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호 명목으로 수당 받고 탈북자 감시”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6.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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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탈북자 관리 실태…보호기간 지나도 감시 논란

 

목선을 타고 표류하다 일본에 도착했던 탈북자 9명이 2011년 10월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경찰은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신변보호를 이유로 수시로 연락을 취한다. 그러나 이 같은 신변보호정책이 탈북자의 정착을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05년 입국한 김 아무개씨는 자신의 신변을 보호한다는 이유를 들어 수시로 연락을 취하는 경찰 때문에 사생활 및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착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경찰이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전화를 해 신상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집 앞에 ‘경찰인데 연락이 안 된다’는 내용의 쪽지를 붙여뒀고, 이로 인해 자신이 잠재적 범죄자인 것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느껴지게 했다고 토로했다. 

 

또 법적으로 탈북자를 보호하는 기간인 5년이 지난 이후에도 경찰이 탈북자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집을 방문하는 이유가 ‘탈북자 관리 수당’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관리하는 탈북자 수에 따라 경찰들에게 수당이 지급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회사에 연락해 탈북자 잘 나오냐고 해”


김씨가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던 회사에서는 한 탈북자가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신변보호담당관이 회사에 전화를 한 게 이유가 됐다고 한다. 김씨는 “사장님은 일을 잘해서 (그 탈북자를) 쓰고 싶다고 했지만 경찰에서 전화가 오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고 했다”며 “정착을 돕는다면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지. 고용주 입장에서도 불안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5조 2항에 따르면, 탈북자를 거주지에서 보호하는 기간은 5년으로 정해져 있다. 지난해 김씨는 5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경찰의 감시가 이어지는 것은 법률에 위반된다며 관할 경찰서 신변보호담당관 등을 인천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적 신변보호 기간이 경과했는데도 자신의 휴대전화번호·주소 등의 정보를 업무 외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지검은 2015년 9월17일 이를 각하했다. ‘경찰이 경찰청 지침과 지시에 따라 고소인의 정착을 지원하고 신변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며, ‘고소인에게 전화하거나 집으로 찾아가는 등의 신변보호 활동을 한 것을 불법적인 사생활 침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담당 경찰이 하루에 3번 전화를 하는 등 부당한 감시가 있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냈다. 인권위 역시 김씨의 진정을 기각했다. 담당 경찰이 교체돼 전화를 한 것이며, 김씨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라며 경찰이 김씨에게 고의적인 스트레스를 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전화 내용도 단순한 안부를 묻거나 신상을 묻는 것이었고, 이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시행령’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시행령’에 따라 통일부 장관은 보호 대상자가 거주지로 전입한 경우 그의 신변 안전을 위해 국방부 장관이나 경찰청장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경찰청장에게 탈북자의 거주지 신변보호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정받은 자인 거주지 경찰서 경찰관이 ‘신변보호담당관’이 돼 관련 상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5년의 보호기간이 지나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신변보호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계속 (전화를 하지 말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기각 결정을 내린) 인권위 측에서도, (통일부) 정착지원과에서도 이 같은 문제로 항의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서에 항의하고 통일부에도 항의했더니 국정원으로 전화를 돌려줬다”며 “이후 경기도 시흥 합동신문센터로 추정되는 곳에서 전화가 와 ‘경찰이 과도하게 전화한 것 같다’며 ‘(경찰에) 전화해주겠다’고 했다. 그 이후로는 전화가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제도 개선을 계속 요구했다고 밝혔다. 신변보호라는 명목으로 감시가 이어질 경우 오히려 탈북자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국회의원실과 북한 관련 단체 등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일부 정착지원과 관계자는 “법률에 정해진 기간은 5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신변보호 조치는 종료된다”며 “5년이 지난 경우 본인의 요청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신변보호를) 하지 않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본인이 (연락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하더라도 3개월에 한 번 정도는 연락을 한다. 탈북자 보호 측면도 있고 국가 안보 측면도 있다. 연락하지 말라고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는 있었지만, 5년이 되기 전에 (관리를) 끊어달라고 해서 중단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탈북자 등급에 따라 수당 달라져


김씨는 탈북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지속적으로 탈북자들을 관리하는 이유가 ‘수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당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어서 (관할경찰서 담당 부서에) ‘돈 5만원 나오니까 그러지 않냐’고 물었더니 ‘5000원씩 나온다’고 하더라. 한 달에 (탈북자) 1인당 5000원씩 받고 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한 명이 담당하는 탈북자들의 인원에 맞춰 매달 수당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선의 한 경찰 관계자는 “수당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수당이라고는 하지만 혼자 수십 명을 감당하려면 교통비도 무시할 수 없다. 수당이라기보다는 활동비를 지급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변보호는 가·나·다 급으로 이뤄진다. 경찰 4명이 붙어 있는 탈북자도 있다. 피살이라든가 북한의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행사도 하고 명절 때도 챙겨주는 등 도움을 주기도 해서 탈북자들이 와서 고맙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관계자 역시 “수당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탈북자들을 만나면 식사비·교통비 등이 들기 때문에 정보비처럼 주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탈북계 관계자는 “수당이 한 명당 얼마라고 밝히기는 어렵다. 탈북민에 따라 (보호) 중요도가 높은 분들은 (경찰이) 자주 접촉을 하기 때문에 돈을 더 드린다. 3개월에 한 번씩 연락만 하는 분들에게는 비용이 얼마 안 들기 때문”이라며 탈북자들의 등급에 따라 몇 천 원에서 몇 만 원까지 관리 비용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등급은 가·나·다로 분류되는데 북한에서 고위층에 있었거나 안보상 보호 필요성이 큰 탈북자들이 가·나 급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또 “인천 남동구의 경우 (경찰) 1인당 (관리하는 수가) 100명에 육박하기도 한다. 10명 미만인 데도 있다. 많이 받으면 50만~60만원이다”고 설명했다. 매달 수당은 지급되지만 접촉 빈도수와 탈북자들의 보호 중요도에 따라 돈이 결정되기 때문에 1인당 얼마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탈북자 보호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보호하려면 옆에 있어야 하는데 사람마다 성향에 따라 다른 것 같다”며 “실제로 신변 위해가 있다는 첩보가 들어오기도 한다. 일반인에 대해서는 테러 가능성을 적게 보고 단계별로 (보호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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