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이겨낸 ‘복귀자’에 돌아온 ‘탕자’까지
  • 배지헌 엠스플뉴스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10 10:51
  • 호수 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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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맞이 야구 순위 싸움에 영향 미칠 복귀 선수들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는 성경의 한 대목을 토대로 아버지의 조건 없는 사랑을 묘사한 명화다. 해외에서 방탕한 생활로 재산을 축내다 부랑자 신세가 된 탕자. 그런 아들이 다시 집에 돌아오자 아버지는 그간의 일은 잊고 집 밖으로 달려나가 아들을 포옹한 뒤 성대한 잔치를 연다. 자기 곁을 계속 지킨 착한 아들도, 밖을 나돌며 방탕하게 산 아들도 아버지에게는 다 같은 아들인 셈이다.

 

야구팬들이 선수를 바라보는 마음이 꼭 이렇지 않을까. 오랜 기간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는 선수에게도, 개인사로 야구를 떠났던 선수에게도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게 팬들이다. 심지어 물의를 빚고 징계를 받았다 돌아오는 ‘탕자’들에게도 팬들은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1년 144경기 빠짐없이 라인업을 지키며 활약한 선수들은 서운할지 몰라도 팬이라는 게 원래 그런 존재다.

 

2016 KBO리그에도 각자 다른 사정으로 팀을 떠났다 복귀를 앞둔 선수들이 있다. 부상 공백을 딛고, 구단과의 불화를 딛고 팀 합류를 앞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물의를 빚은 후 징계기간을 끝내고 합류 예정인 선수도 있다. 시즌 중반 이후 순위 싸움에 적지 않은 영향을 가져올 복귀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부상 이겨낸 투수들, 팀의 든든한 지원군 될 듯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부상에서 돌아오는 선수들이다. 지난해 대장암 수술을 받고 오랜 기간 투병과 재활을 거친 NC 다이노스의 원종현은 5월31일 두산전에서 1군 복귀 무대를 가졌다. 결과는 3타자 상대 무안타 3탈삼진 무실점. 다음 날인 6월1일에도 원종현은 1이닝 동안 홈런 1방을 맞긴 했지만 팀의 리드를 잘 지켜내며 시즌 첫 홀드를 챙겼다. 전광판에는 최고구속 시속 151km를 찍었다. 힘 있게 떨어지는 포크볼의 위력도 여전했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줘서 정말 다행입니다.” NC 구단 관계자의 말이다. NC는 시즌 초반 투수진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서도, 원종현 복귀를 서두르지 않고 ‘100%’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다. “야구가 사람 생명보다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선수에게는 생명이, 인생이, 가족이 걸린 일인데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죠.” 한편 5월 중 합류가 유력하던 NC 내야수 모창민은 재활 경과가 좋지 않아 7월 이후로 복귀시기가 늦춰진 상태다.

 

힘겨운 시즌 초반을 보낸 삼성 라이온즈도 부상 선수들의 합류가 반갑다. 우선 가래톳 부상으로 5월 한 달을 날린 좌완 에이스 차우찬이 6월1일 넥센전에서 복귀전을 가졌다. 이날 투구 내용은 5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최고구속 시속 145km를 기록하며 구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알렸다. 발목 부상으로 재활 중인 유격수 김상수도 6월 중순경 복귀할 예정이다. 삼성은 시즌 초반 투타 동반 부진을 겪다 최근 젊은 선수들의 활약 속에 타격이 살아나는 중이다. 마운드의 중심 차우찬과 내야 수비의 중심 김상수가 제 모습을 찾는다면 반등을 꾀할 수 있다. 

 

롯데 이적 노경은 재기 가능성 의견 분분

KIA 타이거즈도 우완 투수 윤석민·임준혁의 부상 복귀를 기다린다. 어깨 염증으로 재활 중인 에이스 윤석민은 퓨처스리그에서 컨디션을 회복하는 중이다. 구단에서는 6월 중순 복귀를 목표로 삼고 있다. 문제라면 재활 등판에서 패스트볼 구속이 시속 140km를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진출 당시부터 좋지 않던 어깨가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복귀 이후에도 예전 같은 위력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편 종아리 근육 파열로 재활 중인 임준혁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상태로 6월 초에 복귀가 유력하다. 

