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구의 자원외교 이야기] 리튬, 무너진 백색황금의 꿈
  • 강천구 미래에너지자원연구소 부회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0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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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강천구 부회장은?

1986년 한국광물공사 전신인 대한광업진흥공사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광업 분야에 종사한 국내 최고 광업 전문가다. MB정부 시절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상임이사)을 지냈고, 광업조정위원회 위원,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이사, 한국광업회 자문위원과 동양시멘트 사외이사, 현대제철 자문위원도 역임했다. 올해 3월부터 기업M&A자문을 위해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언론에 에너지 자원관련 기고를 해오고 있다.

 

볼리비아는 안데스 산맥 7개 봉우리에 걸쳐있는 고산국가다. 수도 라파스의 해발고도가 무려 3800m로 라파즈 국제공항에 내려 비행기 밖으로 나가면 낮아진 산소량 탓에 숨이 턱 막힐 정도다. 고산에 위치해 있는데다 국토에 인접해 있는 바다가 없는 탓에 주변 국가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되어 왔다. 이런 볼리비아에 중세 시대부터 눈독을 들였던 국가가 스페인이다. 남미 국가에 대한 무차별 수탈을 자행하던 스페인이 볼리비아에 매장되어 있는 풍부한 광물자원을 그냥 지나갈 리 없었다. 스페인은 라파스를 거점 삼아 볼리비아의 광물자원을 착취했다. 


1800년대에서 1900년대 초까지 스페인이 눈독을 들였던 볼리비아의 광물자원이 약 1세기가 지난 2000년을 전후해 다시 강대국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일본과 프랑스, 핀란드를 비롯한 10여개국 이상이 주목했던 광물자원은 바로 리튬이다. 이 나라들은 볼리비아에 매장되어 있는 리튬을 선점하기 위해 10년 이상 다툼을 벌여왔다. 오죽하면 리튬을 일컬어 백색황금이라 부를 정도였다.

리튬은 IT제품외도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친환경 제품을 만들 때 핵심원료로 사용된다. 또한 풍력, 태양광 발전 등으로 생산한 잉여전력을 저장하는 제품의 원료이기도 하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2023년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시장 수요를 260억 달러(32조원)로 예상하고 있다. 2014년 60억 달러(7조4000억원)에서 10년 사이 4.3배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LG화학과 삼성SDI는 기술 성능 가격 등 종합평가에서 각각 세계 1위, 3위를 기록 하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기업성장의 승부수를 띄우고 2020년까지 3조원이상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주도하겠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첫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한국은 세계 1위의 2차 전지 생산국이지만 핵심 소재인 리튬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을 해외에서 사온다는 점에 있었다. 향후 시장이 더 커질 것을 감안하면,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리튬확보 전쟁에 참여한 것은 2008년 6월 꼬로꼬로라는 지역의 구리광산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110년 전 스페인이 채굴하다 버리고 간 광산을 한국광물자원공사와 LG상사․LS니꼬동제련․대우인터내셔널 등이 합작해 다시 개발하기 시작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 발전에도 큰 보탬을 주었고 차츰 볼리비아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2006년 집권한 최초의 인디오출신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내에서도 가장 낙후된 꼴리아(서부산악지역)출신이다. 그동안 깜바(동부지역)출신 백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아 부정부패를 자행하자 꼴리아들이 단합해 선출한 대통령이 그였다. 그는 남미에서 가장 뒤처진 볼리비아의 경제를 일으켜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임기를 시작했으나 이렇다 할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그런 그가 꺼내든 카드는 유전, 광산을 비롯해 임업까지 국유화를 하고 토지까지 재분배하는 일종의 공산주의식 정책이었다. 그 말은 현지서 사업을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어떻게 해서든지 볼리비아 정부와 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했다는 뜻이다. 우리는 광산 개발을 통해 신뢰를 얻었다. 볼리비아 정부의 신뢰를 얻은 우리는 일본과 중국 등이 이미 계약을 맺으려다 실패한 리튬으로 눈을 돌렸다.

볼리비아 리튬의 대부분은 사진사들에게 유명한 우유니 소금 호수에 매장되어 있다. 우유니 소금호수의 면적은 1만2000㎢로 전라남도와 비슷한 넓이다. 이곳에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50%(500만t)가 매장되어 있다. 문제는 어느 나라도 소금 가장 밑바닥에 침전되어 있는 리튬을 추출해낼 기술이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은 우유니 리튬 확보를 위해 우리만의 독창적이며 환경 친화적 개발에 필요한 고순도 탄산리튬 제조기술이 필요했다.

2011년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중심으로 포스코․LG상사․유니온 등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사업에 뛰어 들었고 2012년 마침내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포스코는 염수를 화학 반응으로 분해해 1개월 내 리튬을 초고속으로 추출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리튬 회수율도 20%에서 90%로 높여 경제성도 확보했다. 한국은 볼리비아 리튬사업의 후발주자로 참여했으나 당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 일본 캐나다 브라질 프랑스 등을 제치고 제일 먼저 볼리비아 정부로부터 사업권을 따냈다. 적어도 2012년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2008년 이전으로 다시 돌아간 상태다. MB정부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이런 저런 말이 많다. 물론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그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자원개발은 멈춰서는 안 되는 국가적 과제였다. 이 사업이 대표적이다. 다른 여러 사업이야 사업 주체 간에도 논란이 많지만 볼리비아 사업에 대한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했다. 오죽하면 포스코나 LG 같은 민간 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했을까. 

물론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수년 간의 경제성만 고려한다면 맞지 않지만 미래산업성장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된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정권이 바뀌면서 유야무야 됐고 그 후폭풍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국제 리튬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국내 전지소재와 완제품 기업들의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미 우리나라와의 계약을 없던 일로 했고 이 자리를 다시 일본․중국 등이 꿰차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최대 리튬이온전지 수출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생긴 자원 확보 실패는 고스란히 우리 경제의 짐이 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실패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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