붙었다. 스크린도어 한 면에 빼곡하게 붙은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엔 5월31일 스크린도어 수리 중 열차에 치어 목숨을 잃은 한 수리공, 김아무개씨(19)의 죽음을 추도하는 짧은 글들이 담겨 있었다. 

 

추모의 메모는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도 가득 붙어 있었다. 훼손을 우려해 5월23일 서초구청으로 이전된 이 메모들은 5월17일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발생한 여성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시작된 것들이었다.

 

사건 현장 인근에 애도와 반성, 자책과 안타까움 등을 적어 메모를 붙이는 ‘포스트잇 추모’, 우리 시대의 새로운 추모방식이다. 과거 빈소에 하얀 국화를 헌화하고, 촛불을 밝히고, 노란리본을 달아 안타까운 희생을 기리던 것과 방식은 다르지만 ‘슬픔의 공감과 확산’이란 측면에서는 맥을 같이 한다. 사고를 상징할 수 있는 장소에 꽃과 편지 등을 가져다 놓는 해외의 추모방식이 변형된 것으로 ‘메시지 전달’의 측면이 보다 강화됐다.

 

남서울대 광고홍보학과 김만기 교수(한국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는 추모의 매체로 사용된 ‘포스트잇’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색깔이 있어 시각적으로도 효과적”이라며 “시선을 끌어 포스트잇에 담긴 내용을 읽도록 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에 ‘슬픔’이나 ‘애도’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는데 효과적이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공감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감의 도구는 ‘표지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민들로 하여금 사건을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며 “노란리본을 보면 세월호가 연상되듯이 포스트잇도 강남역이나 구의역 사건에 집중하게 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모 메모가 붙은 사건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같은 ‘공감’의 성격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은 ‘누구라도’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 있었기에, 구의역 사고는 시간에 쫓겨 밥 대신 먹을 컵라면을 가방에 넣어 다녔던 우리네 모습을 빼닮은 희생자였기에, 사고소식은 더욱 넓고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메모를 통한 추모는 과거 단순히 애도만 표하던 것을 넘어 희생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었던 불안한 사회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장으로서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사고 현장을 그냥 지나치기보단 뭔가 목소리를 내고 이 상황에 대해 호소하고 싶었던 것이다. 한 두 명이 붙인 메모가 잔잔한 군중심리를 일으키며 ‘긍정의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