 

LG 트윈스도 마운드에서의 지원군을 기다리는 팀이다. 밸런스를 찾은 에이스 우규민이 6월초 선발 복귀 예정이고, 허벅지 부상으로 재활 중인 셋업맨 이동현도 6월 중순 합류한다. 시즌 초 허벅지 통증 재발로 고생한 좌완 봉중근은 퓨처스리그에서 충분히 준비를 마친 뒤 1군에 올릴 예정이다. 시점은 7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재편한 LG는 선발과 불펜에 경험 많은 선수들이 가세하면 순위 싸움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트레이드로 두산 베어스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팀을 옮긴 노경은은 시즌 초반 구단과의 갈등 속에 ‘은퇴 파동’을 겪었다. 이후 임의탈퇴 철회와 무단이탈에 대한 징계가 이어졌고, 선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악의적 보도가 쏟아지며 자칫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렸다. 이번 롯데 이적은 노경은에게는 최근 몇 년의 부진을 씻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투수력에 어려움을 겪는 롯데로서도 선발·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베테랑 노경은의 활용가치가 높다.

 

‘롯데맨’ 노경은의 재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시속 140km 후반대 빠른 공을 던지는 만큼 좋은 분위기에서 자신감만 찾는다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반면 부진했던 지난 몇 년 동안도 구속은 시속 140km 중후반대로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등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의견도 나온다. 야구계 한 인사는 “이유야 어쨌든 노경은은 이미 한 차례 구단과 갈등을 빚은 선수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두산 김태형 감독만큼이나 카리스마가 강하고, 팀 분위기를 흐리는 플레이와 행동을 그냥 두고 보지 않는 스타일이다. 노경은이 롯데에 안착해 좋은 활약을 한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두산 시절 사건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박·음주 물의 빚은 선수들도 돌아와

마지막으로 ‘돌아온 탕자’도 여럿 된다. KIA는 올 초 해외원정 도박 파문 속에 삼성에서 방출된 투수 임창용을 받아들였다. 임창용은 KBO 상벌위원회를 통해 ‘시즌 50%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다. 4월1일부터 징계가 시작된 만큼 6월 말에는 징계기간이 끝난다. 임창용은 그간 도박 파문 속에서도 개인 훈련을 하며 꾸준히 몸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함평 2군 훈련장에서 1군 복귀를 준비했다. KIA는 7월 중순 올스타전을 전후해 임창용을 1군에 기용할 예정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도박 파문에 휩싸이긴 했지만 함께 거론된 선수들이 이미 국내외에서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임창용 복귀에 대한 반발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임창용은 40대 나이에도 여전히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다. 마무리로 투입한다면 현재 마무리 김광수와 함께 KIA 불펜이 훨씬 강력해질 것이다. 후배들이 유독 잘 따르는 선배이기도 하다. 후반기 KIA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 4월말 임의탈퇴가 해제된 투수 손영민은 공백기가 워낙 길어 올해 안에 1군 무대에 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집으로 돌아온 탕자는 LG 트윈스에도 있다. 지난해 6월 접촉 사고를 낸 뒤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해 물의를 빚은 투수 정찬헌은 잔여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1000만원, 봉사활동 240시간의 중징계를 받았다. 여기에 지난 4월에는 경추 수술까지 받으면서 1군 합류가 더욱 늦어졌다. 현재는 후반기 복귀를 목표로 재활중인 상태다. “정찬헌은 당초 LG가 차세대 마무리로 생각했던 투수다.” LG 구단 관계자의 말처럼 여전히 팀에서는 정찬헌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거듭난 임정우에 정찬헌까지 가세하면 LG는 10개 구단 중 가장 강력한 구위와 젊음을 자랑하는 승리조 불펜을 구축하게 된다. 

kt 위즈는 포수 장성우의 복귀 시점이 고민이다. 장성우는 지난해 치어리더 박기량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돼 50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2000만원 중징계를 받았다. 현재는 재활을 거쳐 익산 kt 2군 구장에서 훈련 중이다. kt가 6월1일까지 시즌 50경기를 소화한 만큼 1군 복귀에 ‘절차적’ 문제는 없지만, 여론이 워낙 좋지 않아 구단 입장에서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1심에서 벌금 700만원 실형을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하면서 아직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았다. 항소심 판결은 7월7일 나올 예정으로 이날 판결과 향후 여론 추이에 따라 올 시즌 장성우의 출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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